조사 마무리한 진실화해위, 2천여 건 '조사 중지'

심규상 2025. 5.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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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언제까지 기다려야...."과거사법 개정 통한 조사 기간 연장" 촉구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박선영, 아래 진실화해위)의 조사가 만료됐다. 하지만 약 2000건에 달하는 신청 사건들이 '조사 중지' 상태로 남아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여전히 진실 규명을 기다려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중지된 사건을 조사하고,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새 정부와 국회에 조사 기간 연장과 피해 구제 배·보상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진실화해위는 26일 오전 '2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기간 만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20년 출범했지만 조사 기간은 최초 조사 개시 이후 3년간으로 정해져 있다. 법에 따라 1년을 연장해 이 날인 올해 5월 26일이 조사 만료일이다.

2만924건 중 1만8808건 처리(89.9%)

2기 진실화해위는 "그동안 모두 2만924건의 신청 사건 중 약 90%에 해당하는 1만8808건을 처리하고 이 중 1만908건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또 "재일학도의용군 참전, 신안 지역 민간인 희생,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그동안 묻혀있던 진실을 밝혀냈다"라며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등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진실을 규명, 일부 피해자들의 대법원 배상 판결을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70여 년 만에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11명, 2024년 6명, 2025년 5명)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감동적인 사례도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전국 21개소에서 유해 274구, 치아 207점, 유품 1720점을 발굴했다. 특히 경기도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유해 발굴로 사건의 실체적 증거를 확보하는 성과를 남겼다.

국제규범에 맞는 피해 구제 노력도 성과로 꼽았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시기에 발생한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과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과 관련 정부에 제네바협약, 국제인권법 등이 정한 국제규범에 맞춰 이행법률 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와 유족들이 배·보상을 포함한 실효적이고 충분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과 피해자와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을 조속히 제정할 것도 국가(국회)에 권고한 점"도 성과로 제시했다.

3년간 21개소 유해발굴… 발굴유해 11구 신원확인 성과

하지만 조사기간 만료에 따라 결정하지 못한 조사중지 건도 2천 116건에 달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기간 1년을 연장했지만, 남은 사건을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반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실화해위원회지부(아래 진화위지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일부 위원 및 간부의 특정 사건(군경사건)에 대한 편향적이고 과도한 입증 기준 요구가 조사 중지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진실화해위원회가 밝힌 조사중지 건 중 민간인집단희생사건이 1368건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적대세력 관련 사건의 조사 중지 건은 87건이다.

진화위지부는 조사 중지 건이 많은 또 다른 이유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일부 위원 및 간부의 각종 지시로 인한 조사 지연'을 꼽았다. (관련 기사: '조사중지' 368건... 진실화해위, '묻지마 보류' 도마 위)

조사중지 2천여 건
진화위 "시간 부족이 원인" vs. 노조 "일부 위원 및 간부의 각종 지시로 인한 조사 지연"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사 중지 사건 처리를 위한 과거사법 개정을 통한 조사 기간 연장과 피해 구제 배·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 위원회는 활동 종료 이후 진실 규명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한 진실화해재단 설립과 유해 발굴 및 신원 확인 사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성도 남은 과제로 제시했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2기 진화위는 1기 진화위에 비해 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을 더 많이 처리했고, 한국 현대사에서 은폐되었던 굵직한 인권침해 사건들의 진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중지된 사건을 조사하고,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서는 새 정부와 국회에서 과거사법 개정과 배·보상법 제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화위지부의 의견은 결이 다르다. 진화위지부는 향후 과제와 관련해 법 개정을 통한 3기 진화위 출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합리적 근거 없이 진실 규명을 지연시키거나 불능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내외부의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위원 임명 시에는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른 보은성 인사를 배제하고 헌법과 과거사법이 지향하는 가치에 반하는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화위 "과거사법 개정과 배·보상법 제정 해야" vs. 노조 "내외부의 통제 장치 마련도"

진실화해위는 남은 6개월 이내(오는 11월까지)에 종합 보고서 작성을 끝으로 위원회 활동을 종료한다.

한편 조사 중지된 사건 조사와 권고사항 이행 방안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대 대선에서 '3기 진실화해위 조속한 출범'을 공약한 상태다.

이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21대 대선 후보자 10대 공약' 중 두 번째 항목인 '내란 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 국민 통합' 공약에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신속한 출범'과 '학교 역사 교육 강화 및 역사 연구 기관 운영의 정상화'를 주요 이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른 후보들은 진실화해위원회 관련 정책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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