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인간의 상생은 불가능한가요? 대저대교 건설 강행을 막아 주십시오"
[윤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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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동강하구 파괴하는 대저대교 공사 중단하라" 지난 23일 오후 1시 반,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과 (사) 습지와 새들의 친구 활동가들이 부산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항소심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 박중록 |
지난 5월 23일 오후 3시경 부산고등법원 454호 법정. 대저대교 공사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인들 중 하나이자 (사) 습지와 새들의 친구(아래 습새) 집행위원장 박중록의 떨리는 목소리는 멈추었고, 방청석에서 숨죽이며 듣고 있던 스무 명 가까운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과 습새의 활동가·지지자들 속에서는 공감과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낙동강하구를 가로지르는 대저대교 건설 사업은 24년 전인 2001년 부산시가 수립한 오래된 도시계획에 따른 것으로 지금까지 그 추진여부를 놓고 부산시와 환경청, 부산시와 환경단체는 수차례의 협의와 약속, 협약 파기로 인한 갈등의 시간을 거쳐왔다. 하지만 작년 10월 23일 부산시는 끝내 대저대교 건설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시민행동은 지난 2월 10일 '(대저대교 공사) 고시 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판사 천종호, 강태규, 우희성)는 단 한 번의 심문(2.28)을 거친 뒤 '각하'와 '기각'으로 결론을 내렸고(4.15) 그 '결정문'은 시민행동의 사람들에겐 실망 이전에 황당함부터 안겨주는 것이었다. 결정문은 시민행동 측이 진작부터 조목조목 지적한 바, 박형준 시장의 부산시, 윤석열 정부의 환경청과 환경부가 노정한 저간의 숱한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언급 없이 피신청인인 부산시의 주장대로 가처분 신청인들의 자격만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결정문에 따르면 시민행동과 습새는 '환경상 이익은 그 본질상 개개의 자연인에게 귀속'됨으로 '자연인이 아닌 환경단체'에게는 '법률상 보호되는 환경상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박중록(습새 집행위원장), 박상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하구 주변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일반 국민의 지위에서 갖게 될 보편적 상실감이나 안타까움을 넘어 개별적·직접적·구체적인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이상, 각하의 이유)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 들여온 시민행동의 사람들이 더욱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1심 재판부가 강성화(습새 사무국장) 등 강서주민 5인 신청인의 신청도 기각한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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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동강하구의 큰고니(백조)를 법의 이름으로 지켜주세요" 부산고등법원 454호 법정 앞에 선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과 '(사) 습지와 새들의 친구'의 사람들, |
| ⓒ 박중록 |
1심 재판부가 시민행동과 습새, 박중록과 박상현의 신청을 각하하면서도 언급한 '(자연인이 입게 될) 개별적·직접적·구체적인 환경피해'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일반 시민이 수량화해 제시할 수 있는 방도를 재판부는 가지고 있는가? 또한 재판부는 왜 부산시를 향해서는 대저대교 건설이 낙동강하구의 문화재보호구역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는가?
이날 2심 재판부(판사 박준용, 정현수, 배인영)가 허락한 10여 분 동안 습새의 박중록 집행위원장이 신청인 측 변호인을 대신하여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일련의 '변론'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2심 재판부로부터는 듣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박 집행위원장이 ppt 자료화면을 통해 진술한 '변론'은 다음처럼 요약된다.
① 대저대교 건설 계획은 2001년에 수립된 낡은 도시계획에 기반하고 있는 바, 당시 5개였던 낙동강 하구 횡단 교량은 현재 10개로 늘었음에도 부산의 인구와 부산시가 '연평균 5% 증가한다'고 예측한 교통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② 이로써 부산시민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떠안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③ 그럼에도 부산시는 전 정부의 환경청이 제시한 대안 노선 중 최적 노선을 채택하겠다는 약속마저 저버리고 기존 노선을 밀어붙였고, 대저대교가 큰고니 서식지를 파편화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외면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다 할 현 정부의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은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이 같은 지적은 그간 시민행동과 습새가 입이 닳도록 외친 것들이거니와 박 집행위원장이 2심 재판부에게도 육성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또한 분명하다. 대저대교 공사 중지 가처분 문제는 신청인 자격의 가부보다도 건설 추진 과정에서 노정된 부산시의 협약 파기와 탈법적 졸속 행정, 환경부의 반 환경적 태도, 부산시민이 안고 가야 할 경제적 손실 등의 문제에, 나아가 헌법이 보장한 환경에 관한 국민의 권리에 초점을 맞춰 달라는 요청이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이를 어떻게 들었을까? 나는 모른다.
매년 낙동강하구를 찾아오던 큰 고니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고 그것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법은, 우리의 재판관들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소망해 본다.
2심 재판부가 자연과 인간, 큰고니(백조)와 인간, 낙동강하구와 부산시민, 기후변화와 인류의 생존 간의 상호관련성에 관한 지극히 상식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자연파괴야 말로 인류 전체의 회복하기 불가능한 손해를 낳습니다. 낙동강하구를 찾아오는 큰고니를 지켜주십시오'라는 박중록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시민행동 사람들의 눈물겨운 호소에 귀 기울여 주기를. 또한 그리하여 우리의 법과 재판부가 지구의 크고 작은 공동체가 공유할 공동선의 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대저대교 고시 처분 취소의 소 변론 예정 기일은 오는 6월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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