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울리고 중국마저 위협하는 브라질의 ‘탁구 지존’ 칼데라노

“남미 선수 최초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결승전을 앞두고 휴고 칼데라노(29·브라질)를 이렇게 소개했다.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 선수들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탁구에서 남미 선수로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칼데라노의 위상을 극찬하면서다.
칼데라노는 이날 열린 결승전에서 왕추친(25·중국)을 상대로 1-4(10-12 3-11 11-4 2-11 7-11)로 졌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3게임을 제외한 다른 게임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날 패배와 상관없이 칼데라노에겐 챔피언 못지않은 찬사가 이어졌다. ITTF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정상을 밟은 왕추친의 우승을 축하하면서도 칼데라노를 향해 “브라질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선수 최초로 따낸 세계선수권 은메달이었다. 또한 남미 탁구 선구자로서의 업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념비적인 대회였다”고 했다.
199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칼데라노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가 모두 체육교사로 재직하는 특별한 집안에서 자랐다. 타고난 DNA를 물려받아서인지 어릴 적부터 각종 종목에서 재능을 드러냈는데 인기 스포츠인 축구나 농구 대신 유독 탁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칼데라노는 14살 때 리우데자네이루를 떠나 상파울루에서 본격적인 엘리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남미 주니어 챔피언이 됐고, 2016년에는 고향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16강까지 오르며 브라질 선수로서 역대 최고 성적 타이를 기록했다.
오른손 쉐이크핸드 플레이어인 칼데라노는 한 템포 빠른 공격을 지향한다. 특히 백핸드의 힘이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통한다. 남미 선수답지 않은 집요함도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 8강에서 칼데라노에게 패한 안재현(26)은 “칼데라노는 상대의 단점을 잘 파고든다”고 했다.
프랑스와 독일 유학 생활을 거친 칼데라노는 최근 들어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정점은 지난 4월 마카오에서 열린 ITTF 월드컵. 8강에서 일본의 간판 하리모토 도모카즈(22)를 꺾은 뒤 4강에선 왕추친을 제압했고, 결승전에선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린스둥(20)을 물리쳐 남미 선수 최초의 월드컵 챔피언이 됐다. 이때 우승을 앞세워 칼데라노는 세계랭킹 5위에서 개인 최고인 3위까지 점프했다. 현재 1위는 린스동, 2위 왕추친, 4위 도모카즈, 5위 량징쿤(29·중국)으로 톱5 가운데 유일한 비(非)아시아 선수가 칼데라노다.

경기장 뒤편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는 칼데라노는 앞으로도 세계 최강 중국을 위협할 대항마로 꼽힌다. 어느덧 30대 나이를 앞둔 터라 기량이 떨어질 시기가 찾아왔지만,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하며 세계 탁구 1인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
칼데라노는 “중국 선수들의 압도적인 우세는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들을 이길 수 있고, 그들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면서 “오랫동안 최고를 지킨 중국 선수들을 넘어서기 위해선 결국 더 노력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것이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 연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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