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아테네의 민주주의와 한국의 대통령 선거

데모크라시는 ‘데모스(민중)가 직접 다스린다(크라토스·kratos)’는 뜻이다. 아테네에서 행해진 데모크라시는 오늘날 간접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닌 직접민주주의였다. 아테네의 전 인구가 30만 명 규모였는데 그중에서 시민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정치적 활동이 보장된 30세 이상의 남자는 3만 명에서 6만 명 정도였다. 이들 중에서 공공의회에 참여해 안건을 표결하는 정족수는 6000명이었다. 이 공의회(에클레시아)는 1년에 40회 열렸다. 토론은 자유토론이고, 표결은 거수로 대강 했다.

이러한 방식의 직접민주주의는 인구가 급증한 현대사회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의 제1 시민이라고 극찬한 페리클레스의 리더십으로서 찬란하게 꽃피웠던 것이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페리클레스의 죽음과 더불어 빛을 잃고, 플라톤이 찬양한 스파르타의 영욕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
“나는 우리가 침략을 물리친 찬란한 전투들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들어준 정체(政體)와 생활방식을 언급하고 나서 전사자들에게 찬사를 바치겠습니다. 우리의 정체는 남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남을 모방하기보다는 남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의 이익을 위해 나라가 통치되기에 우리 정체를 민주정치라 부릅니다….” 그의 연설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한국의 21대 대통령선거는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에 비견할 만한 위대함을 지니고 있다. 불민한 리더십으로 민주질서가 영락하는 비극적 상황에서 전 국민이 심혈을 기울여 역사의 방향을 회전시키는 일대 역전드라마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어떠한 선거와도 비교될 수 없는 국민의 섬세한 감각과 치열한 가치와 네이션 빌딩의 창조적 스케일이 개입돼 있다. 나는 한국 국민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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