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 찍은 그 한 표, 한국과 나를 잇는 하루
[오영주 기자]
한국을 떠난 지 벌써 6년. 미국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한국 뉴스를 더 자주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너무 잘 아는 탓일까? 정치·교육·사회 이슈까지 빠짐없이 챙기다 보면, 어느새 내 기분도 한국의 날씨에 따라 바뀌고 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그 말 참 맞는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외국민 투표'(5월 20일~5월 25일) 사전 신청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남편과 나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투표를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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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국민 투표를 신청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안내사항을 이메일로 받게 된다. |
| ⓒ 오영주 |
"오늘은 투표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네?" 남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기대와 설렘이 뒤섞인 그 기분, 꼭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달까.
"투표소는 한국처럼 꾸며놨을까?"
"사람들 많겠지? 아는 사이도 아닌데 괜히 반가울 것 같네."
차 안에선 이런 대화를 주고 받으며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랄리 한인장로교회. 평소 한국 사람이 드문 지역에 살다 보니, 이렇게 많은 한인을 한자리에서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색하면서도 괜히 반갑고, 서로가 서로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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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랄리(Raleigh)에 있는 21대 대통령 재외투표소 |
| ⓒ 오영주 |
준비물은 간단했다. 대한민국이 발급한 사진 있는 신분증 하나면 충분했다. 우리는 여권을 내밀었고 신분 확인을 마친 후 드디어 투표용지를 받았다. 이게 왜 떨리지? 괜한 실수라도 할까 봐 긴장도 되더라.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단순히 종이 한 장이 아닌 것이다. 내가 보여주는 심판이자, 내 목소리를 전달하는 수단인 것이다. 기표하는 그 몇 초 사이, 묘한 감정이 스쳐갔다. 책임감, 자부심, 그리고 과연 이 한 표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
해외 투표는 방식도 조금 달랐다. 한국에서는 신분 확인 후 투표 용지를 받고, 기표한 뒤 잘 접어서 투표함에 넣으면 됐다. 그런데 재외국민 투표는 신분을 확인한 후 투표 용지를 받을 때 봉투도 함께 받는다. 봉투 표지에는 내 신분 정보가 적혀 있는데 기표한 용지를 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직접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복잡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느껴졌다. 내 투표가 소중하게, 정확하게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기더라.
투표는 금방 끝났다.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난 것 같기도 했지만, 동시에 참 뿌듯했다. 멀리까지 와서 나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간다는 게, 마음 한켠에 자랑처럼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랄리의 대형 한인마트에 들러 점심을 먹고 간만에 먹고 싶었던 한식 재료도 트렁크 한 가득 실컷 살 수 있었다. 투표도 하고, 여행도 하고, 장도 보고, 맛있는 점심도 먹었으니 이건 뭐, 1석 3조가 아니라 4조, 5조짜리 하루인 셈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나는 한 표를 던진 게 아니라 마음을 잠시 한국에 다녀오게 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작은 종이에 꾹 찍은 그 한 표가 나와 한국을 다시 이어준 것이었다.
투표는 끝났지만 출발할 떄 느꼈던 그 아침 햇살, 마음의 울림은 아직도 마음에 맴도는 느낌이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오늘 하루 제 마음은 한국에 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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