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품속'에서 만난 전남 장흥의 문인들

박향숙 2025. 5.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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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천관문학관과 한승원 작가 해산토굴기행

[박향숙 기자]

▲ 정남진전망대에서 바라본 장흥 산과 들, 바다와 마을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 박향숙
'어머니 품 장흥'을 향해 출발하는 문학기행단(군산문인협회)이 24일 여행길에 올랐다. 장흥군청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인구수에 비해 볼만한 풍경 사진과 관광객을 유혹할만한 명소소개가 눈에 띄었다.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라는 천관산, 장흥과 주변 사방을 다 보여주는 정남진전망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삼합으로 유명하다는 장흥토요시장, 동학농민혁명기념관, 편백숲 우드랜드 등을 포함하여 자연이라는 어머니의 호흡과 함께 살아가는 장흥!

무엇보다도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씨가 현재 거주하면서 글을 쓰고 방문객도 맞이해준다는 소식에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서 가보고 싶었던 참이었다. 책방 문우들과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한승원 작가가 들려주는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책을 영상과 함께 보면서 한 작가의 말씀을 자주 접하고 있다. 그중 고향에 정착하게 된 계기에 도깨비 얘기를 들려주셨다.

"내 시와 소설의 8할이 바다이고, 나는 바다를 그리워하면서 바닷속에 사는데 바다의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삶으로 돌아가니까 늘 에너지를 얻고 새 삶을 사는 거죠. 20여 년 전, 바다가 그리워서 고향에 돌아와 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 나타난 도깨비가 나타나, '도깨비 나라에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빌려줄 테니까 득량만 바다라든지 하늘이라든지 다 사버려라'고 말했습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한 작가는 타고난 최고의 상인이기도 했던 모양, 이야기를 열심히 써서 세상에 베풀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도깨비와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득량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현 해산토굴(海山土窟)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 작가의 토굴은 한덕산을 병풍으로 득량만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좌청룡 우백호 같은 기운에 사방을 맴도니, 평범한 내 눈에도 과연 이런 곳이 명당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천관문학관내부 오랫벗인 한승원작가와 이청준작가의 소개판
ⓒ 박향숙
기행단의 방문을 환영하는 듯, 토굴 앞 정원에는 분홍빛 하얀빛으로 어우러진 사랑초가 가득하고, 마음을 정갈케 하는 소담한 비석들이 놓여 있었다. 기행단 도착 2시간여 전에 토굴에 다녀가셨다길래, 만나 뵐 수 없음이 매우 아쉬웠지만, 최근 몸이 불편하시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분의 건강이 쾌차하시길, 그래서 직접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오길 기도했다. 토굴 앞 계단에 놓은 낡은 의자가 주인처럼 기행단을 환대해주어서 사진으로 대신했다.

장흥군에서는 한승원 문학관을 건립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당신 생전에는 그냥 문학 학교 이름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하셔서, 토굴 아래 '한승원 문학 학교'을 건립, 해설사들이 상주하고 있다. 전라남도 토굴에서 잘 삭혀진 나오는 남도 사투리로 한승원 작가와 장흥 출신 문학인들(이청준, 이승우, 송기숙 등)의 작품세계를 들려주는 해설사의 목소리와 모습에는 고향과 문인들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다.

장흥 인구 약 3만 5000여 명, 그중 한국 문단 계에 등단한 장흥 문인들만 해도 기백명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문인의 고장이자, 문화의 도시라고 할 만했다. 이제는 노벨상이라는 거대한 탑을 쌓아 올린 한강 작가 덕분에, 명실상부 장흥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장흥을 찾는 문학 지망생들이 많겠구나 싶었다. 내 나이쯤 되면 문학은 차지하고라도, '이런 자연 풍광과 어울려 사는 축복을 줄 테니 거래해보련? '하고 물어볼 도깨비가 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 한승원작가 해산토굴과 문학학교 작가의 집필실, 해산토굴과 문학학교 내 사진방을 찰깍
ⓒ 박향숙
한승원 문학 학교의 방에는 작가의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로 도배된 사진 방이 있다. 한 작가의 가장 친한 벗, 이청준 소설가(호, 미백 1939~2008)를 비롯하여 여러 문인, 딸 한강 작가와의 찍은 사진들이 가득해서, 방문객들이 한꺼번에 유명인사를 만나는 즐거운 탐방이었다.

또한 천관문학관에서는 한승원 작가의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와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서편제> <밀양> 등을 영화로 제작한 내용을 설명하는 기둥을 보며, 문학과 영화의 만남 속에 피어난 장흥이 생생한 문화지역의 산실임이 부럽기도 했다. 더불어 우리 군산에서도 영화의 장소로 제공된 곳이 많지만, 단지 포스터나, 추억의 건물 형식으로만 있을 뿐이어서 문화영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지고한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승원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 영상(참고,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에서 보면,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이런저런 과정을 겪고 온 사람들에게 작가가 들려주는 말(수피의 가르침에서 가져온 말)이 있다.
▲ 해산토굴 앞 사랑초만발 한 작가의 사모님께서 가꾸시는 사랑초꽃밭이 한폭의 그림같다
ⓒ 박향숙
"이제 정말로 마음먹고 글을 한번 써보고 싶어 선생님을 찾아 왔습니다."

"목이 타서 죽을 지경이 된 개가 있습니다. 그 개는 수많은 우물 옆을 지나쳐 달려왔습니다. 모든 우물은 깊었습니다. 거기에는 두레박을 만들어 넣어 힘들게 길어 올리지 않으면 마실 수 없는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그 개는 성급했으므로 그 우물을 외면하고 발을 돌렸습니다. 두레박을 이용하지 않고 수고롭지 않게 마실 수 있는 물을 찾아 헤매면서 달리고 또 달려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난 우물도 매우 깊었습니다. 그 개는 또 그 우물에 절망하고 어디론가 다른 우물을 찾아 달려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 작가는 독자와의 만남을 하나의 숭엄한 우주적인 율동이자 어떤 새로운 역사창조행위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글쓰기도 역시 이런 만남을 통해 창조되고 영혼이 깨어있는 사람만이 쓰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속에 이미 들어있는데, 자신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 당신께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숨어있는 글을 찾아내어 표현하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문학기행 역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문인들과의 필연적 만남이다. 여행하면서 함께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법도 공유하고, 개인 혼자의 사색 시간도 깊어지는 정말 귀한 시간이다. 최소한 여행을 다녀온 날만이라도, 글쓰기 배터리가 충전되어 마음속에서 실눈만 뜨고 일어나기 싫어하는 마음소리의 한 줄이 솟아 나오려 한다. 이 아름다운 신록의 시간 속에 공통의 주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벗들과 함께 문학기행 편대의 시동을 걸어보면 어떨까.
▲ 한승원시인의 시비 해산토굴과 문학학교 정원 곳곳에 자그마한 비석들이 옹기종기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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