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주말휴식권' 없이는 '진짜 주4일제'도 없다
서비스노동자들은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과 내란세력에 맞서 국회 앞에서, 한남동에서, 광화문에서, 일상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을 걸고 123일간 광장정치세력과 함께, 가장 앞장에서 투쟁해 왔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4월 4일 윤석열파면이고, 6.3 조기대선입니다. 이번 조기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빛의 혁명을 이끌었던 노동자민중의 삶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바뀌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이 건설되어야 합니다. 이에, 서비스연맹은 내란 이후 서비스노동자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연재합니다. <기자말>
[전주희]
언제부턴가 노동시간 단축 공약은 적어도 대선 국면에서는 좌, 우 따로 없이 경쟁적으로, 때로는 마지못해 제출되었다. IMF 위기와 함께 치러진 1997년 15대 대선을 제외하고, 16대 대선에서는 '주5일제'가 쟁점이었고, 17대 대선에서는 '주52시간제'가 화두였다.
'주4일제' 공약이 등장한 것은 2022년 20대 대선 때였다. 정의당은 대선 전부터 주4일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포괄임금제 폐지를 전면에 띄웠고, 민주당은 주 4일제 도입을 주저하면서도 결국 '주4.5일제 단계적 도입, 포괄임금제 제한'으로 공약화했다. 반면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집권 시절 유연화를 통한 장시간 노동의 확대, '주69시간' 논란으로 좌초되었지만, 이번 21대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공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문수의 노동시간 구상은 그가 장관으로 있었던 2024년 9월, 한국노동연구원과 서울대 주최로 열린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의 내용으로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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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
| ⓒ 연합뉴스 |
이제 당분간 노동시간 단축 공약과 정책 관련 논쟁은 주4일제를 중심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경영계는 임금상승 압박과 노동생산성의 요구를 들어 노동시간 유연화를 더욱 전면에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신자유주의',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를 바꿔버렸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다'라는 말이 있다. 여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사회의 노동시간 단축 흐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는 노동시간 유연화의 역사다'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노동자들의 시간불평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더 이상 보편적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벌어지는 '제도적 틈' 때문이다. 가령, 박근혜 정부는 대선 때부터 약속한 '주 52시간'을 실제로 추진했다. 그러나 동시에 특별연장근로를 8시간 허용하는 '근로시간 연장'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를 이어받아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지만,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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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3월 9일 오전,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반대하는 <노동시간 개악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주단위로 관리되던 법정 노동시간(기본 40시간, 12시간 연장근로 허용)을 달과 연 단위로 하도록 하여, 최대 주6일 69시간까지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
| ⓒ 민주노총 |
'휴식'을 중심으로 노동시간 단축 전략 새로 짜기
불안정 고용이 일반화되었다는 말도 이제는 현실을 다 설명해 내지 못한다. 불안정 고용이 지속적으로 다변화되고, 자영업, 정규직의 업무조차 플랫폼화·프로젝트화되면서 불안정 고용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펜데믹으로 증가된 노동시간과 노동장소의 유연화(탄력근로, 재택근무 등), 디지털 노무관리 방식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기업의 노동관리경영은 매우 유연화되고 있다. 이는 노동과 생활, 노동과 휴식의 경계를 허문다.
다른 한편으로 시간불평등을 강화한다. 그런데 시간불평등이 강화될수록 '법정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시간 단축의 요구가 더 이상 보편적이기 어려운 국면에 놓이는 동시에, 갈수록 허물어져가는 '법정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는 난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노동시간 법적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진짜 주4일제'와 같은 구호는 표준적인 노동체계에서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노동 관리·통제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의 불안정화·유연화가 극심해진 지금의 노동시간 단축 전략으로는 불충분하다.
이제 노동시간 단축의 패러다임을 '노동'이 아니라 '휴식'을 중심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은 여가와 휴식을 확대해주는 대신, 소비자본주의에 종속되거나, 공짜노동, 그림자노동, 평생동안 이뤄지는 재교육훈련, 대기노동 등으로 휴식의 시간 잠식해왔다. 그렇다면 노동자 관점에서 '휴식'의 의미를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간 전략을 다시 짜는 것이 가장 긴급한 과제가 아닐까.
지금까지 '휴식'의 법적 정의는 노동의 대가였다. 오전 4시간 일 해야 1시간의 식사와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었고, 하루 총 8시간 노동을 해야 그 이후의 휴식시간이 뒤따라 왔다. 그러나 이는 꽤 오래된 자본주의적 '통념'이다. 애초에 휴식이 먼저다! 휴식은 노동자의 정신적, 신체적 재생산에 필수다. 휴식을 취한 노동자만이 다음날의 노동을 보장한다. 따라서 휴식은 노동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노동의 전제다.
'휴식'을 중심으로 노동시간 전략을 구상해보자. 휴식은 노동시간의 길이처럼 양적으로만 계산되어서는 안된다. 충분한 휴식이란 충분한 시간은 필수이고 사회적 관계, 문화적 향유, 그리고 이를 보장하는 생활임금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휴식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동시간을, 어떤 임금을, 어떤 고용형태를 요구할 수 있을까? 법정 노동일을 줄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노동시간 단축 전략은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서비스 노동자의 '주말휴식권' 투쟁에 주목하자
마트 노동자,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 노동자, 관광레저산업 노동자 등 주로 여성·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주말휴식권 쟁취 투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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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30일, 서비스연맹은 광화문광장에서 <대선 후보에게 바란다! 모든 노동자의 주말휴식권 보장하라!’ 주말휴식권 보장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
"광장의 시민들은 다가올 새로운 사회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주4일제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노동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휴식의 질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대선 후보에게 바란다! "모든 노동자의 주말휴식권 보장하라!" 주말휴식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2025.04.30)> 에서 서비스연맹 정민정 사무처장 발언 중
때문에 서비스 노동자들의 '주말휴식권 쟁취 투쟁'은 갈수록 법 바깥으로 밀려나는 여성·저임금·불안정 노동이 집중된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뒤늦은 노동권 회복 투쟁으로 한정지으면 안된다. 서비스 노동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모두가 쉬는 날, 함께 쉬는 것의 중요성'을 그들의 노동과 삶을 통해 체득했다. 남들 쉴 때 일하면서 그 노동의 가치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서비스노동자들의 '취약성', 이는 '사회적 휴식권'의 중요성을 매우 진지하게 제기하게 된 역량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대선 한가운데서 '모두의 주말휴식권'을 제기한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 전략을 새로 짜기 위한 예시적 선언이자 현재 벌어지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전주희님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이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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