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단오제에 오신다면 '여기'는 꼭 들러보세요
[최다혜 기자]
금도끼도 은도끼도 낡은 쇠도끼까지 한아름 다 안겨주던 다정한 심판관을 기억하실까? 맞다. 바로 산신령이다. 정직한 나무꾼에게는 너그럽고, 욕심꾸러기에게는 엄격하니 시원한 결말에 속이 편안하다. 한국인들에게 산신령이란 존재는 믿음직스럽고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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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지 올해로 스무 해 째 입니다. 스무 살 단오는 5월 27일(화)~6월 3일(화) 동안 열립니다. |
| ⓒ 최다혜 |
하지만 강릉 단오를 단순히 먹고 노는 잔치로 끝내기에는 아깝다. 무엇보다 강릉 단오는 신라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주가 아닌 강원도 강릉에서 신라의 흔적을 찾을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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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에서 바라보는 대관령. 대관령에는 공식 산신(山神)이 있다. |
| ⓒ 최다혜 |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자. 대관령 산신은 대체 누굴까? 동화속에서나 듣던 존재가 강릉 대관령에도 있다고? 그는 바로 김유신. 여러분께서 알고 계신 장군 김유신이 맞다. 젊었을 때 기녀 천관의 집으로 자율주행하던 말의 목을 자르는 바람에, 노랫말에도 '말 목 자른 김유신'으로 등장하는 바로 그 김유신이다.
하지만 무고한 말의 생명을 해친 젊은 날의 사건에만 집중하기에는 그의 공이 너무 크다. 김유신은 무려 삼국통일을 이뤄낸 대장군이자 신라의 영웅이니 말이다. 왕족이 아님에도 '흥무대왕'이란 이름을 받아 그의 후손들까지 왕족의 예우를 누렸다.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도 그는 여전히 통일 영웅으로 존경 받았다.
통일 영웅은 대관령 산신이 되어 산신당에 모셔졌다. 김유신이 언제부터 대관령 산신으로 모셔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조선시대에도 김유신은 대관령 산신이었다. 허균이 쓴 <성소부부고>에 강릉 사람들이 단오날이면 김유신을 대관령 산신으로 모시고, 유교적 제례를 치렀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유신이 어렸을 때 대관령에서 산신에게 검술을 배웠고, 훗날 대관령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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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 산신 김유신을 모신 산신당 |
| ⓒ 최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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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 산신 김유신을 모신 산신당 |
| ⓒ 최다혜 |
유명세로 따지자면 대관령 산신 김유신이 더 높지만, 단오제에서 만큼은 대관령국사성황신이 주신이다. 그래서 김유신에게 제례에 이어 바로 대관령국사성황신에게 제례를 지낸다. 이 때 초헌관(제관)은 강릉시민을 대표하는 강릉시장이 맡는다. 강릉을 지켜주는 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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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 산신당(오른쪽 하얀 건물) 바로 아래에 대관령국사성황당(왼쪽 노란 건물)이 있다. |
| ⓒ 최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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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신라의 고승이자 왕의 스승인 범일국사. 그는 대관령국사성황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
| ⓒ 최다혜 |
신라의 경문왕, 헌강왕, 정강왕이 범일국사를 왕의 스승으로 추대하였다. 하지만 범일국사는 한사코 사양했다. 대신 강릉에 남아 법문을 펼치고, 불교를 발전시켰다. 번듯한 출세의 길을 스스로 마다한 셈이다. 당시 강릉 사람들에게 범일국사는 얼마나 든든하고 기댈 구석이었을까. 기꺼이 존경하며 따를 만한 지식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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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천 우물. 범일국사의 어머니 문씨가 석천 우물에서 물을 마시고 범일국사를 잉태하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
| ⓒ 최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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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바위. 갓 태어난 어린 범일국사가 이곳에 버려졌지만, 학이 보살펴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
| ⓒ 최다혜 |
그러나 범일국사의 어머니 문씨는 아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 출산으로 아팠던 몸을 추스리자마자, 아이를 찾아 헤맸다. 커다란 바위 아래서 아기를 발견했는데,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학이 날개를 덮어 아기를 보듬고, 열매를 입에 넣어주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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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산사지 당간지주.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돌로 만든 당간지주 중 가장 크다. |
| ⓒ 최다혜 |
굴산사는 현재 남아있지 않다. 1100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건물은 모두 소실되고 터와 '당간지주'만 남았다. 당간지주란, 불교 행사를 할 때 깃발을 걸었던 거대한 기둥이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돌로 만든 당간지주 중 가장 크다. 이를 통해 구산선문(九山禪門) 굴산사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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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산사지. 여기는 굴산사가 있던 터다. 넓은 들판에 석천 우물, 학바위, 승탑(범일국사의 무덤으로 추정)이 모두 모여있다. 굴산사지 당간지주도 여기와 가깝다. |
| ⓒ 최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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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단오 봉안제. 국사여성황(정씨녀)와 범일국사가 만날 수 있도록 지내는 제사다. (강릉단오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
| ⓒ 강릉단오위회 |
"딸과 결혼하고 싶소."
살아있지 않은 사람과 결혼이라니! 부모님은 거절한다. 하지만 며칠 후, 범일국사가 부리는 호랑이가 나타나 정씨녀를 태우고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부모님은 딸을 찾아 혼비백산 헤매다가, 대관령국사성황당으로 찾아간다. 안타깝게도 그곳에는 혼이 빠져나간 딸의 몸만 남아 있었다. 화공을 불러 딸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딸의 시신은 수습해 갔다.
그 후, 정씨녀는 국사여(女)성황이 된다. 음력 4월 15일이면 김유신, 범일국사의 제사에 이어 정씨녀에게도 제사를 지낸다. 음력 4월 15일은 범일국사와 정씨녀의 결혼기념일인 셈이라, 부부가 1년에 단 한 번, 단오 때에 만날 수 있도록 봉안제를 지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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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사당. 강릉 대도호부 관아 내의 건물로 단오 신주(술)을 빚는 곳이다. 단오 축제장과 가깝다. |
| ⓒ 최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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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리취모찌. 강릉 단오를 맞아 수리취떡을 먹는다. 수리취모찌는 수리취떡의 변주로, 흑임자, 카스텔라, 인절미 등을 묻히고, 모찌 안에는 달콤한 앙금이 들어있다. 강릉단오장 근처 월화거리에서 구입할 수 있다. |
| ⓒ 최다혜 |
강릉단오장 근처 월화거리에서 수리취모찌를 사서 10분 정도 걷자. 단정한 모습의 강릉 대도호부 관아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도호부 관아의 칠사당은 매년 단오 신주(술)를 빚는 장소 아닌가. 따라서 단오를 진하게 즐기고 싶다면 칠사당 벤치에서 수리취모찌를 먹어보자. 수리취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좋은 경험은 머리와 가슴과 입이 즐거운 법이다. 단오는 유네스코가 인정하고, 지역민이 긴 역사를 지켜온 축제이자, 국가문화유산이다.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강릉시청누리집, 강릉단오공식홈페이지, 역사학자 황윤의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강원도 여행>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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