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후보들 구체적 로드맵 안보여"

다음 정부는 임기 말인 2030년까지 국제 사회에 공언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해야 한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감축해야 하는데, 수출기업의 운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NDC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재하는 2차 대선 후보 TV토론(사회 분야) 주제 중 하나인 '기후위기 대응방안'에서 구체적인 공약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2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과 토론 등을 통해 ▶2040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 폐쇄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RE100 산업단지 조성 ▶햇빛·바람 연금 확대 ▶전기료 지역별 차등제 등을 제시했다. 지지율 상위 3위 이내 후보 중 가장 구체적이긴 공약이긴 하나, 2030년까지 구체적인 NDC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길수 고려대 공대 학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에너지고속도로는 제주와 전남 지역에 설치된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를 쓰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송전망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 설득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학장은 "아무리 빨라도 2031년은 돼야 서해안에 '고속도로' 한 축이 생기기 때문에 2030년 NDC 달성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전기료 지역별 차등제는 기업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유치하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설계만 잘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정부부처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공약 내용은 기후변화 대책이라기보다는 기후로 인한 재난 대비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직전 대선 때의 국민의힘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캠프 공약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달성 방안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데, 이런 원론적인 내용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의 에너지 공약에 관해 이 소장은 "AI 산업을 위해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전) 확대를 공약했는데, 지금부터 추진해도 10년 이상 걸리는 먼 훗날의 얘기라 시급한 온실가스 감축과 전력 수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 등에서 아예 기후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5년 남았는데…아직도 14.2% 감축에 불과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잠정 6억2420만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배출량(7억2760만t) 대비 14.2% 감축된 수준이다. 향후 5년 이내에 연간 배출량을 4억3656만t 밑으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인공지능(AI) 발전으로 감축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한국은 아직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지난해 기준 전력 생산으로 배출되는 1인당 온실가스양이 전 세계 1위로 집계됐다.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거로 한 무역 장벽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철강·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의 배출을 규제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탄소 배출을 근거로 한 무역 장벽이 예고된 가운데 애플·구글·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도 탄소중립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기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대비 60% 이상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아이폰 생산 시 배출하는 온실가스엔 산정 방법에 따라 부품사가 배출한 온실가스도 포함된다. 때문에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애플·구글 같은 대형 고객사로부터 온실가스 감축량을 상향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한편, 복수의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캠프는 27일쯤 발표를 앞둔 공약집에 기후에너지부 신설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발표한 공약대로라면 현행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실과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을 합치는 안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정부 부처 개편에 관해서는 환경부와 산자부의 반발이 크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전방위 대응을 위해 기후경제부가 필요하다" 등 이견도 제시돼 마지막까지 고심해야 한다는 말도 전해진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 경쟁이 산업별로 매우 심해, 미국과 중국·유럽도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도움 없이는 굴지의 대기업도 쉽지 않은 환경인 만큼, 정부 조직 개편부터 정책까지 한걸음 한걸음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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