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먹는샘물 '지하수 증산', 첫 관문 통과...제주도 가결 이유는?

윤철수 기자 2025. 5. 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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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위원회, 1일 취수량 '월 3000톤→4400톤' 변경안 가결
항공사 합병, 기내용 확대 필요성 사실상 인정..."법률적 하자 없어"
"지하수 자원영향도 미미한 수준"...기내용 外 확대분은 불인정
지역사회 이익환원 '권고'...공 넘겨받은 제주도의회 판단은?

[종합]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생산을 위한 지하수 취수량 증량 신청이 첫 관문인 제주특별자치도 심사 단계를 무난히 통과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계열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기내용 생수 공급을 위한 증산이 불가피하다는 한진그룹의 설득 논리가 상당부분 인정된 결과로 해석된다.

30여 년만에 지하수 증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제주도의회 최종 판단만을 남겨두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산하 지하수분과위원회(지하수위원회)는 22일 오후 제주문학관에서 회의를 열고 한국공항㈜이 제출한 지하수 취수량 증량 신청의 건을 심사해 조건부 가결했다. 

'조건부'의 내용은 기내용 공급 목적 외로는 확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한국공항은 현행 월 3000t(1일 100t)인 지하수 취수량을 4500t(1일 150t)으로 확대해 달라고 신청했다. 

심사에서는 기내용 생수 공급을 위한 증량분은 모두 수용하면서, 사무실 사용 분의 증량(100t)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청안(4500t)보다 100t 적은 월 4400t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가결했다. 기내용 확대는 인정하나, 그 외 목적의 확대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체적 취수량이 일부 축소 조정되기는 했으나, 한국공항㈜에서 요청한 내용이 거의 반영된 셈이다.

이번 제주도 지하수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는 기내용 생수 확대 필요성과 더불어, 지하수 증량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문제 없음' 판단이 나온 부분도 주목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한국공항㈜ 먹는샘물 증량 허가 심사에서는 법적 요건 및 적정 취수량과 영향범위 등에 대해 국책연구기관 관계자, 교수,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가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검토 결과, 우선 법적 요건과 관련해서는 2017년 변경허가 반려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제주도가 패소함에 따라 법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심사를 앞두고는, 2017년 행정소송 결과 외에도 현행 제주특별법의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의 제한 및 취소' 규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특별법 380조에서는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려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허가를 해서는 안된다고 제시하고 있는데, 예외 규정에서도 지방공기업이나 공공급수로 한정하고 있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민간 업체의 '제조.판매'는 허가는 원천적으로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하수위원회는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증량은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렷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증량이 지하수 자원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심사에서는 한국공항㈜의 현재 월 취수허가량(3000t)은 도내 전체 지하수 허가량(월 4512만 1000t)의 0.0066% 수준으로 제주개발공사 먹는샘물(10공, 취수허가량 월 13만 8000t)과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량이 신청된 표선수역의 경우, 지속이용가능량(월 956만 6000t)에 비해 현재 이 지역 전체 취수허가량(241만 1000t)은 25.2% 수준으로 사용 중이란 점도 제시됐다. 
 
결론적으로 법률적 검토 결과 하자가 없고 표선수역에 충분한 여유량이 확보돼 있어 취수량 증량이 지하수 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 속에서 가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하수위원회는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기업이 지역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먹는샘물 지하수는 2년마다 연장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속적 사후관리 대상으로, 정기적인 점검과 감독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면서 "이번 한국공항㈜가 신청한 먹는샘물 지하수영향조사서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의회 동의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민의 소중한 수자원인 지하수 보전과 관리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하고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지하수 증산 오랜 논쟁...공 넘겨받은 도의회 판단은?

이제 공은 제주도의회로 넘어갔다.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 관리 조례에 따라 최종 결정은 도의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비록 제주도 심사 단계에서는 한진그룹 측의 설득 논리가 통했으나, 이러한 분위기가 도의회 심사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수는 미지수다.

지역사회에서는 신중론과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골프장과 대형 호텔의 지하수 사용량이 막대한데다, 한진그룹이 최초 200톤으로 허가 받은 적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지역사회 환원조건을 전제로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번 지하수 증량이 제주 지하수 공수화 원칙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따라서 도의회 심사 과정에서는 '공수화 원칙' 부분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에서 지하수를 먹는 샘물 제품으로 개발한 기업은 삼다수를 생산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 그리고 대한항공 기내용 음용수인 한진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하는 한국공항㈜ 뿐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0년 개정한 제주특별법을 통해 제주 지하수를 도민 공유자산으로 설정하고, 사유재로 이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공공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수(公水)화 원칙'을 수립한 바 있다. 지하수 개발과 관련해서는 공수화 원칙이 핵심기조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한국공항의 경우 공수화 원칙이 적용되기 이전부터 생수 생산 허가가 이뤄진 것이어서, 다소 예외적 부분이 있다.  

1984년 제주도 최초로 먹는샘물 제품 '한진제주퓨어워터'를 개발해 현재까지 대한항공 기내음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한국공항㈜은 최초(1993년) 1일 200t 규모로 허가 받았다. 그러나 1996년 실제 사용량에 비례해 1일 취수량을 100t으로 줄이는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30년 가까이 '100t' 규모가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공항㈜은 항공여객 수요 증가를 이유로 취수량을 최초의 허가 수준대로 환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 원칙을 내세운 도의회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동안 증량신청이 이뤄진 것만 5차례에 이른다. 이 중 '120t'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3년, '130t'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7년에는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2018년에는 150t으로 늘려달라는 신청이 이뤄졌으나, 제주도에서 반려하면서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공항㈜은 제주도를 상대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후 더 이상 증량 신청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한진그룹으로 편입되는 등의 계열 항공사 확장을 명분으로 7년 만에 다시 증량을 신청하고 나선 것이다. 한진그룹 측은 앞으로 지역사회 환원을 강화할 뜻을 밝히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공을 넘겨 받은 제주도의회는 오랜 논쟁의 '지하수 증산'에 대해 최종 어떤 판단을 내릴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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