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통해서" 병원 가기 힘든 이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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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못 알아들으면 수술 못 한대요."
최근 기자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베굼 룩사나씨(66)는 동맥 수술 결정을 위해서만 신경과를 두 번 찾았다.
룩사나씨는 "MRI, CT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못 찍는다고 해 한국말을 아는 외국인 친구들을 불러 겨우 찍었고, 찍을 때도 손 제스처로 안내를 받았다"며 "수술은 의사소통이 안전상 중요한 문제라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안 된다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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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못 알아들으면 수술 못 한대요."
최근 기자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베굼 룩사나씨(66)는 동맥 수술 결정을 위해서만 신경과를 두 번 찾았다. 경동맥 협착증을 진단받고 검진하는 등 병원을 총 4번 다녔지만, 'MRI, 뇌혈류 초음파 검사' 등의 의료 용어는 여전히 낯설다. 룩사나씨는 "MRI, CT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못 찍는다고 해 한국말을 아는 외국인 친구들을 불러 겨우 찍었고, 찍을 때도 손 제스처로 안내를 받았다"며 "수술은 의사소통이 안전상 중요한 문제라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안 된다더라"고 말했다.

수술 결정의 문턱에서 '언어의 벽'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룩사나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과 법무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4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156만명 중 9만 3000명이 지난 1년 동안 병원을 가지 못한 경험이 있고, 그중 3만 6000명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중증 질환 검진과 수술·시술은 높은 벽이다. 중증 수술의 경우 의료진과 환자 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과거 병력, 수술 방법, 예상 결과 등을 수술 당사자와 이야기한 뒤 동의를 얻어야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대형 병원의 상세 진료내용부터 수납과정까지 통역이 없으면 치료받기 힘들다는 외국인이 많다.

이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 동부외국인주민센터는 5월부터 서울시 동행 의료통역지원단을 통해 통역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룩사나씨 또한 우르두어 통역사 에마드 무바실씨(47)와 통역 멘토 임경진씨의 도움을 받아 수술 절차에 관해 설명을 듣고, 수술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의사와 통역 멘토가 수술 절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에마드 무바실씨가 우르두어로 룩사나씨에게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현장 곳곳엔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특히 소수 언어 통역 서비스는 절차가 복잡하다. 의료 전문성과 통역 실력을 모두 갖춘 통역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르두어를 통역하는 에마드 무바실씨는 "의료 용어가 일상에서 쓰는 말과 달라서 어렵다"며 "'신경생리검사실','흉부외과' 등은 한국에서 20년 살았지만 낯설다"고 했다. 의료 전문 용어뿐 아니라 접수부터 수납까지 병원 절차를 안내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의료 전문 지식이 있는 한국인 통역 멘토가 붙어야 한다.
중증 환자, 수술, 입원에 우선 통역이 제공되고 있어서 경증 질환을 앓고 있는 외국인은 차순위로 밀린다는 점도 문제다. 증상이 경미해 보이지만 실제로 본인도 모르는 중증 질환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의 의료 편의를 위해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의료기관에 수많은 언어가 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병원 전문용어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고, 오역되지 않도록 검수한 책자나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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