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와 함께 간 명동성당... 죽음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노태헌 기자]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흘러왔다는 느낌은 때때로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떠올라 우리를 멈추게 한다. 특히 수십 년 동안 알아온 오랜 지인과 시간의 사이에서 만날 때 분명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진다.
내게는 그런 시간이 고등학교 시절 은사를 만날 때다. 스승과 함께 할 때마다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때는 돌 하나에 추억 하나처럼, 조심스레 기억의 강을 건넌다. 아무리 먼 강물과 바다를 건너더라도, 사람도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고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내면에 담고 살아온 가치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한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사이를 바라보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어떤 본질을 나는 은사와 함께 나눈다. 그리고 그것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은 주위에 흘러 다니는 따뜻한 마음 덕분일 것이다.
마주 보고 나누는 경험과 생각은 잊고 지냈던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 둘 연달아 떠올리게 한다. 그중에는 젊은 날 가슴속에 품었던 급진적 이상과 열망까지도 불러내어 현재의 희미한 미소로 되살아나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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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성당 5월의 명동성당.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120년이 넘도록 이 자리를 지켜온 공간을 다녀갔을까. |
| ⓒ 노태헌 |
지난 17일, 은사와 만나 함께한 점심은 남대문 근처 송옥에서였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메밀국수 전문점. 간판도, 자리도, 맛도 옛 그대로다. 그는 이곳을 좋아한다. 메밀은 성질이 차고 서늘하여, 더위에 약한 사람에게 좋은 곡물이라고 은사는 말했다.
그리고 반전이 있다고. 무즙을 곁들이면 그 매운맛이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양과 음의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동양철학의 조화로운 상생과 순환의 이치가 한 그릇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남대문시장을 한 바퀴 돈 뒤, 우리는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명동성당'은 '명동 대성당'이라 불러야 더 어울릴 법하지만, 처음부터 이 이름으로 불렸기에 사람들은 담담히 '명동성당'이라 부른다. 봄날의 '명동성당'은 특히 더 정감 있고 아름답다. 꾸미지 않은 경건한 분위기, 조용히 성당 곳곳에 있는 사람들, 잘 가꿔진 조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 공간은 종교적 공간을 넘어 하나의 정신적 쉼터로 다가온다.
하지만 '명동성당'은 단지 아름다움 만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명동성당'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마다 조용하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1898년, 프랑스 선교사 블랑 주교가 설계하고 고종의 허가를 받아 세워진 이 성당은, 종교적 박해를 이겨낸 순교자들의 넋을 품은 곳이자, 70~90년대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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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건한 예배당 성당은 365일 열려있다. 차별하지 않는 공간. 사람에게 온정을. |
| ⓒ 노태헌 |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와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며 함께 미사를 드린 순간은, 말보다 더 큰 공감의 기록으로 우리 가슴에 심어졌다.
나는 그 장면들을 사진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진 속 눈빛과 자세만으로도 울컥하게 된다. 진정한 위로는 언어보다 깊은 층위에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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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영오씨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지난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던 모습(자료사진). |
| ⓒ 교황방한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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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인드글라스 햇빛에 비친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 |
| ⓒ 노태헌 |
반면,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자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발터 벤야민은 자본주의를 '종교 없는 시대의 종교'라 말했다. 교의도, 구원도, 종말도 없는 자본주의는 그저 멈추지 않는 '죄책감의 제의'일뿐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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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성당의 첨탑 빨간 벽돌타일과 십자가, 그리고 시계가 조화롭다. 100년 넘는 시간동안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반겨주었겠지. |
| ⓒ 노태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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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을넘어 영원한 은사님. 실천적 삶의 지혜를 그로부터 배워간다. 언제나 배운다. |
| ⓒ 노태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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