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레전드도 가차 없다, 프로농구 감독 벌써 절반 물갈이

이준목 2025. 5. 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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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리그' 접어든 남자 프로농구에 대대적인 감독 교체 바람

[이준목 기자]

 고양 소노 감독이었던 김태술
ⓒ 연합뉴스
2024-25시즌을 마치고 '에어컨 리그'에 접어든 남자 프로농구(KBL)에서 대대적인 감독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5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체 10개 구단 중 절반에 해당하는 5팀의 감독이 교체됐다.

가장 먼저 고양 소노가 김태술 감독과 결별하고 손창환 전력분석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안양 정관장은 김상식 감독 후임으로 유도훈 전 한국가스공사 감독을 영입했고, 울산 현대모비스는 조동현 감독에 이어 양동근 코치를, 부산 KCC는 전창진 감독의 뒤를 이어 이상민 코치를 각각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유도훈·이상민 감독이 풍부한 지도 경력을 갖춘 베테랑이라면, 손창환·양동근 감독은 이번이 첫 사령탑 데뷔인 초보 감독이다.

지난 21일에는 수원 KT가 송영진 감독과 전격 결별했다. 송 감독은 2023년 4월 KT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사령탑으로 데뷔했지만, 3년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2년 만에 물러났다. KT 구단은 조만간 신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프로농구에서 시즌 종료 한 달도 되지 않아 이처럼 다수의 감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사례는 드물다. 불과 1년 전, 2023-24시즌 종료 직후에는 단 한 명의 감독도 바뀌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상식·전창진·조동현 감독은 계약 기간 만료로 물러난 경우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감독은 송영진·김태술 두 명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시켰는데도 소용없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올 시즌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음에도 물러난 감독이 세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김상식 감독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DB를 꺾고 안양 정관장을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조동현 감독과 송영진 감독은 각각 현대모비스와 KT를 4강에 올려놓았음에도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우승이 아니면 어떤 성적도 감독에게 안전판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상민과 양동근 신임 감독은 모두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출신으로, 본인이 활약했던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상민 감독은 현역 시절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에서 데뷔해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과 정규리그 MVP 2회를 수상했다. 양동근 감독은 현대모비스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으로, 챔피언결정전 6회 우승과 정규리그 MVP 4회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KCC는 2023-24시즌에 정규리그 5위팀 최초로 챔프전 우승이라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올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에 9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상민 감독은 앞서 삼성 감독 시절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아픔이 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KCC에서 그는 친정팀 재건과 개인 명예 회복이라는 두 과제를 안고 새 도전에 나선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리그 최다 우승(7회)을 기록한 팀이지만, 양동근 감독의 현역 은퇴 시즌인 2018-19시즌 이후 추가 우승이 없다. 현대모비스의 전성기를 이끈 유재학 감독(KBL 경기본부장)의 후임으로 팀을 맡았던 조동현 전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선수 구성 대비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양동근 감독은 팀의 레전드이자, 2021년부터 코치로 경험을 쌓아온 '준비된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손창환 고양 소노 신임 감독은 이번 여름 가장 파격적인 인사로 꼽힌다. 손 감독은 1999년 정관장의 전신 안양 SBS에서 데뷔해 4시즌 동안 단 29경기를 소화하고 조용히 은퇴한 무명 출신이다. 대부분 스타 선수나 유명 코치 출신이 감독이 되는 프로농구에서 드문 사례다.

손 감독은 친정팀 정관장과 고양 데이원·소노를 거치며 코치와 전력분석원 등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데이원이 KBL에서 제명된 시절,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공사장 일용직까지 했던 미담이 농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소노는 지난 2024-25시즌 김승기 전 감독의 선수 폭행 파문과 김태술 전 감독의 조기 경질을 거치며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손 감독은 20년 가까이 지도자와 프런트 업무를 오가며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고, 내부 사정에 밝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노의 '또 다른 모험'이라는 평가도 있다.

유도훈 감독은 2023년 대구 한국가스공사 시절 구단과의 갈등으로 불미스럽게 경질된 이후 2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1967년생인 그는 기존 최고령이었던 전창진 감독(1963년생)의 퇴진으로 차기 시즌 최연장자 감독이 됐다. 유 감독은 2007-08시즌 정관장의 전신 안양 KT&G에서 감독으로 데뷔했고, 17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하게 된 셈이다.

그는 가스공사의 전신 인천 전자랜드 시절 수차례 플레이오프 진출과 창단 최고 성적인 챔프전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긴 지도자 경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우승 경험은 없으며, 가스공사 말년에는 평가가 좋지 않았다. 젊은 감독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프로농구에서 유일한 1960년대생 감독이 된 유도훈 감독이, 통합 우승을 일궈낸 전임 김상식 감독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송영진 감독을 전격 교체한 KT의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른 구단들은 감독 교체에 나름의 명분이 있었던 반면, 송 감독은 부임 전 시즌 8위였던 팀을 맡아 2년 동안 챔프전 준우승과 4강 진출이라는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KT가 챔프전에 오른 것은 무려 17년 만이었다. 게다가 송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코치를 거쳐 10년 넘게 구단에 헌신한 'KT의 레전드'이기도 하다.

KT는 '우승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계약 기간이 만료된 최현준 단장과의 결별도 동시에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FA 최대어로 꼽히는 에이스 허훈의 잔류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구단 수뇌부의 공백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KT는 가스공사와 함께 아직 챔프전 우승이 없는 유이한 구단이다. 성과를 낸 송 감독을 내친 만큼, 팬들을 납득시킬 만한 확실한 감독 선임과 허훈의 잔류, 전력 보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KT는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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