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게로 야생동물 보호 성과 계산? 이런 ESG 홍보가 어딨나"
[김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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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 연안으로 밀려온 플라스틱 해양 폐기물(좌측)와 사체로 발견된 바다거북 |
| ⓒ 바다살리기네트워크 소속 단체 디프다제주 |
전국 해양보고단체협의체 바다살리기네트워크가 환경단체이자 전국 반려해변 운영사무국인 사단법인 이타서울이 제공한 데이터를 토대로 산업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기업 코오롱ENP가 낸 'ESG 홍보 자료'를 두고 "환경단체가 ESG 그린워싱의 논리 구조를 대기업에 제공한 심각한 사안"이라며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의 발단은 코오롱ENP가 이타서울이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15일자 보도자료였다. 이 보도자료에는 '코오롱ENP가 수거한 해양쓰레기 854kg이 일회용 500ml 페트병 약 5만 5천개에 해당하며, 이는 푸른바다거북 약 6천 마리를 보호한 효과'라는 내용이 담겼다. 코오롱ENP 지난 14일, 임직원 40명과 함께 첫 공식 반려해변 정화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바다살리기네트워크는 즉시 "해양쓰레기 수거량을 멸종위기종 보호 개체 수로 단순 환산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인 조작된 서사"라며 "쓰레기 멸종위기종을 보호 수치로 환산하는, 이른바 '가상의 환산법'은 매우 위험하며 생명의 가치를 환산해 기업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환경단체로서 책무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런 행위는 마치 해변 쓰레기 수거가 멸종위기종 보호활동이라는 인상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와 통화한 최은원 바다살리기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번 사안에 대한 심각성과 환경단체로서의 책무, 기업의 ESG 활동에 있어 환경단체의 역할 등을 지적했다. 한유사랑 이타서울 대표 또한 이같은 비판을 인정하며, 그러한 보도자료가 작성되고 배포된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다음은 최은원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그리고 한유사랑 대표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최은원 바다살리기네트워크 사무국장] "생명의 가치 수치화해 홍보에... 부적절"
- 예외적으로 이번에 특별히 성명서를 냈다. 어떤 사안 때문이었나.
"처음이다. 우리는 16개 환경단체가 함께 움직인다. 단체 소통방에서 한 분이 기사를 하나 공유해주셨다. 수거한 일회용 페트병 5만여 개가 푸른바다거북 6천 마리를 보호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푸른바다거북 6천 마리를 데려와 치료해 보호해 주는 활동인 줄 알았다.
물론, 코오롱ENP 임직원들이 해양환경에 관심 갖고 폐기물을 수거한 활동은 우리 역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페트병 수집 활동을 데이터 수치로 환산해 '그만큼의 효과를 거뒀다'는 식의 보도자료는 곤란하다. 생명의 가치를 수치화해 데이터를 기업 로고가 박힌 보고서로 만들고, 사익에 이용될 수 있게 한 것은 비영리단체의 정체성과 철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그린워싱을 감시해야 할 단체가 이래서는 안 된다."
- 보도자료를 배포한 코오롱ENP와 이타서울에 강하게 이의제기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활동을 하므로 기업 자체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입장 공문만 보내려 했다. 그런데 이런 평가를 환경단체에서 만들어 기업에 제공했다는 걸 알았다. 이 부분에서 문제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환경단체도 실수할 수 있으니 함께 고쳐나가면 된다. 그런데, 이 단체가 해명하는 과정도 아쉬웠다."
- 환경단체가 나서 기업 ESG 활동에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도 문제라 보는가.
"이건 심각한 사안이다. 기업 ESG 활동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이다. 환경과 소셜과 거버넌스에서 리스크를 줄여 결국 주주들의 이익으로 보전되도록 하는 행위지 않나. 공익적인 비영리단체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데이터 제공 행위는 결국 사기업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인 셈이다. 게다가 폐기물 숫자를 푸른바다거북과 데이터로 연결 짓는 근거도 믿을 수 없다. 주운 쓰레기를 페트병으로 환산하고, 이를 무게로 데이터화해 그 부피를 푸른바다거북 위장 크기로 대변해 몇 마리 지켰다?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오나. 전 세계 그 어떤 곳에서도 쓰레기 무게를 통해 야생동물 보호라는 성과를 도출하려는 데이터 접근은 하지 않는다."
- 추가 대응 계획은.
"해양환경공단과 이타서울, 코오롱ENP 등 세 곳에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코오롱의 경우 조금 억울할 수 있다. 그들 말대로 정부의 공신력 있는 데이터라 생각하고 가져다 사용했는데,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업이 어떤 데이터든 먼저 검증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코오롱ENP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 아닌가. 쓰레기 줍는 활동도 물론 중요하나, 그건 그들이 생산한 쓰레기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 활동만으로 해양의 다양한 종을 지켰다는 식의 홍보나 마케팅은 지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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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물에 걸린 상태로 사체로 발견된 바다거북. 바다살리기네트워크는 "쓰레기를 페트병으로 계산해 바다거북 보호 숫자로 환산하는 논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며 "ESG를 왜곡하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논리구조"라고 선을 그었다. |
| ⓒ 바다살리기네트워크 소속 단체 디프다제주 |
이어 "이는 우리가 코오롱 측에 제공한 공식적인 데이터 리포트 내에는 없는 내용이다. 코오롱ENP가 이를 확대해석해 사용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며, "산림과학원도 승용차를 10% 덜 타면 소나무 1.7그루 심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등 지속가능 발전목표 지표들이 있다. UN도 탄소상쇄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비영리 영역에서 이런 부분을 공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코오롱ENP도 "추후 보도자료 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한유사랑 대표의 설명이다.
한유사랑 대표는 "폐기물을 정량화한 것은, 데이터 지표 산업과 관련한 것"이라며 "이타서울이 환경 측정가치를 만들었고, 중량 대비 어떤 플라스틱으로 전환한다는 문구를 데이터 리포트에 꼭 표기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차원으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섣부른 보도자료로 인해 저희도 사실 너무 여러 환경단체와 관계자분께 너무 죄송하고, 바다살리기네트워크 측에서도 충분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통감한다"면서 "우리도 그분들과 미팅하고 싶다고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반려해변' 사업과 관련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일로 우리도 좀 안타깝지만, 여러 환경단체와 잘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오롱ENP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별다른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두 환경단체의 의견이 나오면 적극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 참고: 바다살리기네트워크 홈페이지 내 성명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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