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갈 수 없어도... 따뜻한 추억 소환

한별 2025. 5. 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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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컨택트>

[한별 기자]

▲ 뮤지컬 <컨택트> 커튼콜 뮤지컬 <컨택트>의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노래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후림, 한유란, 조환지, 박선영 배우.
ⓒ 한별
어릴 적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서는 늘 등장하던 단골 소재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타임머신이었다. 뮤지컬 <컨택트>는 이처럼 고전적인 상상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공연은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극장 온'에서 열린다. 제작은 엔제이원이 맡았다.

레나 윤은 시간 여행 장치인 '타임 트레인'을 개발해 세간의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은퇴를 앞둔 시점, 허가받지 않은 미성년자 '빈'이 시스템을 해킹해 시간 여행을 떠난다. 레나 윤은 미래의 여행자가 과거 사람을 만나 시간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선다.

빈은 1992년 부산 해운대로 향해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는다. 과거의 '영덕'은 꿈을 잃었고, '청'은 길을 잃은 채 방황 중이다. 이들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하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익숙한 클리셰처럼, 두 사람은 결국 각자의 길을 간다.

쉽게 몰입되는 '첫사랑 이야기'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잇는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 여행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이야기는 단순하다. 우연히 만난 첫사랑의 서사는 여러 작품에서 반복돼온 소재다. 그렇기에 관객은 더욱 쉽게 감정이입한다. 영덕과 청의 풋풋한 첫사랑, 그리고 슬픈 이별은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며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필자가 공연을 관람한 지난 16일, 객석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자리했다. 레나 윤과 빈이 영덕과 청을 만나며 자신들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졌고, 공연 후반부 영덕과 청이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여기저기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점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컨택트>의 무대는 작다. 오른쪽 전화 부스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큰 구조물은 없다. 대신 경사로를 활용해 다양한 동선을 구성하고, 인물들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통해 얽히고설킨 인연을 표현한다. 조명을 활용해 무대는 타임 트레인의 내부에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로, 또 순식간에 1992년 부산 해운대로 전환된다.

넘버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한강에서 버스킹 이벤트를 열 정도다. 영덕과 청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묘사한 '쿵쾅쿵쾅', 함께했던 시간을 그린 '추억소환', '원스 어폰 어 타임' 등이 대표적이다. 안무 또한 많다. 단순한 율동이나 제스처가 아닌, 본격적인 춤이 무대를 채운다.

그저 그런 러브스토리였다면 영덕과 청은 함께했을 것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 설정까지 도입된 마당에, 영덕이 청의 응원을 받아 가수가 됐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덕은 과거와 노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청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이후 '레나 윤'으로서 타임 트레인을 만든 뒤에도 그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빈은 그런 레나 윤, 곧 영덕에게 할아버지인 청의 마음을 전한다. 그 마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다.

청은 죽을 때까지 영덕과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 사진을 전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려 하지 않는 영덕의 뜻을 존중한 것으로 보인다. 커튼콜 이후 영덕이 청의 연락처를 다시 집어 드는 장면에서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이 다시 연락하는 장면은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장점은, 과거를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타임머신이 정말 개발돼 누구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사람들이 추억을 여전히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기록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추억을 되새길 필요 없이, 그저 다시 보면 되기 때문이다.

관람 당일, 마침 커튼콜 촬영이 허용됐다. 기자는 작품 속 청의 마음으로 무대 위 배우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훗날 <컨택트>에 출연한 배우들을 다른 무대에서 만나거나,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을 보더라도, 이날의 객석이 문득 떠오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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