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고층건물에서 잇따른 여성 추락사에 의문 제기

박정연 2025. 5. 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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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주변에 중국인 남성 연루... 인권단체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 필요"

[박정연 기자]

 수도 프놈펜 도심 빌딩들. 최근 잇따른 현지 여성 고층빌딩 투신 사건과 관련해 현지 언론이 중국인 연루 의혹설을 제기했다.
ⓒ 박정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고층 건물에서 여성들이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대부분을 자살로 종결하고 있지만, 다툼 정황이 있거나 피해자 주변에 중국인 남성들이 연루되어 있는 점에서 단순 자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사건은 사망 경위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수사가 종결되며, 유족과 인권단체들은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현지 영자 신문 <프놈펜 포스트>는 20일 이런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을 모아 전문가 및 인권활동가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자살처럼 보일 수 있는 사건일지라도, 심리적·사회적 배경과 타인 개입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경찰이 너무 이른 시점에 수사를 종결하고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해버리는 관행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5월 연속 추락사... 공통점은 '중국인 관계자'

5월 16일 오전, 프놈펜 참카르몬 구 뽀엉뜨라벡의 고층 아파트에서 20세 캄보디아 여성 시엡 테이가 추락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는 중국어 통·번역가로 일하던 인물로, 사망 직전 다툼이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이 전해졌음에도 경찰은 곧바로 '자살'로 결론 내리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CNC 캄보디아 방송은 "피해자가 20층에서 추락해 아파트 앞 차량 위에 떨어졌고, 주민들은 다툼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틀 뒤인 5월 18일에는 인근 똔레바사악 지역에서 또 다른 여성이 추락사했다. 22세 여성 사쏘쳇은 타께오 출신으로,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고 알려졌지만, 사건 당일 중국인 남성과의 관계 갈등과 그의 아내 방문이 겹쳐 있어 수상한 정황이 있었다. 친정부매체 <프레시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온라인 도박으로 인한 빚을 지고 있었으며, 이와 관련해 중국인 고용주와 갈등을 겪어왔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현장에서 타살 정황이 없으며, 유족도 시신 인계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경찰의 대응이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 "죽음에 이른 맥락이 있다... 고용 관계·폭력 조사 필요"

이번 사건을 분석한 로얄 아카데미 국제관계연구소(RACIR)의 킨 피아 소장은 <프놈펜 포스트>에 "자살로 보일 수 있는 사건이라도 그 원인과 연루된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고용 관계나 불법 도박, 연인 간 폭력 등 구조적 원인을 배제한 수사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평화와 발전을 위한 시민센터(PDP-Center)'의 욍 킴엥 소장도 같은 매체에 "사람은 쉽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정신건강 상태만 아니라 생활 여건, 채무관계, 폭력 노출 여부 등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중국인 고용주 밑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보호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수년 전 한국인 여성 사망도 유사 정황... 대사관은 자살로 종결"

이 같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 프놈펜 시내 고급 아파트에서 발생한 한국인 여성 추락사 사건 역시 비슷한 정황 속에서 미제로 남았다.

당시 한국인 여성은 고층에서 추락해 숨졌는데, 시신은 아파트 건물로부터 수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돼 단순 투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장을 조사한 교민들은 "보통 투신일 경우 건물 바로 아래 낙하지점이 형성되는데, 이 여성의 경우 낙하지점이 지나치게 멀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현지 경찰 조사 결과를 인용해 "타살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살로 종결했지만, 현지 한인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박현옥 당시 캄보디아한인회장을 비롯한 한인회 관계자들은 "사망 직전 아파트를 급히 떠난 중국인 2명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주장하며 대사관에 사건 재조사를 공식 요청하고 항의까지 벌였지만, 재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 여성을 자택에서 일주일 넘게 간호하며 돌본 경험이 있는 한 교민 여성은 "그 젊은 여성은 매우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이 교민은 이어 "사망 전날 그녀가 '중국인 남성들을 만나러 간다'고 말했는데, 이후 연락이 끊긴 채 죽은 채 발견됐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은 <크메르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으며, 당시 일부 현지 언론은 "중국인 남성과의 접촉 이후 실종"이라는 보도를 내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수사 확대는 없었다.

캄보디아 경찰은 여전히 침묵...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그 사회의 거울"

캄보디아 내무부와 프놈펜시 경찰은 대부분의 중국인 연루 의혹사건들을 단순 자살 사건으로 서둘러 종결하려고 할 뿐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사 사건이 매달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수사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수사당국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 현지 전문가는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단순히 한 사건을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며, 이 사회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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