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자랑' 신난 친구 보며 떠올린, 은퇴 부부가 잘 지내는 법
급격한 고령화와 충분치 않은 노후대비는 노후생활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1955년생, 은퇴 후 전업 살림을 하는 남편으로서의 제 삶이 다른 퇴직자와 은퇴자들에게 타산지석과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말>
[이혁진 기자]
5월 21일, 내가 은퇴한 이후 이 '부부의 날'은 점점 각별해지고 있다. 내가 아내와 가사를 분담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부간의 관심과 대화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1955년생 나를 비롯한 우리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들은 가사분담 등 과거 가정 내 역할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그랬다). 내가 그랬듯, 어렸을 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관련 기사: 은퇴 남성의 행복한 노후는 먼 곳 아닌 집에서 시작된다 https://omn.kr/2bz5k ).
그런데 최근 고등학교 동창회 정기모임에서 한 친구가 아내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친구들은 좋든 싫든 가족문제 발언에 신중한 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라 '처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 교육을 받았기도 하고,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자칫 자기 자랑으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뿔싸, 그 친구는 아내 자랑을 대놓고 했다.
"오늘 내가 입은 옷이 좀 남루해 보여도, 이거 우리 아내가 직접 골라 챙겨준 거야."
친구의 검은 티셔츠는 그의 말처럼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의 이어지는 말은 눈길을 끌었다.
"우리 부부는 애들 모두 결혼하고 둘만 남았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좋아. 매일 저녁에 반주 삼아 식사를 하면서 노후를 더 즐겁게 보내는 중이야."
|
|
| ▲ 5월 21일, 은퇴 이후 '부부의 날'은 점점 각별해진다.(자료사진) |
| ⓒ ozgomz on Unsplash |
은퇴한 친구들 대부분 가족 이야기를 자제하는 것에 비하면 그 친구의 아내 자랑은 우리 세대의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 친구가 평소에도 부인과 매우 좋은 사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 그는 내 경우와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아내도 내가 입는 옷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많다.
아내는 외부일정에 맞게 늘 미리 외출복을 꺼내 놓는다. 심지어 아내 없을 때 외출할 경우 어떤 의복을 입었는지 나중에 체크하기도 한다. 피곤한 일인데도 내 아내는 남편의 코디를 자청하고 있다.
그게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기 옷도 아니고 남편 옷을 챙기는 것은 애정과 사랑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친구처럼 아내가 추천하는 옷을 자주 입는다. 그게 아내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일이라는 걸 내심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자주 산책과 등산을 함께 하곤 한다(관련 기사: 퇴직하며 아내와 함께 한 이것, 내 인생을 바꿨다 https://omn.kr/2c482 ). 게다가 평소 일상에서 아내는 암투병하는 나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다. 가끔 돌아서서 후회할 망정, 나는 아내에게 작게 투정까지 부리며 살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
|
| ▲ 북한산에서 아내와 함께 |
| ⓒ 이혁진 |
'서로 상대의 좋은 점 10가지 써보기'
'상대가 극도로 싫어하는 말 하지 않기'
'상대방에게 '예쁘다, 좋다'는 말 자주 하기'
메모한 걸 보면서, 나는 '내가 평소에 실천하는 내용 아니냐' 말했지만 아내 입장은 조금 달랐다.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먼저 이야기한 동창친구 부부처럼, 우리 부부도 대화가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생각과 관점이 다를 때면 아내와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느낄 때도 많다.
일례로, 결혼한 아이들에게 가급적 간섭하거나 참견하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자고 내가 주장하면 아내는 '그건 너무 냉정하다'며 반박한다. 하지만 사실 내 딴엔 아내의 편한 노후를 위한 고언이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내가 유일하게 마음 놓고 자랑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결혼 후 외출할 때 아내를 늘 동반해 함께 다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동반자'로 여겼다.
친구모임은 기본이고 직장모임에도 함께 나갔다.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기 시작하니, 우리 모습을 따라 하다가 사이가 더 가까워진 부부사례도 여럿 있다.
|
|
| ▲ 설거지를 하는 내 뒷모습을 아내가 찍어줬다. |
| ⓒ 이혁진 |
한편, 우리 부부는 고령의 아버지(96세)를 모시고 사는 특수한 가정환경이다. 나는 또 은퇴 이후 돈과 인간관계 등등 욕심을 내려놓고 베푸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이 동시에 아내에게는 여러모로 스트레스와 부담을 줄 수도 있어 나는 매사 조심하는 편이다.
어제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코레일 홍보대사 가수 '영탁'이 말했다.
"승객 여러분, 가정의 달을 맞아 다른 가족에게 서로 관심을 더 가지시고, 내내 행복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평소와는 다른 다감(?)한 멘트에 놀랐는지, 자기 핸드폰만을 보고 있던 승객들이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의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영탁의 말에 가족에게 평소 제대로 잘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돌아본 건 아닌지, 심리적 방어가 작동한 건 아닐까 싶었다.
돌아보면, 아내는 평생 나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살았다. 그러니 나도 아내를 더 돌보고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사실, 서로 아껴주고 배려할 시간도 서로에게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
|
| ▲ 부부의 날, 나는 미리 아내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하며 고맙다고 말했다.(자료사진) |
| ⓒ bielmorro on Unsplash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천·양산에서 이런 일이? 의료대란 바로잡는 실마리 있다
- 이재명, 막판에 유의해야 할 두 가지
- 영끌로 장만한 아파트의 악몽... 나는 '내집'을 짓기로 했다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노상원, 검찰총장 때부터 윤석열 도왔다
- '트럼프 상대하는 법' 찾은 나라들... 우리도 3가지에 집중해야
- "오늘 뭐 해 먹지?" 소고기 다짐육 하나면 해결됩니다
- 이재명 체포조 팀장 "출동하면서 물음표 많았다"
- 이창수 사퇴 다음날... 윤석열, 갑자기 '부정선거 영화' 관람 공개 행보
- 민주당이 '낙관론' '압승' 발언 금지한 세 가지 이유
- 민주당사 인근 흉기소지 30대 체포…정신질환 증세 보여 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