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장만한 아파트의 악몽... 나는 '내집'을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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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집짓기' 연재는 많은 준비 없이 덜컥 토지를 구입하고 주택을 신축하며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아쉬움, 부족함 등을 다룬다. 막연히 나만의 집을 꿈꾸거나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모르는 예비 건축주들에게 '최소한 이런 건 체크하고 집을 짓자'는 알짜배기 정보를 공유한다. 당하지 맙시다! <기자말>
[김동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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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아파트 모습. 자료사진. |
| ⓒ 연합뉴스 |
어릴 적 부모님이 고생해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을 때는 그저 새집, 새아파트에 살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성인이 되고 늦깎이 남편이 될 무렵에서야 아파트 청약이란 것도 해보고 마음고생하며 대출도 받았다. 중도금과 잔금 납부, 사전 점검, 하자 신청 등을 몸소 겪어보니 새집에 들어간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도 여러모로 험난한 길을 걸어왔겠구나 하며 세대주로서 열심히 앞만 보고 살기만 하면 될 일로 여겼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부정적인가? 나란 존재는 그저 편협한 인간에 불과한 것인가? 온갖 에너지를 끌어다 구입한 보금자리에서 사는데 뜻밖에도 속이 타고 정수리가 뜨거워지는 일이 많았다. 그간 무심코 지나쳤지만 여러 뉴스를 장식했던 공동주택 입주자 간의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세대주로서 직접 겪어보니 행복하게 삶을 영위해 나간다는 것이 새삼 어렵게 느껴졌다.
맑은 날 모처럼 창을 활짝 열어두면 어디선가 진한 담배 연기가 흘러들어왔다. 비흡연자에게는 아주 불쾌한 기체가 때론 얼굴에 들러붙어 악취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메가폰을 구입해 창가에 두고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대야 했다.
아이가 막 걸음을 떼고 뛰기 시작할 무렵, 위층에서 시끄럽다고 찾아와 문을 두드리곤 했다. 아랫집에서 층간 소음을 호소하는 게 아니라 윗집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결국 몇백만 원 들여 층간 소음 방지 매트를 구매하고 바닥을 가득 채웠다.
술을 전혀 못 하는 내향인에 가까운 탓에 오랜 시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 쉽게 지치고 후유증이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외출이 잦은 편은 아닌데 간혹 늦은 시간에 귀가하면 달랑 한 대인 차 댈 곳이 없어 난감할 때가 많았다.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해 짐이 많은 날에도 간신히 멀찌감치 주차하고는 군장 짊어진 군인처럼 걷기 일쑤였다. 그저 단지 안에 주차 자리가 하나라도 남아있으면 하늘에 감사해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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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면서 '이랬으면 좋겠다' 했던 공간을 넣어서 그려본 초기 평면도 |
| ⓒ 김동의 |
시간이 갈수록 주차 여건은 열악해졌다. 오후 6시만 넘어도 주차가 힘겨웠고 주차에 성공해도 다음날 출근할 때면 이중 주차된 차량을 2~3대는 밀어야 출차가 가능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의 문을 두드렸다. 세대당 주차 1대는 보장하게끔 정책을 바꿔보자고 제안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입주자 카페에 건의 사항을 올리고 함께 하는 이들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그러나 다수는 무관심했고 입주자대표회의부터 중립적이지 못했다. 관리사무소도 그런 기류에 편승해 게시판에 게시물을 부착하는 것부터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뜻을 갖고 모인 이들은 소수인 데 비해 입주자 대표들은 똘똘 뭉쳤고 다수의 관심은 적었다.
의견을 냈을 뿐인데 여기저기 악플이 돌아왔다. 변화는 전무했고 험난한 투쟁이 예상됐다. 투투가 지배하는 무지개 연못에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매일같이 얻어터지는 무기력한 개구리 왕눈이 아빠가 된 기분이었다. 소득 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는 것만 같아 결국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도 자신만 편하려고 대충 남의 차 앞에 이중주차를 하거나, 주차 공간이 아닌데도 자신의 차만 소중하다는 듯 창조적 주차를 한 차량, 삐딱하게 주차선을 밟은 차량 등 눈살 찌푸릴 일이 많았다.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웃 간 갈등이 흉포한 사건으로 치달아 보도되어도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며 늙어갈 미래를 생각하니 앞날이 암담했다. 대한민국이 십중팔구 공동주택으로 주거 형태를 가져가려면 보다 앞선 제도가 뒷받침해 좀 좋아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거의 모든 재산과 영끌로 마련한 융자금을 더해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이건만 인접한 이웃에 의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서글펐다. 좋은 것만 보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시간조차 부족한 게 인생 아니던가.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조차 인생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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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선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개선한 평면도 |
| ⓒ 김동의 |
수중에 돈도 얼마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필요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현재의 주거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유튜브를 검색해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스케치업을 속성으로 배우고 원하는 평면도를 그려봤다.
우선 땅부터 찾아야 꿈이 구체화할 것 같았다. 사생활이 보장되면서도 흔히 마주치는 편의점이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고 아플 때 신속하게 방문할 병원도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은행과 관공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어야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을 듯했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경치가 좋은 곳은 내 생활 방식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토지는 너무 비싸다. 나의 필요와 교집합의 교집합의 교집합을 찾고 일부는 현실과 타협하니 대상이 좁혀졌다. 망설임 없이 토지 인근 공인중개사를 찾아 매매 의사를 비쳤다. 딱히 토지 거래가 활발한 것도 아닌 듯하나 조바심에 가계약금을 걸고 약속한 일정에 토지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고 나서 금융기관을 찾아가 토지담보대출까지 쉼 없이 진행했다.
수차례 성격유형검사(MBTI)를 해본 결과 나는 INFJ(영감이 뛰어나고 통찰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로 나온다. 그러나 토지 매매계약까지의 내 모습은 J(계획형)보다는 P(인식형)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졌다. 유행했던 혈액형별 성격과 같이 맹신할 건 아닌가 보다.
이렇게 땅이 생겼고 뭐부터 공부하고 집을 지을지 부랴부랴 찾아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집은 완공됐고 모르는 이가 보면 금세 뚝딱 지어진 것 같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이 고됐다. 돌아보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되는 부분도 있다. 나처럼 건설업계와는 무관한 일반인이 단독주택을 신축하고자 한다면 조금이나마 덜 고생하며 즐거운 집짓기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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