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리더십 시동 건 네이버 - 전열 재정비하는 카카오
‘벤처 1세대’의 상징이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반되는 리더십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이해진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에 복귀한 이후 빠른 속도로 리더십 재정비에 나섰다. 반면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김범수 창업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측근들마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네이버의 강력한 리더십과 카카오의 리더십 부재가 미칠 영향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부로 최수연 대표이사 직속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했다. 네이버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이 인도, 스페인 등에서 기술과 비즈니스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헬스케어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 접목 및 전략적 기술투자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문 대표로 오른 최인혁 대표는 네이버 창립 멤버로, 이해진 의장과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한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 대표는 2021년 네이버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던 당시 산하 조직의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자 회사를 떠났다. 직원 사망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4년 만에 부문 대표로 돌아오자 노조에서는 최 대표 복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복귀 찬반을 묻는 조합원 총투표에 나서겠다고 맞섰다. 노조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이 의장이 최 대표 복귀를 결정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에 시동을 거는 상징적 모습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반대에도 개국공신을 챙기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면서 “최인혁 부문 대표의 선임이 번복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대표와 함께 이 의장의 또 다른 측근으로 분류되는 채선주 대표도 지난달 전략사업 부문 대표에 중용됐다. 중동과 아프리카 사업을 주축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이다. 2020년 네이버에 합류한 김남선 대표는 북미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전략투자 부문 대표에 올랐다. 그는 미국 포시마크 인수, 네이버웹툰 미국 증시 상장 등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었다. 다음 달에는 이 의장의 첫 공식 출장에 동행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행사를 열고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신설 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소개할 계획이다.
반면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카카오는 뚜렷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김 창업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그의 측근으로 중용됐던 이들도 회사를 떠나거나 수사를 받는 처지로 전락하면서다. 김 창업주와 함께 한게임을 창업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2023년 10월 퇴직을 앞두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처분하며 94억원의 차익을 챙겨 주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 전 대표 등은 김 창업주와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김 창업주의 ‘측근 경영’이 조직 관리의 문제로 지적된 이후 독립 기구인 CA협의체를 설립하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잡음은 이어졌다. 김 창업주의 삼성SDS 선배인 김정호 전 경영지원총괄은 2023년 카카오 CA협의체에 합류했지만 내부 카르텔 의혹을 제기한 뒤 해고됐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는 성과급 589억원을 지급하라며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소송 제기 3년 만인 지난 3월 법원의 화해 권고에 따라 양측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김 창업주 체제 리더십에 큰 오점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에게 김 창업주와 공동으로 있던 CA협의체 의장 자리를 단독으로 맡기면서 리더십 재편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김 창업주의 사법 리스크 이후 카카오의 외형 성장보다 유지 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신아 대표와 황태선 CA협의체 총괄 체제로 리더십 체계를 변경해 위기를 타개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기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한 청사진도 내놓기 어려울 만큼 지금 카카오 리더십은 구멍이 많이 나 있는 상태”라며 “김 창업주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과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외부 인사가 카카오 쇄신에 앞장서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토스뱅크 출신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안팎으로 나온다. 그는 단체 업무 메신저에 자신을 포함해달라고 하는 등 업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홍 CPO가 토스의 악명 높은 업무 강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직접 의견도 내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에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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