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현의 어쩌다 문화] ‘연극의 시간’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소극장 ‘산울림’에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연출가들이 한데 모였다. 박정자·손숙·이호성·박용수·안석환 등의 배우와 손진책·김철리와 같은 연출가다. 이들이 모인 자리는 토크 콘서트 ‘연극의 시간’이다. 지난해 5월 타계한 고(故) 임영웅 연출가를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극단 산울림을 창단하고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하는 등 한국 공연예술계의 큰 발자취를 남긴 그의 인생이 ‘연극의 시간’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참석자들은 무대 안팎에서 고인과 쌓은 추억을 풀어냈다. 며칠 전 고인의 꿈을 꿨다는 손숙은 “생전 선생님(임영웅)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니 시켜주실 수가 없다”라고 했다.
‘위기의 여자’에 출연했던 박정자는 캐스팅 과정 당시 일화를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주인공이 하고 싶어 ‘저는 어떠냐’고 했더니 ‘박정자는 위기와 거리가 멀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호성은 고인이 여배우엔 자상했지만, 남배우엔 엄격했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냈다.
이날 고인의 부인인 오증자 서울여대 명예교수와 현재 산울림을 이끄는 아들 임수현, 딸 임수진도 참석했다. 오 교수는 산울림 운영이 어려웠을 때 고인이 “극장을 폭파하고 싶다”고 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제 폭파할 극장도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소극장 산울림은 올해로 개관 40주년을 맞았다. 삶이 연극이었던 고인의 유지가 이어져 소극장 산울림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오는 9월에는 고인과 산울림을 상징하는 ‘고도를 기다리며’가 공연된다.
하남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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