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곡기 끊은 홈플러스 노동자 "10만 명 생존을 위한 싸움"
[김예진 기자]
단식 19일째, 안수용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이 급격한 체력 저하로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였다. 이날 회견은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4자 대화기구(노동자-입점업주-MBK-국회) 구성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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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20일 녹색병원에 입원해있는 안수용 지부장의 모습. |
| ⓒ 김예진 |
"10만 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하는데... 아무리 대화를 하자고 해도, 쟤(홈플러스·MBK파트너스)들이 눈도 깜짝하지 않아요. 우리를 한 번이라도 더 쳐다봐달라, 우리가 있다라는 걸 보여줄 방법이 (단식밖에) 없더라고요. MBK 뿐이 아니라 정치권에도 알려야 되겠다 생각을 했어요."
지난 5월 18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첫 TV토론 주제는 '경제'였지만, 홈플러스 문제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섭섭함을 넘어서, 저 분들은 그냥 말로만 정치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서민이잖아요. 홈플러스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만 10만 명입니다. 이게 진짜 민생인데, 왜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나요?"
홈플러스는 회생법원의 승인을 받아 전국 17개 지점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안 지부장은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임대 기간이 10년 이상 남은 계약들도 내년까지로 줄일 것을 요구했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 126개 지점 중 61~62곳이 임대 매장인데, 지금은 17개 지점에만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사실상 내년이면 60곳이 넘는 임대 매장이 모두 폐점될 수 있는 구조예요."
그는 이 상태가 "사실상 파산과 다를 것 없다"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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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19일 오전, 19일째 단식 중이던 안수용 지부장의 모습. |
| ⓒ 마트노조 |
2014년 "수학 학원에 보내달라"는 딸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홈플러스 계산원으로 입사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2015년 해고됐다. 싸웠으며 2016년 복직했다.
"(해고되기 전) 1년 간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점장님도 '일 잘한다, 우리가 진짜 가족이지' 하며 잘 대해주셨죠. 그런데 해고되자마자 그 가족같던 사람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요. 직원 출입문 앞에서 3일 정도 기다리다 점장님을 만났는데, 점장님은 '왜 나한테 이러냐, 난 잘못 없다'고만 하시더라고요."
그는 "그때 점장님 모습을 보면서 속에서 욱하는 게 생겼다"며 "'본사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있었어도 투쟁 멈췄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투쟁 기간 동안 세 달간의 실업급여 외에는 지인의 도움으로 근근이 버텼다고 했다. 그가 1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건, 홈플러스 고객들이 건넨 작지만 따뜻한 연대 덕분이었다고 했다.
"홈플러스 앞에 작은 천막을 치고 있었는데, 어떤 날은 지나가던 고객이 빵이랑 우유를 건네주셨어요. 잠깐 화장실 다녀오면 초코파이가 놓여 있기도 했고요. 제가 정말 지칠 때마다 그런 일이 생기니까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2016년 8월 복직한 그는 2017년 2월, 홈플러스 부산본부에서 노조 사무국장 제안을 받고 본격적인 노조 활동에 나섰다고 했다. 안 지부장은 "지금의 투쟁은 단지 개인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10만 명(노동자, 입점업체, 협력업체 직원 등을 모두 포함)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없어지거나 지점이 폐점돼 쫓겨나듯 나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홈플러스엔 홀로 사시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 이 분들이 쫓겨나 실업급여 일부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결국 이 싸움은 10만 명(노동자, 입점업체, 협력업체 등 모두 포함한 규모)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겁니다."
11년 전에는 '나'를 위해 싸웠지만, 지금은 '나와 같은'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셈이다.
19일 단식 끝에 얻은 '노사 협상 테이블'
딸 때문에 홈플러스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딸의 얼굴을 못 본 지 벌써 80여 일이 흘렀다고 했다. 3주 동안 곡기를 끊어 9kg이 빠진 모습을 차마 보여줄 수 없어 온다는 딸을 말리고 있다고 한다. 엄마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제 스물 두 살이 된 딸은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엄마 살아있는 거지? 몸은 어때"라고 묻는다고 했다.
"제가 너무 야위어서 딸이 보면 울 것 같아요. 6월쯤이면 이 싸움이 정리될 수도 있으니까, 그때 보자고 했어요. (안 지부장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보고 싶지만... 서로 마음 아플까 봐 지금은 참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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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회견 당일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기자회견장을 지나가던 김광일 MBK 부회장을 만나 회생계획안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 ⓒ 마트노조 |
그는 본사에서 보내온 공문에 '회생 절차 설명'과 '노조 입장 청취'가 명시돼 있었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대화 테이블이 열리는가 싶었는데, 결국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 같아 분노스럽기도 해요.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첫 자리니 문제를 정확히 제기하고 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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