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배우자 TV 토론? 정치를 퇴행시키는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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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색적인 제안이 하나 나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각 후보 배우자들이 TV에 나와 토론회를 열자고 주장한 것이다.
정책보다 이미지, 실력보다 연출, 논의보다 구도가 더 중시되는 정치 환경에서, 배우자 토론은 논쟁보다 구설을, 이해보다 편 가르기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 담론이 차분하고, 시민들의 판단이 정책 중심이라면 배우자 토론이 일정 부분 유의미한 정보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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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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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태 "후보 배우자 TV토론하자" 김용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다. |
| ⓒ 남소연 |
무엇보다 이 제안은 후보자 중심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대통령 선거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제도에 따라, 공직 후보자가 그의 자질과 정책을 중심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과정이다. 배우자는 공식 후보가 아니며, 따라서 유권자의 평가 대상이 될 책임도, 제도적 지위도 없다. 그런 배우자들이 TV에 나와 공적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책임지지 못하는 권력에게 묘하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셈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영향력'은 민주주의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배우자라는 지위의 본질적 모순도 짚어야 한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사인(私人)이다. 법적으로도 배우자 검증은 공직자의 사생활에 준하는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 토론회 형식을 띠게 되면, 이들은 실질적으로 공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생활 보호와 공적 책임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사소한 말투 하나, 의상 하나까지 정치적 의미로 과장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해왔다.
정치의 예능화 조장
더 큰 문제는 이 제안이 사실상 정치의 흥행화, 즉 '정치의 예능화'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정책보다 이미지, 실력보다 연출, 논의보다 구도가 더 중시되는 정치 환경에서, 배우자 토론은 논쟁보다 구설을, 이해보다 편 가르기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토론'이라는 명분으로 감정적 대결을 자극하는 기획은, 정치의 품격을 높이기는커녕 퇴행을 부를 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배우자들이 후보자의 판단과 태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영향력을 '공식화'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딜레마를 만나게 된다. 배우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검증과 책임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정치제도는 배우자에게 그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즉, 영향력만 있고 책임은 없는 권력이 제도 바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정치 문화의 성숙도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정치 담론이 차분하고, 시민들의 판단이 정책 중심이라면 배우자 토론이 일정 부분 유의미한 정보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는 여전히 감정과 구호, 프레임과 낙인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환경에서 배우자 토론은 그저 '이야깃거리'로 소비될 가능성이 더 크다.
결국 이번 제안은 투명한 정치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정치의 스펙터클화를 향한 유혹에 가깝다. 후보자의 진정성과 자질이 아니라, 주변 인물의 입담과 이미지가 부각되는 구조는,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보다 흐리게 만든다.
정치는 검증받은 책임의 영역이어야 한다. 배우자 토론은 흥미로운 볼거리일 수는 있어도, 결코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도구는 될 수 없다. 정치의 본질은 여전히 '후보자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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