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계속 죽어가는데, 정치는 여성 외면한다"

서울여성회 2025. 5.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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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지 않기 위해...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서울여성회]

여성들은 계엄에 맞서 광장을 지켰지만, 정치는 여성들을 지키지 않았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2주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여성폭력 해결에 대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10대 공약'에서도 '여성'과 '성평등' 정책이 사라졌고, 심지어 20대 대선 당시 나왔던 공약마저 후퇴했다. 임신과 출산에 한정된 지원 정책과 일각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다시 등장한 21대 대선에 맞서 여성들은 지난 17일 다시 강남역에 모였다.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다. 범인은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해서"라는 이유로, 여성을 표적 삼아 범행했다. 이날, 발생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 있는 사회'임을 보여줬다. 그날, '우연히 살아남은' 수많은 여성들은 강남역에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우리를 우리라 부르게' 되었다.

2016년 강남역에서, 추모와 애도의 포스트잇을 붙이던 여성들은 2025년 광화문에서, 응원봉을 들어 내란을 막고 탄핵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전히 우연히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에 여성들은 이날 다시 강남역으로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이후, 여전히 우연히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력히 물었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단체 사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여성폭력 STOP'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여성회
9년의 투쟁을 담아, 다시 강남역 거리에 서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추모행동은 여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지금 당장, 여성폭력을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다며 여성폭력과 성차별을 방관하고 만든 정치와 사회에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는 95개의 여성·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개최되었다.

이날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는 포스트잇 추모공간을 마련해 추모와 연대의 마음을 모았고, 당일 추모행동은 서울여성회 유튜브를 통해 현장 라이브 생중계가 진행되었다. 공동주최단에서는 작년 8주기 추모행동에 이어 이번 9주기 추모행동에서도 '모두의 안전을 위한 약속'과 '현장 발언 및 촬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보다 평등하고 안전한 추모행동을 만들고자 하였다.

오후 6시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캄캄밴드의 여는 공연, 공동주최 단체와 개인 자유발언 및 연대발언, 몸짓패 선언의 연대 공연, 성명서 낭독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약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포스트잇 추모 공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참가자가 포스트잇 추모 공간에서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 서울여성회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캄캄밴드의 여는 공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캄캄밴드가 여는 공연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할 줄 아는 노래를 하며 연대를 부르는' 캄캄밴드의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우중 속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포함한 3곡의 연주를 펼친 이들의 연대는 추모 현장에 모인 250여 명의 참가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구조적 여성폭력의 상징적 공간, 강남역에서 여성폭력 해결을 외치다

행사 주관단체인 서울여성회 박지아 성평등 교육센터장은 여는 발언에서 "이곳 강남역은 우리가 9년 전 한 여성을 잃은 곳이고, 대한민국의 여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곳이고, 여성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만으로도 모욕과 공격을 받았던 곳"이라며 "강남역은 여성폭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한 여성의 죽음에 수많은 여성들이 달려와 포스트잇으로 추모하며 힘을 모았던 곳이기도 하고,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생겨나고, 매년 모여서 추모하고 분노했던 곳"이라고 강남역이 여성들에게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은 윤석열이 후보 당시 여가부를 폐지하고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던 때부터 지난 3년동안 단 한번도 투쟁을 멈춘적이 없다. 그런데 시민의 힘으로 조기대선을 만든 지금,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은 또 다시 지워지고 있다"라며 "역사속에서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이 한번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는 또다시 투쟁으로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여는 발언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서울여성회 박지아 성평등교육센터장과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의 강나연 운영위원의 여는 발언이 진행되고 있으며, 추모행동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있다.
ⓒ 서울여성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아래 서페대연) 강나연 운영위원도 "(지난)9년은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되고 페미니스트 단체를 운영하고 대표단이 되는 긴 시간이었으나, 그 기간동안 여성폭력과 백래시는 더욱 심해졌다"라며 "그러는 동안에도 여성들은 죽음과 폭력을 당하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국가는 여성의 안전권을 책임지기는커녕 방관해왔다. 시민의 힘으로 대선을 만들었지만, 거대정당들은 여성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는데 여성폭력을 해결하겠다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라고 이날 강남역에 모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길이 안 보여도 우리가 투쟁하는 만큼 길이 생기고 우리의 힘을 하나로 모을 단체도 생기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단 한명의 여성도 잃지 않는 다시 만들 세계를 위해 우리는 계속 모이고 더욱 큰 소리로 외치고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다시 강남역에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참가자들이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여는 발언 후엔 여성폭력에 희생된 여성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진행됐는데, 25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했다. 비오는 거리에 죽은 듯이 누워 절박함을 표현했으며, 정치가 여성 폭력을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현장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정치에 여성폭력 해결을 책임질 것을 호소했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성평등위원장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성평등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퍼포먼스 이후 연대 발언에 나선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성평등위원장은 "병원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기능원 등 수많은 여성들이 있"으며,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며 생명을 살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모욕과 불쾌함, 때로는 두려움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의료인을 대상으로 반복되는 성폭력을 고발하며, 의료기관 내 성폭력 방지 시스템의 법제화를 요구했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공동대표는 연대의 시작이 된 "강남역 10번 출구를 뒤엎었던 포스트잇의 물결"을 이야기하며 최근 동덕여대 역시 연대의 현장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러나 돌아온 것은 지지와 연대만이 아니었"다며, 조롱과 위협, 살해 협박 등이 이어진 현실을 폭로했다. 그는 이로 인해 학생들이 겪은 심각한 압박과 불안, 사이버 불링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최근 6개월 만에 학교가 학생들에 대한 1차 형사고소를 전면 취하한 것을 이야기하며 "학생들과 학교, 시민사회의 연대가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소 취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세상,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자고 말했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발언하는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공동대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발언하는 도담 정의기억연대 활동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도담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도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는 여성폭력이 물리적 위협을 넘어, 피해 사실을 드러낸 순간부터 2차 가해에 직면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침묵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라며, 최근 1700차를 맞이한 '수요 시위'에서 극우 역사 부정세력이 피해자를 '매춘부'라 모욕하고, 집 주소를 공개하며 공격하는 행위를 향해 명백한 2차 가해이며, 여성의 존엄을 짓밟는 폭력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그는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에는 역사 돼곡이나 피해자에 대한 모욕을 제재할 규정 등 법적 보호 장치가 미비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법 개정은 단지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닌, 이 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성폭력과 혐오, 2차 가해에 맞서 싸우고 있는 모든 여성들과 연결되어 있"다며, 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태희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지난 8주기 추모행동에 함께했으나 현재는 생을 마감한 트랜스젠더 동료의 이야기와 함께 강남역의 상징을 되새겼다. 그는 "사이버성폭력의 피해경험자에게 향하는, 딥페이크 성폭력의 대상이 된 여성들에게 향하는, 저희의 트랜스젠더 동료에게 향하는, <너의 연애> 출연자에게 향하는 수많은 공격과 폭력"은 결을 함께하며, 강남역의 죽음과 지금도 발생하는 여성폭력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해방을 위해 끝까지 싸우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발언하는 시카 페미위키 대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시카 페미위키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여성폭력은 국가가 방치하고 여성혐오가 표적삼은 학살"이라고 말한 시카 페미위키 대표는 '60', '450만', '5.18 저녁 7시' 세 개의 숫자를 소개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60은 12.3 윤석열 계엄부터 4.4 파면까지 123일 동안 죽은 여성의 수이며, 450만은 남초 커뮤니티 하루 방문자 추정수치"라며 만연한 여성폭력의 실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러면서 "페미위키는 모든 정보가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쓰여지는 공간, 페미니즘의 역사를 우리 손으로 직접 써내려갈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만들어졌다"라며 "기억으로 연대하고 기록으로 저항하자"고 외쳤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여성해방운동 형성 사업팀 김민재 팀장은 "지난 8주기 추모행동에서 나온 '우리는 다시 싸워야 한다'는 발언"을 기억한다며, 지난 겨울 탄핵 집회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광장에 나갔습니까? 윤석열을 몰아내는 것뿐 아니라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과 같은 죽음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며, 날로 악화되는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바라며 광장에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절박함을 안고 승리를 위해 싸워나가자며, 성평등이 실종된 대선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로 직접 이야기하자고 의지를 밝혔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정당발언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동당)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에서 노동당 여성위원회 준비위원회 케이, 녹색당 김지윤 사무처장, 민주노동당 신현자 여성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노동당 여성위원회 준비위원회의 케이는 "남성집단에서 가부장적인 태도와 여성폭력이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한 여성이 안전한 사회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여성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이곳에 있다. 이 외침에 정치가 응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녹색당 김지윤 사무처장은 "지금도 한국에서는 평균 3일에 한 명씩,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다"라며 "빈번한 여성 대상 범죄를 몇몇 문제적 이들의 예외적 사건으로 치부할 때, 문제의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 여성폭력이라는 이 관습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성찰할 때, 비로소 여성이 안전해지고 모두가 안전해진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마지막으로 신현자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지난해 파면광장을 가장 먼저 열고, 가장 앞서서 싸웠던 여성들을 위한 정치는 어디있느냐"라고 반문하며 "여성혐오, 갈라치기 정치로 이득을 취하다 결국 온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돌린 내란정당은 반성은 커녕 뻔뻔하게 대선 출마를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표 떨어진다고 성평등정책에 함구령을 내렸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은 끊임없이 혐오정치, 갈라치기 정치와 싸우며 여성들을 대변해왔다. 우리는 기필코 성평등 대선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행사 마지막에 공학여대생 모임 들불의 장효원 대표와 널싱페미 윤혜림 활동가는 추모행동 참가자 일동을 대표해 성명서를 낭독했다.

총 47개 여성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날 공동 주최의 큰 축이었던 <페미연대>는 6월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대선 실천을 이어갈 예정이다. '페미연대'는 지난 4월부터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온 오프라인 서명 운동과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폭력 문제를 정치 의제로 환기시키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1일에는 오후 5시에 동덕여대에서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과 함께 6차 캠페인을 진행한다.
▲ '페미연대'가 진행하는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차기 캠페인 일정 '페미연대'는 5월 21일, 수요일 동덕여대 인근 송현공원에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 서울여성회

덧붙이는 글 | ▶ ‘여성폭력 책임질 대통령에게 투표한다!’ 연서명 하러가기 ▶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 함께하기 ▶ 링크 : tr.ee/2025voteforfeminism ▶ 유튜브로 현장 다시보기 : bit.ly/42YEo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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