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노인과 70만 요양보호사, 17년째 저임금에 갇힌 현실
서비스노동자들은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과 내란세력에 맞서 국회 앞에서, 한남동에서, 광화문에서, 일상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을 걸고 123일간 광장정치세력과 함께, 가장 앞장에서 투쟁해 왔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4월 4일 윤석열파면이고, 6.3 조기대선입니다. 이번 조기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빛의 혁명을 이끌어던 노동자민중의 삶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바뀌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이 건설되어야 합니다. 이에, 서비스연맹은 내란 이후 서비스노동자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연재합니다. <기자말>
[전현욱]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제가 돌봄을 제공했던 어르신의 죽음을 경험했어요. 지금도 어르신에 대한 미안함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전 돌봄 시간을 오후로 바꿨던 그날, 어르신이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어르신 댁을 방문했을 때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어르신을 불러도 아무 답이 없었어요. 혹시나 어르신이 밖에 나가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느낌이 이상해서 타지에 살고 있는 딸에게 연락해서 출입문 비밀번호를 받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어르신은 쓰러져 있었고 몸의 온기는 식어가고 있었어요. 119가 도착했고 의료진은 사망판단을 내렸죠. 제가 하던 대로 오전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자격증을 따고 처음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처음 만나는 날 어르신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기력하게 집에 계셨어요. 그래서 집안에 있던 장기판을 우연찮게 보게 돼 어르신에게 장기를 두자고 제안했더니 어르신 눈빛이 달라졌어요.
어르신은 장기를 두면서 즐겁게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방문요양센터로부터 어르신의 부고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어르신에게 기쁨을 드린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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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서울지부가 지난 3월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 계획을 비판하돌봄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
| ⓒ 서비스연맹 |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7년. 유럽 나라들이 50년의 시간에 걸린 것에 비해 대단히 빠른 속도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5명 중에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를 대비하여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도입했고 이때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처음 생겼다. 돌봄노동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돌봄노동자를 본격 육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혹여나 '내 가족을 돌볼 수도 있겠다' 싶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도 있어 자격증 취득자는 현재 300만 명에 이른다. 아마도 운전면허증 다음으로 많이 취득한 것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일 것이다.
요양보호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그런데 요양보호사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정부가 2023년도 말부터 요양보호사가 부족문제를 전면화시키기 시작했다. 각종 보고서에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다. 작년에는 2028년이 되면 11만 6천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해외인력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요양현장에서는 이미 요양보호사 부족문제가 나타나고 있었다. 지방의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하소연을 요양원 원장들이 하고 있다. 6개월만에 겨우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는 곳도 있고 대부분의 요양원 홈페이지에는 요양보호사 상시 채용공고가 올라와 있다.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는 이제 수도권을 향하고 있다. 장기요양제도는 요양보호사 인력배치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면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요양원에서 어르신을 퇴소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장기요양현장의 일은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격증 취득자들은 요양현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이 떠나고 있다. 요양보호사를 하면 골병든다는 말이 있다. 요양원의 어르신 자리가 요양보호사 자리가 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요양보호사들은 17년째 일을 해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요양보호사의 임금이 오른다. 경력 인정, 호봉 이런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요양원은 24시간 근무체계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연장, 야간근무도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방문재가요양보호사들은 1명 어르신에게 3~4시간만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급여는 80만원 수준이다.
저임금,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
술 마시고 축 늘어진 사람의 몸무게는 배로 무겁다. 요양원에 입소한 여성 어르신들의 평균 몸무게가 55kg 정도인데 이들 어르신을 일으키고 휠체어에 앉히려면 100kg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어르신 1명이 식사 3번, 오전, 오후 프로그램 참가, 기저귀 케어 6~8번, 목욕과 면회까지 해야 하는데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보는 어르신 수는 평균 7명이다. 때문에 근골격계의 질환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요양보호사들은 감정노동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입소한 어르신들의 경우 본인들이 요양보호사 월급을 준다고 생각해서 하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보호자의 갑질도 심각하다. 어르신에게 맞고 할큄을 당하고 물리고 상스러운 욕설을 들어도 참고 견뎌야 한다.
노인인권은 있어도 요양보호사의 인권은 없는 요양원 현장이다. 방문재가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의 눈 밖에 나지 않게 일을 해야 한다. 어르신이 방문요양센터에 요양보호사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그 순간 해고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르신과 그 가족의 무리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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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봄노동 가치 인정과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지난 4월 23일 민주노총 돌봄노동자 대선 요구안 기자회견에서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
| ⓒ 서비스연맹 |
노인장기요양제도는 돌봄의 사회화와 연결된다. 개인이 책임지던 노인돌봄을 국가가 제도로써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발부터가 문제였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할 때,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체계를 설계하기보다는 제도의 빠른 정착에 힘쓰다 보니 민간주도의 돌봄시장이 만들었다.
현재 돌봄기관의 99%를 민간이 운영하고 있고, 단 1%뿐인 공공돌봄기관도 몇 개를 제외하고는 민간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돌봄, 요양을 민간주도로 고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소자본 민간시장으로 구성된 장기요양시장에 거대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왔다. 실버산업과 장기요양의 결합을 구체화했고 보험연구원 등을 앞세워 요양원의 임차 허용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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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봄 국가 책임 강화!” 민주노총 돌봄노동자들이 지난 4월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대선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
| ⓒ 서비스연맹 |
현재 돌봄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전문가들도 누구나 얘기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의료·요양·돌봄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지역통합돌봄 준비하면서도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반대, 평등을 주장했던 광장의 요구는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중심사회'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 파면 광장에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더 이상 소외받고 배제당해서는 안 된다", "모두에게 평등한 세상을 열자"는 요구가 분출했고, 노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당연히 그동안 소외됐던 돌봄노동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연대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제 바꿔야 한다. 광장의 요구처럼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그 첫 시작은 돌봄노동자들의 경력과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에게 표준임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도, 아동보육교사들도 도입하고 있는 표준임금 가이드라인을, 요양보호사 등 장기요양요원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이다. 돌봄노동자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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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가 지난 3월 8일 전종덕 진보당 국회의원과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 등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 ⓒ 전종덕 국회의원실 |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전현욱 님은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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