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왜 이리 잘하지? '언슬전' 이끈 신예 여성 배우들
[양형석 기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스핀오프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언슬전>)이 18일 8.1%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물론 <슬의생> 시즌 1, 2의 최고 시청률이 각각 14.14%와 14.08%였던 점을 고려하면 <언슬전>의 성적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슬전>이 안팎으로 처했던 상황을 보면 결코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당초 작년 봄에 방영될 예정이던 <언슬전>은 지난해 2월 의료정책 추진반대 집단행동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방영이 연기됐다. 하반기로 편성이 연기됐던 <언슬전>은 의료사태 장기화로 하반기 편성마저 무산됐고 방영이 백지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tvN 주말드라마는 올해 <별들에게 물어봐>와 <감자연구소>가 나란히 흥행에 실패하며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언슬전>은 <슬의생>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장점을 잘 물려 받고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tvN의 주요 고객층인 20-49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언슬전>에 출연하기 전까지 상대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3명의 여성배우들은 드라마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하면서 <언슬전>의 인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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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예지는 연기 경력이 없는 신인임에도 캐릭터 변화가 큰 김사비 역할을 잘 소화했다. |
| ⓒ tvN 화면 캡처 |
반면 1년 차 4인방 중 김사비를 연기한 한예지는 다른 3명의 동기들과 달리 <슬전생> 전까지 연기 경력이 전무했다.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신원호 감독은 <응답하라> 시리즈 시절부터 에이핑크의 정은지처럼 연기 경력이 없는 신인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경우가 있었지만 한예지는 정은지 같은 아이돌 출신도 아니었다(물론 한예지는 많은 명배우들을 배출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이다).
연기 데뷔작부터 주연급 캐릭터를 맡으면서 긴장이 될 법도 했지만 한예지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로 김사비 역할을 잘 소화했다. 사실 김사비는 초반 공기선 교수(송지윤 분)에게 "김사비 선생, (MBTI) F 아니지?"라는 얘기를 듣고 "저 (학점) 올 A인데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이성적이지만 감성은 조금 부족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고 동기들과 고생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간다.
초반에 보여주는 성격을 끝까지 유지하는 다른 동기들에 비해 김사비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김사비는 동기들끼리의 노래방 회식에서 엄재일이 가수 시절의 히트곡을 부르자 흥을 참지 못하고 함께 갈군무를 선보이며 '헬로걸(하이보이즈 팬덤)' 출신임을 인증했다. 그 후 김사비와 엄재일의 러브 라인이 시작됐지만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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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혜가 연기한 기은미는 미소와 온화함을 잃지 않는 이상적인 선배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
| ⓒ tvN 화면 캡처 |
이도혜는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이태원 클라쓰>, < 낭만닥터 김사부2 >, <빅마우스> 같은 인기 드라마에 조·단역으로 출연했고 2023년 <일타스캔들>에서는 최치열(정경호 분)이 아끼던 제자 정수현을 연기했다. 이도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내성적인 성격의 레지던트 1년 차 기은미 역을 맡았다. 추민하(안은진 분)가 챙겨주려 하지만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수줍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본원에서 1년 차를 마치고 종로 율제로 자리를 옮긴 기은미는 <언슬전>에서 노련한 3년 차 레지던트로 성장했다. 화를 내기는커녕 얼굴을 붉히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도 거의 없어 동료들에게 '은미 테레사'로 불린다. 기은미는 2년 차 차다혜(홍나현 분)를 비롯한 후배들에게는 자상하고 친구 같은 선배로, 교수들에게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전공의로 산부인과 내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드라마 내내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기은미는 표남경에게 인턴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자고 강조하지만 환자가 위급해지자 마취과에 전화해 불 같이 화를 내며 당장 수술방을 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마지막회에서는 종로 율제에 온 후 처음으로 주치의를 맡아 정성을 다해 케어했던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슬픔을 참치 못하고 목 놓아 울면서 '은미 테레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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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 임명을 위해 온갖 아첨과 편법을 서슴지 않았던 명은원은 끝내 추민하에게 밀려 교수 임명에서 탈락한다. |
| ⓒ tvN 화면 캡처 |
하지만 <언슬전>에서는 산부인과 내 확실한 빌런이 있었다. 레지던트 시절이던 <슬의생>에서도 온갖 요령을 피우면서 추민하의 속을 터트렸던 명은원이다. 명은원 역의 김혜인은 고등학교와 대학시절 무용을 전공했고 2012년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한국대회에 출전해 지(1등)에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2015년 영화 <사도>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김혜인은 <슬의생>의 명은원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본원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종로 율제로 자리를 옮겨 전임의(펠로우) 2년 차를 맞는 명은원은 <언슬전>에서 더욱 강해진 빌런 역할을 했다. 조만간 교수 자리가 비는 것을 알고 교수들과 VIP 환자들에게 아부만 하는 명은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전공의에게 떠넘기고 실적은 자신이 챙긴다. 구도원(정준원 분)이 고생해서 쓴 논문을 자신이 가로채듯 제1저자로 등록하고 오이영과도 사사건건 부딪혔다.
하지만 결국 명은원의 '여우짓'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명은원은 당직 때 응급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뒤늦게 나타났다가 서정민 교수(이봉련 분)에게 거짓말이 들켜 크게 질책을 받는다. 그리고 온갖 아첨과 편법에도 추민하와의 경쟁에서 패해 교수에 임명되는 데 실패한다. 조준모 과장(이현균 분)이 늦게나마 전공의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것과 달리 명은원은 끝까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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