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못 잡으면 정권유지 어려워...한은 금통위, 개혁해야"
에두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묻고 있는 그대로 답을 전하겠습니다.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이나 과제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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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금융학자인 임수강 박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정치가 역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김종철 |
그의 말소리는 크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그랬다. 하지만 내용은 파격적이었고, 울림도 컸다. 기자와 차기정부의 금융개혁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을 때다. 그는 "부동산 정책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차기정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부동산 폭등의 바탕에는 중앙은행 중심의 저금리 기조와 심화되는 자산양극화 구조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금융 공공성 회복을 통한 금융 민주화가 절실하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개혁을 주장한다.
임수강 박사의 말이다. 그는 진보진영에서 몇 안 되는 금융학자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대형증권사에서 한때 수천억 원의 자산을 운용한 경험도 있다. 전남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제위기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여의도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기연구원에서 '기본금융'을 설계하고 연구를 총괄했다.
진보학자들의 모임인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진보적 금융정책을 정리한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더늠 출판)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어깨에 가방을 둘러맨 채 기자를 만난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로 (보수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선출되지 않은 중앙은행, 막강한 권력 행사"
- 문재인 전 대통령도 스스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원인을 어떻게 보나.
"부동산과 자산의 양극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 보고서에도 대선 패배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폭등의 원인과 대책을 세금에서 찾는 데 있다. 부동산 값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 금리와 함께 시장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가다. 유동성이다."
- 낮은 금리와 시중에 풀린 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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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금융학자인 임수강 박사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차기정부의 금융개혁방안에 대해 밀하고 있다. |
| ⓒ 김종철 |
"(잠시 생각하며) 진정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정부에서 독립한 중앙은행은 금리 결정권과 함께 정부와 민간에 직간접적으로 돈을 제공하면서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힘이 특정 계급이나 계층에 유리하게 분배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 누구인가.
"부유층과 대자본가들이다.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나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은 금융기관과 자산이 많은 계층의 편에 서기 쉽다. 원래 과거 세계 2차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은 크게 독립적이지 않았다. 80년대 보수적 신자유주의 시대에 중앙은행에 대한 민간의 독립 요구가 거셌다. 그 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은 거대 금융회사와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정책들을 쓴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면서 "자산가격 안정을 위해서라도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의 영향력에서 독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정부의 금융개혁 방향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특히 국민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 주택 가격에 연결돼 있는 것을 감안해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부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 중앙은행을 어떻게 금융시장 영향에서 독립시킬 수 있는가.
"현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다. 금통위원들이 있는데, 이들 구성을 바꿔야 한다. 금융 전문가들도 필요하지만 소상공인, 농민 등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이 없다. 경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농림수산부쪽에서 금통위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 현재와 같은 한국은행의 지배구조에선 금융시장에서의 자산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고, 이는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인가.
"국민들의 개인 자산 3분의 2 정도가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고,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보면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했다가, 결국엔 대선 출마 포기까지 이르지 않았나. 차기 정부도 마찬가지다."
- 현재 민주당 일부에선 금융감독기구 개편이나 기획재정부 개혁 방안 등에 대해선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지만, 중앙은행까지는 아직인데.
"기재부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의 개편도 중요하다. 특히 금융위 내부에는 금융감독과 산업육성을 총괄하는 부서가 공존하고 있는데, 육성관련 부서를 분리할 필요는 있다. 또 현재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을 일본의 금융감독청처럼 공적기구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물론 내부 반발이 거세겠지만… 한은의 경우는 금융전문가에만 맡겨선 안된다.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
- 관치금융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정치권에서도 중앙은행은 전문가 영역으로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를 깨야 한다. 중앙은행은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이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인 행위자에 가깝다. 경기침체 때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하지만, 정작 실행 주체인 중앙은행은 소극적이다. 현행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한국은행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금융회사 등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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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금융학자인 임수강 박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의 역할을 강조했다. |
| ⓒ 김종철 |
- 차기 대선 유력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중도보수론을 말하고 있다.
"선거 국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연말의 윤석열 내란과 탄핵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인 데다 중도 보수층의 이해 관계를 감안한 전략이라고 본다. 대신 선거 이후 만약 집권하게 된다면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대신 과거 미국 민주당의 교훈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 미국 민주당의 교훈이라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헤리스가 트럼프에 참패했다. 미국 언론들의 분석에서 이전 선거보다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가 줄었는데, 그 대부분이 민주당 성향이라고 했다. 반대로 트럼프 우세 지역일수록 투표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이유가 바이든 행정부의 보수 성향 경제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물가 폭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서민들에게 돌아갔다. 물론 이번 우리나라 대선은 다른 이유로 보수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 이재명 지사 시절 기본금융 정책도 총괄했는데.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롯해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 이른바 '기본시리즈' 중 하나였다. 금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등이다. 특히 저소득층, 서민, 노동자 등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고민이었다. 모든 시민들이 떳떳하게 시중은행 같은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이를 위한 지속가능한 금융시스템에 대한 고민이었다."
- 기본금융은 여전히 유효한가.
"'기본금융이라는 명칭을 지금도 쓰고 있는지는… 대신 금융의 공공성 측면에선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싶다."
- 아시다시피 현재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기본금융이든 정책을 펴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은가.
"현재 재정 여력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국면에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기업들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지만 한은 금통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한은이 직접 인수하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한은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수단들이 많다."
- 왜 하지 않을까.
"(웃으면서) 한은이 자금을 직접 지원하게 되면 금융회사 등 금융시장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코로나 시기에 대다수 선진국들은 직접 현금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우리는 대부분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했다. 나라가 짊어져야 할 빚을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떠안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차기 정부에선 어떤 방식이든 해결해야 한다."
그와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공공성'과 '민주화'였다. 그동안 전문가들만의 영역이라며 사실상 방치해 둔 금융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바로 '정치의 역할'이었다.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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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금융학자인 임수강 박사의 새 책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 |
| ⓒ 김종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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