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브렉시트 5년만 관계 재설정 합의… 안보·경협 강화(종합)
2038년까지 어업 협정 연장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시간) 영국이 EU를 탈퇴한 브렉시트 5년 만에 양측의 관계 재설정에 합의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제 앞을 바라볼 때다. 오랜 논쟁과 정쟁에서 벗어나 상식과 실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번 합의가 영국 경제 성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한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장을 열고 있기에 엄청난 날"이라며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라 중요하다. 우리는 생각이 비슷하고 가치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영국이 2017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EU와 결별을 결정한 지 9년, 4년간 협상의 진통을 겪은 끝에 2020년 브렉시트를 발효한 지 5년 만에 양측의 관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양측은 러시아의 위협과 같은 지정학적 도전에 맞서 방위·안보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 정보 공유, 해상·우주 안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또 EU가 1500억 유로(약 240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에 영국이 동참할 길을 신속히 모색하기로 했다.
경제·무역 측면에선 양측은 내년 만료되는 어업 협정을 2038년까지 연장, 상호 조업권을 12년 더 유지하기로 하고 농축 수산 수출품에 대해 일부 품목 검역을 면제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영국은 EU 어민의 영국 수역 내 조업권을 장기간 연장하는 것을 꺼려 4년 연장을 원했지만, 농산물 검역 완화와 에너지 협력을 위해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탄소시장 연계로 기후 대응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EU는 여전히 영국의 최대 교역 상대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EU 수출은 21% 감소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로 영국에 2040년까지 90억파운드(16조7000억원) 가까운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양측은 30세 이하 청년의 이주와 근로가 용이해지도록 상호 합의된 조건 아래 균형 잡힌 청년 경험 프로그램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영국인이 EU 국경에서 전자 자동 입국 심사대(e-gate)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민과 관련해선 양측이 변칙적인 영국해협 횡단을 막기 위한 노력과 출신국 및 경유국과 협력할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언급이 담겼다.
그러나 제1야당인 중도보수 보수당과 최근 세를 확장한 우익 포퓰리즘 성향 영국개혁당 등 야권에서는 조업권 연장을 비판했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고,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영국 어업의 종말"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노동당 정부의 관계 재설정 시도는 EU에 '항복'하는 것이자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대한 '배신'이라는 공세를 이어왔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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