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247년 전통 라 스칼라 첫 아시아 음악감독…“부산과 밀라노 잇겠다”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부산콘서트홀 예술감독이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공식 선임됐다. 247년 전통의 이 극장에서 아시아인이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감독은 19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6년간 사랑해온 라 스칼라와 이제 결혼하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라 스칼라는 1778년 개관 이래 베르디, 푸치니 등 이탈리아 오페라의 걸작들이 초연된 세계적인 극장이다. 정 감독은 1989년 첫 협연 이후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하며 라 스칼라 단원들과 깊은 호흡을 쌓아왔다. 그는 “지휘자는 단원들이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연주의 성패가 갈린다”며 “이제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음악감독 임기는 2027년 12월7일 시즌 개막 공연부터다. 개막작은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유력하다. 그는 “베르디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며 “라 스칼라의 새 시즌을 함께 여는 것은 내 음악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번 선임이 “개인적 영예를 넘어, 한국이 노래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세계에 각인시킬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외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라면 누구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가 늘 필요하다”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현재 정 감독은 부산시 산하 사업소인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으로서 부산콘서트홀과 오는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밀라노는 모든 것이 이미 갖춰진 도시지만, 부산은 씨를 뿌리는 단계”라며 “이제 막 출발하는 도시에서 청중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과 밀라노의 오페라 시즌을 동시에 기획할 계획이다. 정 감독은 “두 도시의 예술가, 제작진, 관객이 오페라를 통해 연결되면 새로운 문화적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며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초기부터 높은 수준의 작품 제작이 가능하도록 라 스칼라의 경험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다음 달 21일 정 감독이 기획한 첫 공식 무대가 열린다.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기념해 내달 27~28일에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 콘서트오페라 공연이 예정돼 있다. 유럽 무대에서 함께한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 테너 에릭 커틀러가 출연해 개관의 의미를 더한다.
또 9월18일에는 정 감독이 지휘하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도 예정돼 있다. 정 감독은 지휘자 중 가장 많은 횟수로 이 오케스트라와 무대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이제 음악은 일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삶의 방식”이라며 “부산과 밀라노를 오페라로 잇는 여정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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