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란마저 기복... 8년 만의 빈손, '펩시티'의 굴욕

이준목 2025. 5.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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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5 시즌 '무관' 마감한 맨시티... 마지막 자존심 지킬까

[이준목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간) 경기 후 실망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과 클라우디오 에체베리
ⓒ EPA=연합뉴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시티가 2024-2025시즌을 결국 사실상의 무관으로 마감하게 됐다.

맨시티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축구협회 FA컵 결승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거함 맨시티를 격침시킨 크리스털 팰리스는 창단 120년 만에 메이저급 대회(리그, FA컵,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1905년 창단한 팰리스는 그동안 잉글랜드 2·3부리그에서 우승한 경력은 있지만, FA컵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팰리스는 FA컵 최초의 우승을 차지한 역대 45번째 클럽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3년 위건 애슬레틱 이후로는 무려 11년 만에 새로운 우승팀이 탄생하게 됐다.

반면 맨시티에게는 악몽 같은 시즌의 화룡점정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EPL) 4연패를 달성했던 맨시티는 올 시즌 리그 6위에 그치고 있는데다 카라바오컵(리그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모두 16강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희망으로 통산 8번째 우승을 노렸던 FA컵마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팰리스에게 덜미를 잡혀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치며 충격이 배가 됐다. 올시즌 맨시티가 공식 대회에서 들어올린 트로피는 시즌 개막 직전 단판 승부 이벤트 경기에 가까운 FA 커뮤니티 실드가 유일하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한 이후, 무관에 그친 첫 시즌을 제외하면 무려 8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맨시티가 슬럼프일 때, 경쟁 팀은 승점 적립

맨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왕가의 친족이자 세계적인 석유재벌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얀이 인수한 뒤 막대한 '오일머니'를 쏟아부으며 평범한 잉글랜드 중위권 팀에서 유럽 최강팀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우는 펩 과르디올라가 지휘봉을 잡은 2016년 이후로만 EPL 우승 6회, FA컵 우승 2회, 리그컵 4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 총 18개의 우승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2022-23시즌에는 구단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트레블(3관왕)까지 달성하며 '펩시티 왕조'의 최정점을 찍었다. 바로 직전 시즌인 2023-24시즌에도 PL 최초의 4연패를 달성하는 데 성공하며 꾸준한 성적을 이어갔다.

2024-25시즌도 맨시티는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고, 정규리그 개막 9라운드까지만 해도 7승 2무의 무패행진을 달리며 선두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10라운드를 기점으로 맨시티는 갑작스럽게 믿기 어려운 부진에 빠졌다.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후 최초의 리그 4연패를 포함하며 17라운드까지 1승 1무 6패에 그치는 난조 속에 순위는 선두에서 7위까지 수직 추락했다.

부진은 다른 대회까지 이어졌다. UCL 1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게 2연패를 당하며 조기 탈락했다. 카라바오컵에서는 역시 올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던 리그 17위 토트넘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맨시티가 극심한 슬럼프의 늪에 빠진 사이, 라이벌인 리버풀은 아르네 슬롯 신임 감독 체제에서 파죽지세로 승점을 적립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36라운드 현재 25승 8무 3패(승점 83)를 기록한 리버풀은 2위 아스널을 15점차로 제치고 조기에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다.

디펜딩챔피언 맨시티의 갑작스러운 추락은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터진 결과라는 평가다. 맨시티 중원의 핵심이자 '발롱도르 수상자'이던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가 지난해 9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게 불행의 서막이었다.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한 맨시티지만, 지난 3-4년간은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며 세대교체 타이밍을 놓쳤고, 이는 라인업의 고령화로 이어졌다.

로드리 외에도 주축 선수들 다수가 부상에 시달렸고, 일카이 귄도안, 카일 워커 에데르송 등 노쇠한 주전 선수들의 폼이 한꺼번에 하락하며 맨시티의 전력은 수직 추락했다. 간판 공격수 엘링 홀란은 올시즌도 21골(3위)을 넣었지만 득점왕을 차지했던 이전 시즌들에 비하면 큰 경기에서의 부진과 기복이 부쩍 심해졌다.

몇 년 간 거듭된 성공 속에 안주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도 상대에게 분석당하기 시작했다. 주전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과르디올라 특유의 지나친 '소수정예식' 스쿼드 운영과 '내부 육성의 부재'는 결국 올시즌에는 독이 돼 돌아왔다. 당초 올시즌을 마치고 맨시티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팀이 한창 부진에 빠져있던 지난해 11월 마음을 바꿔 맨시티와 2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시즌 중에는 가정사로 이혼 위기까지 겪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남은 자존심은 UCL 출전권

맨시티에게 이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자 희망은,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라도 지켜내는 것뿐이다. 2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맨시티는 21일 본머스, 26일 풀럼을 상대한다. 맨시티는 1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65점으로 5위 빌라(66점)를 1점차로 추격 중이다.

맨시티가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자력으로 최대 3위까지 반등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6위 이하로 추락할 경우 다음 시즌 UCL 무대도 밟을 수 없게 된다. UCL 출전 여부가 스타급 선수들의 영입과 선수단 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올시즌 무관에 그친 것보다도 더 치명적인 결말이 될 수 있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리그 최저 순위는 부임 첫해였던 2016-17시즌의 4위였다. 과연 맨시티와 과르디올라 감독의 황금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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