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난개발 대책위원회 출범을 축하하며
[박철순 기자]
선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 본질적인 문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골프장 건설은 이 질문을 압축적으로 드러냅니다.
아픈 곳은 다양한데 증상은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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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군 이야기 01 차황면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
| ⓒ 차황면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
먼저 소통과 민주주의의 부재를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무리한 개발 시도로 빚어진 다양한 갈등 와중에 행정은 사유재산이라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절차적 적법성, 경제 논리를 내세우며 숨어 버립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지역 행정 당국이 개발에 편중된 태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사실 전국적으로 관찰됩니다. 지자체가 장기적인 안목과 전망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골프장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대안으로 골프장을 거론하는 것입니다. 산불 피해를 '파괴의 미학'이라고 표현한 도지사가 나무를 심을 것이 아니라 호텔, 리조트,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지역개발의 장기적인 전망을 신중하게 논의했다는 곳은 하나도 없고 불시에 돌발적으로 골프장 건설을 알게 되었다는 곳이 거의 전부라는 사실은 분명한 비극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들은 살아 있긴 합니까?
2. 경제성이라는 낡은 환상
경제성에 대한 믿음은 오래된 것입니다. 골프장을 지으면 유동 인구가 증가하고, 골프의 특성상 구매력이 높은 방문객의 증가가 지역 상권의 발달을 촉진할 것이라는 희망은 그럴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4년에 내놓은 보도자료는 유혹적이기까지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당시 건설 중이거나 준비 중인 골프장 250개가 모두 지어지면 약 2조3천억 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일자리가 4만 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20년이 지난 2022년 통계에 따르면 골프장 운영에 종사하는 인원 수가 2만850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비용을 줄이려는 것은 모든 기업의 본능적인 욕망입니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인건비를 통제하는 것은 수익에 직결됩니다. 최소 1천억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고 그 대부분을 FP등으로 조달해야 하는 특성상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줄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마찬가지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골프장 체류 시간을 늘리려고 시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관광과 결합한 골프장, 리조트형 골프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렇게 골퍼들을 묶어 두려는 시도의 일환이 아닙니까? 골프장의 낙수효과로 지역 상권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골프장이 자신들의 이익 일부를 포기하고 골퍼들이 지방의 식당이나 상가, 숙소를 이용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과연 합리적 기대일까요?
구매력이 있는 방문객의 증가가 지역의 소비를 자극할 것이라는 주장은 진실이 아니라 예측에 불과합니다. 예측은 의심 받고, 검증되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당연한 의문을 무시하거나 경제 논리를 몰라서 하는 말들이라고 일축해서는 안 됩니다.
3. 임박한 기후위기, 생태적 위험
골프장 건설이 가져다 줄 이익은 불확실한 반면 생태적 위험은 즉각적이고 확실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수자원에 대한 위협이 심화됩니다. 골프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물소비가 필요합니다. 1홀 관리에 필요한 물 사용량은 연간 5만 톤에서 7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일반가정 1500세대의 물 사용량과 비슷합니다. 아울러 제초제, 살충제, 영양제 등 각종 화학 물질 사용으로 인해 물 자체가 오염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또한 되돌리기 어려운 산림 훼손이 벌어지게 됩니다. 18홀을 기준으로 약 27만 평 정도의 토지가 필요하며 그 대부분은 산림입니다. 27만 평은 축구장 150개의 크기에 필적합니다. 이러한 규모의 산림 훼손은 필연적으로 기후 위기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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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군이야기02 차황면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
| ⓒ 차황면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
골프장 건설에는 모든 측면에서 의문 부호가 찍힙니다. 경제성은 확신할 수 없고, 생태계 훼손에 대한 과학적 해결은 의문시 됩니다. 골프장 뿐만이 아닙다. 산청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카나 지하수 남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전국적인 난개발이 진행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와 사회에 있습니다. 개발에서 소외 되었다는 분노,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지역 행정의 조급함과 정치인의 무책임, 고령화의 진행으로 주민들의 저항이 약화되리라는 기대가 서로를 증폭 시키며 우리의 땅과 강을 파헤치고 메마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와 행정이 신음하는 생태계의 호소를 외면하고 주민들을 외면한다면, 남은 것은 폐허 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자손들은 지리산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책과 유튜브로만 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생수를 마시며 영상으로 지리산을, 고향의 아름다움을 지켜만 봐야 하는 아이들의 미래를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5. 축령산 자락에서 지리산으로 띄우는 편지
다행히 하늘과 땅은 여전히 숨쉬며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는 땅에 발 딛고 선 사람들은 압니다. 무릎 꿇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한 땅의 주인임을. 그러므로 이제 '더이상은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기꺼이 모인 산청군의 주민들께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고향, 남양주 축령산 자락에서 인사를 보냅니다.
수동의 숲과 강이 남양주시의 사유물이 아니듯, 지리산도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습니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려주기 위해, 일어선 분들에게 보내는 인사가 냇물을 따라 남쪽으로 흐릅니다. 이 격려와 감사의 마음이 반드시 산청에 이를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늘과 땅이 나뉠 수 없듯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곳에 희망이 되고, 정치와 행정의 무능과 무책임을 주인된 마음으로 함께 이겨 낼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 우리의 삶을 떳떳하게 보전하는 일이고, 떳떳하게 사는 삶이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연대의 마음으로 산청군 난개발을 막고자 모인 각 단체의 이름을 적습니다.
삼장면 지하수 보존 비상대책위원회,
차황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청 주민대책위원회.
포기하지 않으면 질 수도 없습니다.
계속 싸우기로 결심했을 때,
다른 미래가 열립니다.
덧붙이는 글 | 5월 20일 산청군 난개발 대책위원회가 출범합니다. 남양주시 수동면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전국 어디서나 주민 의사에 반하고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난개발에 저항하는 분들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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