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론’ 검찰 다독인 이원석 전 총장 “길게 보라, 검찰 역할 필요로 하는 사회 있다”
검 존폐·진로 고민 후배들에 조언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사·기소권 분리 등 대대적 검찰 권한 축소를 예고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조직의 존폐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원석(사진) 전 검찰총장은 최근 검찰 후배들을 만난 자리에서 “길게 보라. 검찰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항상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권한이 축소돼도 사정 기능을 수행할 기관은 필요하니 조직에서 이탈하지 말고 역할을 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총장은 최근 지방 소재 한 대학에서 강연한 뒤 인근 검찰청 소속 검사들과 만나 “어느 사회든 검찰의 역할이 있어야 하는 곳이 있으니 길게 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장은 권한 축소와 확대가 반복된 것이 검찰의 굴곡진 역사라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부패 예방과 범죄 척결이라는 검찰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전 총장의 발언은 검찰의 존폐 문제와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 성격이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선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식으로든 검찰 조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후보는 검찰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주고, 검찰은 기소권만 행사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가 이날 개헌 구상 중 하나로 거론한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도 검찰개혁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검찰도 사정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도 있다. 정권교체 후 특검 정국이 본격화하면 민감한 사건을 다룬 검사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이유로 대선을 앞두고 사직 여부를 고민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지방의 한 중간 간부는 “조기 대선이 확정되고 난 이후부터 명예퇴직을 알아보는 검사들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어떤 외풍에도 ‘국가가 부여한 내 일을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조직이 운영됐는데 떠날 고민을 하는 후배들이 많아졌다”며 “후배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재환 신지호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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