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젖히다, 제치다, 제끼다, 재끼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매일같이 이용한다. 이 사전에 따르면 “노래를 불러 제끼다”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대신에 “노래를 불러 젖히다”로 쓰라고 한다. 그렇지만 “노래를 불러 젖혔다”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노래를 불러 제꼈다”고 표현한다. ‘재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전에서 ‘재끼다’를 찾으면 “(동사 뒤에서 ‘-어 재끼다’ 구성으로 쓰여) 일을 솜씨 있게 쉽게 처리하거나 빠르게 해 버림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돼 있다. ‘제끼다’는 비표준어라고 해 놓았으니 차라리 여기에 “노래를 불러 재꼈다”는 예문을 보이는 게 나았겠다. ‘젖히다’에 ‘재끼다’ 같은 뜻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젖히다’는 “고개를 젖히다”처럼 “뒤로 기울게 하다”이거나 “이불을 젖히다”처럼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는 뜻일 때나 적절해 보인다.
사전은 ‘제끼다’ 대신 ‘제치다’를 쓰라고도 한다.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 “대상이나 범위에서 빼다” “경쟁 상대보다 우위에 서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다. “상대 선수들을 제끼고”가 아니라 ‘제치고’라는 것이다. “나를 제쳐 두고” “대기업을 제쳤다”처럼 표현하라고 한다. 이때 ‘제치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한글학회가 펴낸 우리말사전은 ‘제끼다’도, ‘재끼다’도 표준어로 처리해 놓았다. 의미는 둘 다 “일을 착착 처리하여 넘기다”이다. ‘제끼다’와 ‘재끼다’의 관계는 큰말, 작은말 차이다. ‘제끼다’가 큰말, ‘재끼다’가 작은말이다. 어감 차이만 있다. “노래를 불러 제꼈다”고 할지, “재꼈다”고 할지는 각자의 자유다.
이경우 기자 islba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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