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李되면 시진핑 독재" 李 "남측이 공격할까봐" 경솔 발언 논란

6·3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선 유력 주자들의 잇따르는 경솔한 외교적 발언이 우려를 낳고 있다. 중요한 주요국의 지도자를 독재자처럼 규정하는가 하면, 북한의 남북 연결 도로 폭파 등은 한국군이 공격할 우려 때문이라는 북한의 논리를 되풀이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가 8대0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김정은이나 또는 시진핑 같은 공산 국가에서는 그런 일이 많이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매우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민주주의의 다양한 의견이 있고 다양한 견해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헌법재판소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듯 한 발언의 내용도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굳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나란히 거론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를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며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김정은 독재 체제와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공산국가를 폄하하는 듯한 표현도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 여전히 공산주의를 택하고 있는 국가가 여럿 있고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김 후보의 발언은 자유민주주의가 이보다 우월하다거나 국가 간 국내정치 체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들릴 여지도 있다.
김 후보가 시 주석을 끌어들인 건 처음도 아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비판하며 “히틀러보다 더하고 김정은도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시진핑이 이런 일이 있었나, 스탈린도 이런 일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14일에는 사천 우주항공청 방문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 독재, 시진핑 독재, 히틀러 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닌달 29일에는 이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거의 북한의 김정은 또는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과 같은, 그 정도의 득표율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숫자가 상당히 공포스러운 우리 미래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요한 외교 상대국의 지도자인 시 주석을 김정은이나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대량 학살을 자행한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선상에서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차기 대통령이 받아들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 중 하나가 한국이 주최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말~11월 초)에 시 주석을 초청해 11년 만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진다.

이재명 후보가 북한의 남북 관계 단절 조치에 대해 내놓은 언급도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대구 유세에서 “한국전쟁이 끝난 이래로(처음으로) 휴전선에서 북한군이 혹시 남쪽에서 탱크로 북쪽으로 밀고 올라올까 봐 철도를 끊고, 도로를 끊고, 개활지에는 탱크 방어용 장벽을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북한이)남과 북은 이제 완전히 딴 민족, 딴 나라라고 선언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위협받으니 경제도 나빠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철수해 주식시장도 점점 나빠진다”면서다.
이 후보가 언급한 철도와 도로는 북한이 지난해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및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MDL 인접지역에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도 설치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남쪽에서 탱크로 북쪽으로 밀고 올라올까봐”라고 하는 건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지난 2023년 말 김정은이 지시한 ‘적대적 두 국가관계’ 재정립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조선인민군(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해 10월 “영구적 국경 차단”을 선언하면서 “우리의 남쪽국경과 접경한 한국 지역에서 매일같이 동시다발적으로 감행되는 침략전쟁 연습책동이 전례를 초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거론하며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 등을 도발의 빌미로 삼는 억지 주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사실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까지 무시하며 남북 관계 단절에 나선 건 내부 결속을 꾀하고,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내에서 한류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사상 이완 기류가 포착되자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해 이를 틀어쥐겠다는 취지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포탄 등을 생산하는 족족 러시아로 보내는 등 전력 공백이 발생하자 지레 방어적 태세를 갖췄을 수 있다. 북한은 ‘방어축성물’로 주장하지만, 여기에 화기를 들여놓고 공격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처럼 군사력을 동원한 북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남측의 공격이 걱정돼 취한 조치라는 식으로 언급하는 건 북한의 궤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북한이 폭파한 철도와 도로에는 한국 정부 예산이 대거 투입됐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에 따르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1억 3290만 달러 상당(한화 약 1800억원)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북한이 도로를 폭파하고 철도를 철거한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재산권 침해라는 뜻이다.
북한은 금강산에서도 남측 관련 시설을 차례대로 철거해 정부 예산 약 49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 2020년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발생한 우리 측 피해액은 약 447억원으로 집계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는 “상대방이 있는 외교·통일·안보 사안과 관련한 표현은 한번 뱉어 놓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선거 기간엔 최대한 신중하게 가져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검토를 통한 조정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후보들은 발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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