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가 차려준 '술상' 대박…요즘 술 브랜드 '필승 공식' [비크닉]

푸른 조명 아래 보글보글 탄산 소리, 그리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맥주. 지난 4월 공개된 서울 성수동의 한 공간이 단번에 소셜미디어(SNS) ‘핫플’로 떠올랐습니다. 이곳은 브랜드 리뉴얼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카스의 팝업스토어 ‘카스월드’였죠. 브랜드명이 영어 단어 ‘Cascade(폭포)’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착안한 공간 연출이 눈길을 끌었는데, 청량함과 신선함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오감으로 풀어낸 결과, 10일간 2만명 가까이 찾았다고 해요.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만 1000여개가 넘고요.
단순히 “이 술을 마셔보세요”를 외치던 모습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식당과 술집을 돌며 시음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여는 ‘푸시형 마케팅(영업 판촉)’에서 벗어난 주류 브랜드는 술집 밖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CX(고객 경험) 설계가 중요해지면서 소비자 일상 한가운데 파고드는 팝업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이 새로운 마케팅의 변화를 비크닉이 들여다봤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이젠 ‘경험’의 시대

주류 팝업 열풍이 바꾼 유통 채널 풍경

왜 채널까지 움직였을까요. 수만 명이 모이는 대형 오프라인 축제도 좋지만, 인스타그램에 퍼질 만한 ‘작은 공간’이 더 효과적인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한정성과 희소성 덕에 자발적인 SNS 확산이 이뤄지고,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를 얻죠. 직접 노출이 어려운 술 광고 대신 ‘체험’과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각인하는 효과는 덤이고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팝업을 다녀오면 ‘혼술’하는 순간 등 일상에서도 그 경험이 연결된다”며 “소비자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브랜드는 브랜딩을 원하는데 이 욕망이 맞닿는 지점이 바로 팝업”이라고 분석했어요.
더 깊이, 더 몰입되게…‘세계관 체험’으로 확장


젊은 층이 음주를 넘어 맛·스토리·브랜드 가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개인 취향에 맞는 술을 적당히 즐기는 ‘파인 드링킹’ 문화를 녹인 사례까지 나왔어요. 소주 브랜드 ‘새로’는 지난 3월 말부터 압구정로데오에 무릉도원에서 소주를 마시며 풍류를 즐기는 콘셉트의 ‘새로도원’ 팝업을 열었어요. 인기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조서형 셰프와 협업한 ‘새로 술상’을 통해 다이닝과 주류 체험을 결합한 결과, 예약 앱 캐치테이블에서 예약 마감 행진이 이어졌죠. 신은경 롯데칠성음료 소주BM 책임은 “새로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단계에 MZ 세대의 감성과 취향을 반영한 브랜드”라며 “한국적 요소를 녹인 구미호 모티브의 캐릭터 ‘새로구미’로 스토리텔링을 하며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멀티콘텐트 전략’으로 진화하는 술 마케팅

전문가들은 주류 시장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더 강조합니다. 브랜드 철학과 가치, 생산 과정 등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열쇠라는 것이죠.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글로벌 맥주 브랜드까지 들어오며 주류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감각적인 체험형 마케팅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어요. 앞으로의 주류 마케팅, 소비자 마음속에 ‘맛’만 남는 게 아니라 ‘기억’까지 남게 될지 기대해봐도 좋겠습니다.

김세린 기자 kim.se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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