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팜 소녀" 사진 촬영자 논란 재점화

박정연 2025. 5. 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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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도사진재단 "닉 우트 단독 촬영 확신 어려워"… AP "저작권 변동 없다" 반박

[박정연 기자]

 베트남전의 참혹함과 반전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네이팜 소녀' 사진의 촬영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 Nick Ut (AP)
1972년 6월 8일, 남베트남 공군의 네이팜탄이 휩쓴 트랑방 마을. 그 끔찍한 현장에서 포착된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9살 소녀 '판 티 킴 푹' (Phan Thi Kim Phuc)의 사진은 "네이팜 소녀"라 불리며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오랫동안 이 사진은 AP통신 소속 닉 기자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담은 이 역사적인 사진의 촬영자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바로 2025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거>(The Stringer, 감독 응우옌 바오)다.

이 다큐 영화는 "네이팜 소녀" 사진의 실제 촬영자가 닉 우트 기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세계보도사진재단은 닉 우트 기자의 해당 사진에 대한 수상 이력 표기를 잠정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도사진재단은 지난 1월부터 5개월 동안 사진의 촬영 각도, 당시 여러 사진가들의 위치, 사용 장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베트남 현지에서 NBC와 협력하던 사진기자 응우옌 탄 응헤나 현장에 있던 다른 사진가들이 이 역사적인 이미지를 포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응우옌 탄 응헤 기자는 비슷한 시점에 유사한 사진을 촬영한 기록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P통신은 이러한 재단의 발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AP통신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닉 우트 기자가 '네이팜 소녀' 사진을 촬영한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으며, <아트넷 뉴스>(Artnet News)와 한 인터뷰에서 닉 우트 기자는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거>의 문제 제기가 자신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72년, 남베트남 공군의 네이팜탄 공습 직후 알몸으로 뛰쳐나오는 9살 어린 소녀 킴 푹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담은 이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반전 운동을 촉발한 강력한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23년 1월 <페타 픽셀>(PetaPixel)과 한 인터뷰에서 닉 우트 기자는 사진 촬영 당시 긴박했던 상황과 9살 킴 푹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충격 그리고 즉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녀를 도왔던 순간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당시 다른 기자들은 이미 현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 회고 기고문에서도 닉 우트 기자는 라이카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불에 타 옷이 벗겨진 채 달려오는 어린 소녀 킴 푹을 목격한 순간을 상세히 묘사하며, 그녀가 물을 찾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즉시 돕는 것이 사진 촬영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닉 우트 기자는 킴 푹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녀를 "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베트남 전쟁당시 AP통신 종군사진기자로 활동했던 닉 우트 기자가 군복을 입고 있다.
ⓒ Nick Ut 사진 기자 페이스북
화상의 고통을 딛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킴 푹은 이후 캐나다로 이주해 가정을 이루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평화를 옹호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1997년 유네스코 평화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전 세계를 순회하며 평화 메시지를 전했고, 전쟁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한 '킴 파운데이션 국제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강연과 자서전 <파이어 로드>(Fire Road)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전쟁의 비극을 알리고 있다.
 판티 킴푹(PHAN THI Kim Phuc) 여사가 2019년 9월 19일 오전 킨텍스 제1전시관 3층 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DMZ 포럼 2019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킴 푹은 2004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훈장, 2019년 드레스덴 평화상을 받았다. 또 자서전 오디오북으로 2009년 오디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2025년 올해는 펄 S. 벅 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누가 셔터를 눌렀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 사진은 역사적인 보도 사진으로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보도사진재단의 이번 결정은 보도사진의 진실성과 사진가의 윤리 그리고 역사적 기록의 신뢰성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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