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유전자 가위

전석운 2025. 5. 1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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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운 논설위원


유전자 가위는 종종 난치병 극복의 희망과 생명윤리 위반의 비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은 2020년 노벨화학상 을 받았지만, 이후 유전자 가위는 적용 대상에 따라 칭송과 비난이 엇갈렸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희귀 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가 유전자 가위 치료를 통해 생명을 건졌다고 보도했다. KJ 멀둔이라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중증 CPSⅠ결핍증을 진단받았다. 체내 단백질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를 배출하지 못해 간과 뇌 등 장기가 훼손될 위기를 맞았다. 유전자 가위 치료를 시작한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팀은 DNA를 잘라내는 대신 염기서열을 교정하는 ‘염기 편집’ 기법을 적용했다. 아기 멀둔은 6개월간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투여받은 뒤 건강을 되찾았다. 학계는 유전자 가위 치료의 성공 사례라며 환영했다.

반면 2018년 11월 허젠쿠이 중국남방과학기술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로 에이즈 바이러스(HIV) 면역력을 가진 아기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가 이듬해 구속됐다. 불임 치료를 받던 부모로부터 배아를 얻어 유전자 교정을 한 뒤 HIV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를 탄생시켰는데, 이 과정에 400개에 달하는 배아가 희생됐다는 게 구속 이유였다. 배아도 생명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학자들은 허젠쿠이를 맹비난했고, 중국 과학계도 이에 동조했다. 보통 수정 후 임신 8주 정도까지를 배아로 구분한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22년 만기출소한 허젠쿠이는 희귀질환 연구소를 설립하고 본업에 복귀했다. 그는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쌍둥이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며 “유전자 편집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결국 사회가 유전자 편집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병 극복과 생명 윤리의 한계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인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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