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일단 두겠다"…이재명 공약에 '숫자' 안보이는 이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이 16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론에 대해 “시행해 본 후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해 봐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재초환 폐지를 공약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달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일단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폐지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땐 재초환 일부 면제를 공약했었다.
진 의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재건축을 통해서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건 사회 공공을 위해 환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정책이나 투자 과정에서 집값 상승분이 있는데, 재건축을 했다고 해서 과도하게 이익을 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2023년 크게 완화되며 부담이 줄었고, (개정해서) 시행한 지 1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시행 후 부담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얻은 초과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1인당 평균 8000만원 이상 이익을 얻을 경우 과세한다. 재초환은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시행이 유예됐다가, 문재인 정부 때 부활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재건축부담금이 면제되는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 금액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해 부담을 완화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용적률 상향 ▶1기 신도시 재정비 등의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주택 몇 호를 공급할지, 용적률을 얼마나 상향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렇듯 민주당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비춰질 만큼 세밀한 공약 대신 큰 틀의 정책 방향만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정책 분야 역시 각론 없이 총론만 제시하며 일종의 ‘공약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2일 발표한 10대 대선 공약에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아동·청년·어르신 등 모두가 잘사는 나라’ 등 추상적인 표현이 중점으로 담겼다. 지난 대선과 달리 구체적인 목표와 수치가 사라진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선대위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한 의원은 “수치를 제시하면 집권 이후에 부담이 되니 큰 방향성만 제시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는 상황에서 논란거리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부자 몸조심’ 모드로 대선에 임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지지율을 깎아 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반발을 불러올 만한 정책은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일께 공개할 공약집에도 구체적 수치 등은 담기지 않을 예정이다. 폭발력이 있는 세제 개편도 공약집에 세부 내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선대위 정책본부는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동거 신고만 하면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복지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 또는 ‘등록동거혼’을 저출산 공약으로 검토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조수빈 기자 jo.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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