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마을에서 만난 윤상원의 길과 기억

광산구보 이신의 2025. 5. 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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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길'이라는 시를 통해 길의 연속성을 사유했다.

헝가리 철학자 게오르크 루카치도 '길의 끝에서 여행이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광산구는 2024년 6월 윤상원 열사의 고향인 임곡 천동마을 내 천동길 329m를 '윤상원길'로, 또 마을로 향하는 임곡로 일부 5.7km(임곡동 행정복지센터~진곡교차로) 구간을 '윤상원민주로'로 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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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서 다시 시작된 민주주의

[광산구보 이신의]

 윤상원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명예도로.
ⓒ 광산구보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길'이라는 시를 통해 길의 연속성을 사유했다. 헝가리 철학자 게오르크 루카치도 '길의 끝에서 여행이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어짐'의 상징이다.

광산구는 2024년 6월 윤상원 열사의 고향인 임곡 천동마을 내 천동길 329m를 '윤상원길'로, 또 마을로 향하는 임곡로 일부 5.7km(임곡동 행정복지센터~진곡교차로) 구간을 '윤상원민주로'로 고시했다. 이는 공익성과 헌신도를 고려해 부여되는 명예도로로, 5·18 유공자의 이름이 지정된 것은 전국 첫 사례다. 마을 초입에는 5월이면 주먹밥처럼 소담한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그 나무들을 따라 길의 끝자락에 이르면 윤상원 생가가 자리한다.

집 입구엔 윤 열사의 호를 딴 '해파재(海坡齋)' 현판이 걸려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이라는 뜻. 민주주의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결의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생가 앞에서 문득, 답 없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집 안 대들보에는 군 복무 중 윤 열사가 아버지께 보낸 편지가 걸려 있다. '옹졸과 왜소, 편협한 인간군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짧은 글에서,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평범한 한 사람을 본다. 윤 열사는 노동 현실을 알리기 위해 위장취업을 택했고 들불야학에서는 '사랑이 밑받침하는 진정한 인간 교육의 실현'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전남도청 앞에서는 총탄을 막는 선택을 했다. 이 모든 일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평범한 이의 비범한 선택이었다.
 윤상원 생가
ⓒ 광산구보
 민주주의의 뿌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곳. 윤상원기념관
ⓒ 광산구보
생가를 지나 마을 우물가에 이르면 윤상원기념관이 나온다. 이 공간은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부지 위에 세워졌다. 정종호 천동마을 이장(69)은 "다른 기념관들은 정부 지원으로 만들어
지는데 우리는 왜 인정받지 못하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어요. 그래도 윤 열사의 뜻을 기억하고 역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다들 동의해주셨어요."라며 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기념관 1층은 기획전시 공간이다. 지금은 '소년은 언제나 우리 곁에'라는 주제로 5월 31일까지 전시가 진행 중이다. 2층은 상설전시 공간으로 윤 열사의 삶이 펼쳐진다. 전시를 둘러보던 학원강사 이하영(32) 씨는 말했다. "윤열사가 들불야학에서 강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셨는데 강학이라는 뜻이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의미라는 걸 여기서 처음 알았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쉽지 않은 일인 걸 잘 알거든요. 가르침을 마음에 담고 갑니다."

윤상원의 길은 희생과 사랑의 실천으로 마무리됐다. 그길이 끝난 자리에서, 우리의 길이 다시 시작됐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 길을 지키는 마을 사람들, 기념관에서 역사를 전하는 이들, 그리고 이 외진 마을을 찾아온 방문자들. 그들 모두가 함께 걷고 있는 이 길, '길'의 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늘에서 본 천동마을 전경
ⓒ 광산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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