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연락 끊긴 애인, 외출 나가 찾아갔더니...
김성호 평론가
흔히 단편영화를 가리켜 영화판의 테스트베드(Testbed)라 한다. 매장에 누워 있는 침대에 실제로 누워 그 성능을 가늠하듯이, 단편영화를 통해 신진작가의 역량과 가능성을 내다본다는 뜻이겠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카메라와 전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장편영화를 찍어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거엔 고가의 필름과 카메라가 필요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값비싼 필름을 구하기 어려웠던 젊은 작가들이 남는 자투리 필름을 이어붙여 짤막한 영화를 만들고는 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전설처럼 남아 있다.
|
|
| ▲ 외출 스틸컷 |
| ⓒ JIFF |
단편영화는 신진작가의 등용문일 뿐 아니라 연습의 장 또한 제공해준다. 단 몇 회차 촬영으로 한 편의 작품을 뚝딱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장편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량을 갈고 닦을 수 있는 때문이다. 단순히 방구석에서 쓴 시나리오를 넘어, 현장에서 스태프며 배우들을 지휘하고 조율해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연출자에겐 반드시 필요한 수련의 과정이 된다.
한국 주요 영화제에서 단편영화를 본다는 건 젊은 작가의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오늘은 미약하지만 마침내는 창대해질 젊은 작가의 재능을 살펴 미래를 가늠하는 일이다. 때로는 번뜩이는 재주가 있고, 탁월한 기량이며 선명한 개성이 있는 작품을 마주할 때도 있다. 그보다 자주 뾰족한 구석이란 없는 범상함에 하품을 하게 될 때도 있으나, 어찌됐든 각자의 최선을 쏟아낸 결과물을 마주한다는 건 한 명의 평론가에게도 솜털이 곤두설 만큼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
|
| ▲ 외출 스틸컷 |
| ⓒ JIFF |
영화는 입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외출을 나온 병사 주민형(주민형 분)의 이야기다. 이제 막 일병 약장을 단 듯한 그는 짧은 외출을 나온 기회에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막상 찾아온 여자친구의 집엔 그녀는 오간 데 없고 웬 이삿짐센터 직원이 짐을 옮겨 담고 있다. 군대에서부터 여자친구와 연락이 끊긴 모양인 주민형 일병은 남몰래 집에서 빈 화분을 하나 훔쳐들고 나와 무작정 인근 거리를 걷는다.
영화는 민형이 어떠한 단서도 없이 여자친구의 집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과 그가 그녀와 만나 나누었던 마지막 시절을 오가며 펼쳐진다. 또 이삿짐을 옮기는 아저씨와의 짤막한 대화, 화분을 들고 찾은 동네 꽃집 주인과의 이야기, 부대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민형의 모습까지를 정처 없이 떠돌 듯 내보인다.
|
|
| ▲ 외출 스틸컷 |
| ⓒ JIFF |
관객에게 납득시키려 노력하지 않고 그저 벌어지는 일로만 러닝타임을 채우는 영화다. 외출 나온 주인공이 대체 왜 여자를 찾는 건지,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인지, 화분의 운명은 또 어떠할지를 관객은 끝내 알 수가 없다. 그는 영화의 관심이 아닌 듯 보인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차라리 영화가 그리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도 든다. 삶 가운데 우리가 가까이 다가서 제대로 아는 이야기란 손에 꼽는 법이니까. 대부분은 될 대로 아무렇게나 흘러가고 끝내 전해지지 않으니까. 남의 이야기란 대개 남의 이야기로 끝나고 마니까. 말하자면 <외출>이 영화적이진 않다는 이야기다.
|
|
| ▲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 ⓒ JIFF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찍 지역'이라는 혐오... "TK의 딸은 늘 광장에 있었다"
- 이재명 51%, 김문수 29%, 이준석 8%...이, PK 40% 넘었다
- 이재명 포옹하며 두 손 번쩍 김상욱 "대통령 되는 데 최선 다하겠다"
- 우리가 일하다 영원히 퇴근 못 한 이들을 추적하는 이유
- "부정선거 막아주세요"·"5.18 가지 마세요"... '브이' 그린 김문수에 쏟아진 제안
- 가정의 달, 외벌이 가장의 고민 '왜 나는 이것밖에 못 드릴까'
- 혼자만 남은 것 같던 때, 나를 더 살고 싶게 만든 이것
- 토끼가 낮잠을 자지 않는 시대, 거북의 승리 전략
- 홍보실장 명함 내밀며... 이재명 캠프 사칭 '노쇼 사건' 발생
- [오마이포토2025] 김문수 유세장에 등장한 "어떡하냐 문수야" 이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