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국제공항 역사 속으로… 마지막 착륙의 주인공은 대한항공?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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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국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포체통' 공항으로 불리는 프놈펜국제공항 현재 모습. 금년 신공항 개항으로 7월 9일 자정을 마지막으로 이 공항의 역사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 |
| ⓒ 캄보디아민간항공청(SSCA) |
현지 영어 신문 <프놈펜 포스트>가 지난 1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역사적인 마지막 이륙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항공사는 대한항공의 KE690편인 것으로 알려져, 한국과 캄보디아의 특별하고도 깊은 인연에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시작, 웅장한 테쪼 신국제공항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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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년 7월 10일 캄보디아의 새로운 관문이 될 테쪼국제공항 조감도. |
| ⓒ 영국 Foster + Partners |
한국-캄보디아 하늘길 굳건히 지켜온 대한민국 국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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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신공항 이전을 앞두고 대한항공 KE690편이 프놈펜국제공항(구 포첸통공항)에서 이륙할 역사적인 마지막 항공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
| ⓒ 대한항공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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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7년 2월 28일 수도 프놈펜 르 로얄호텔에서 열린 대한항공 취항 기념 축하연. 속안 캄보디아 부총리(왼쪽)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
| ⓒ 캄보디아한인회 |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둠 속에서 대한항공은 캄보디아 하늘길을 꿋꿋이 지킨 몇 안 되는 항공사 중 하나였다. 국경이 봉쇄되고, 수많은 외국 항공사들이 노선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대한항공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교민들, 헌신적인 의료진 그리고 묵묵히 개발 협력을 이어가던 공적개발원조(ODA) 관계자들을 위한 소중한 연결망을 굳건히 지켜냈다. 이 어려운 시기, 대한항공은 단순한 영리 기업을 넘어 한국과 캄보디아를 잇는 생명의 끈과 같은 존재였으며, 양국 간의 우호 관계를 굳건히 다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 시기를 경험했던 캄보디아 현지 교민들도 그때의 고마움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안젤리나 졸리와의 특별한 인연
대한항공과 캄보디아의 특별한 인연 속에는 세계적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따뜻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영화 <툼레이더> 촬영을 계기로 캄보디아와 깊은 유대감을 갖게 된 졸리는 2002년 이곳에서 아들 매덕스를 입양했고, 이후 유네스코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캄보디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미국과 캄보디아를 직접 잇는 하늘길이 없었던 탓에, 졸리는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하여 캄보디아를 오갔고 자연스럽게 대한항공의 단골 VIP 승객이 되었다. 대한항공은 졸리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정을 위해 VIP 전담팀을 특별히 편성하여 지원했으며, 이는 훗날 매덕스가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고 연세대학교에 진학하는 간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대한항공은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사람과 문화 그리고 국가를 잇는 보이지 않는 끈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다.
영광과 비극의 역사를 품은 (구) 포첸통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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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프놈펜국제공항 전경. 기존 공항 활주로가 대형 비행기가 이착륙하기에 짧고, 도심 교통 체증에 지역 주민 토지 보상문제까지 겹쳐 결국 2020년부터 신공항 건설이 본격 추진되었다. |
| ⓒ 캄보디아민간항공청(SSCA) |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브로즈 티토 대통령,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 그리고 싱가포르의 리콴유 초대 총리 등 냉전 시대의 주요 지도자들 역시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모두 프놈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이 공항은 캄보디아에 대한 첫 인상을 심어주는 외교적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1991년에는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이 오랜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북한 김일성 주석이 제공한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거쳐 프놈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당시 북한 경호원 40명이 그를 수행하는 모습이 외신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프놈펜 국제공항은 화려한 역사 속에서 캄보디아가 겪었던 비극적인 순간들을 고스란히 목격해야 했다. 1975년 4월, 크메르 루즈가 프놈펜을 함락했을 당시, 이 공항은 캄보디아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던 비운의 장소였다.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필드>는 당시 공항의 참혹했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마지막 탈출을 시도하던 사람들의 절박함과 극도의 혼란은 캄보디아공화국 패망 당일이었던 1975년 4월 17일, 크메르 루즈 점령 당시 프놈펜 국제공항의 실제 모습을 연상시킨다. 외국인, 정부 고위 관료 그리고 다가올 공포를 예감한 일반 시민들은 필사적으로 공항으로 몰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미군 철수 이후, 극소수의 민간 항공기만이 간헐적으로 이륙을 시도했을 뿐, 공항은 곧바로 공산 게릴라인 크메르 루즈의 손에 넘어갔다. 활주로에는 버려진 항공기들이 흉물스럽게 남아있었고, 공항 시설은 파괴와 약탈로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화려했던 순간을 뒤로 한 채 프놈펜국제공항은 희망의 상징에서 절망과 공포의 현장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것이다. 크메르 루즈 정권 하에서 공항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텅 빈 공간으로 방치되었고, 1979년 베트남의 침공 이후에야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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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놈펜국제공항 활주로의 모습 |
| ⓒ 캄보디아민간항공청(SSCA) |
곧 문을 열 테쪼 국제신공항이 새로운 미래를 열겠지만, 낡은 포첸통 공항에 얽힌 옛 추억과 수 많은 사연들은 캄보디아 사람들뿐만 아니라 고국에 간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공항을 찾았던 현지 교민들의 마음 속에도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마지막 이륙을 하는 비행기가 된다면 대한항공 KE690편은 이러한 역사와 작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특별한 순간을 담게 될 것이다. 낡은 활주로의 마지막 숨결이 캄보디아와 한국의 더욱 굳건해질 미래를 향한 희망찬 메시지가 되기를 부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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