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막 정의감 불탔나?" 윤석열 변호인단이 젊은 군인을 대하는 방식

박소희 2025. 5. 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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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배신 ⑨] 비꼬기, 갈라치기, 압박하기, 비아냥... 헌재에서 실패한 전술 형사법정에서 되풀이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선서를 한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무시하고 공화국을 공격했다. <오마이뉴스>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이어 형사법정에서도 계속 되는 그의 '배신'을 기록으로 남긴다. <편집자말>

[박소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이 3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 대통령 내란수괴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불리하면, 밟는다. 탄핵심판에 이어 형사법정에서도 윤석열씨와 변호인단은 동일한 증인신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첫째,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기. 둘째, 증인 또는 관련자들 무시하기.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실패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3차 공판에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부관, 오상배 대위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계엄 당시 차량 조수석에 앉아 바로 뒷줄의 사령관이 '네 명이서 한 명씩 들쳐 업고 나와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대통령 지시를 받는 장면을 목격했다. 특히 국회 계엄 해제 요구 의결 후에도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화할 뜻이었다는 정황을 또렷하게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되고 5분 내에 통화가 있었던 것 같다. 조각조각 기억이 나는데, 제일 먼저 기억 나는 것은 (대통령이 사령관에게) '지금 190명이 들어와서 의결했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왔는지는 확인 안 되는 거니까 계속 해라'는 취지다. 두번째는 '그러니까 내가 선포하기 전에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 같고.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 해라'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증언은 ▲이진우 사령관이 진술을 사실상 회피하고 있다는 점 ▲대통령의 2차, 3차 계엄 뜻을 명확히 증명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했다. 그만큼 윤씨 측에게는 매우 불리했다.

그래서 변호인단은 오 대위를 더욱 몰아세웠다. 주공격수는 윤갑근 변호사였다.

'오 대위 증언을 탄핵하라'... 그들은 이렇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가 3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지검장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것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탄핵 소추에 이어 오늘까지 총 8건의 탄핵이 기각됐다"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반대신문에 나선 윤 변호사는 "아까 지휘관 얘기(이진우 사령관-현장 지휘장교 통화 내용)는 단락단락 생각난다고 했는데, 대통령 워딩은 직접 통화한 사람보다도 더 자세하게 기억한다.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며 "조수석에 앉아있었고, 수시로 전화가 걸려오는 상태에서 상대방 목소리를, 내용을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다 듣는다는 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청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가"라며 비꼬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또 당시 국회에 진입한 수방사 병력이 37명뿐임에도 이진우 사령관이 대통령 지시에 '예'라고 보고한 것을 두고 "수방사령관이 군 통수권자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한번이라도 '불가능하다' 얘기해야지 아무런 보고를 안 했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른 사람과의 통화도) 몇 가지가 기억 나야 하는데 하나도 기억 안난다는 것은 증인이 거짓 증언 한다는 것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배진한 변호사는 "이 사건 전체가, 처음부터 대통령이 '절대 폭력은 안 된다'고 했는데도 (오 대위가 이 사령관으로부터 무기를 챙기라는) 지시를 받았고, 지시를 받았는데도 고무탄하고 빈총을 갖고 나왔다는 것도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계엄 선포 전에 움직였어야지'라고 대통령이 말하는 걸 들었다고? 대통령이 법조인인 건 알고 있죠?"라며 사실관계를 뒤집는 증거를 내놓기보다는 '법률가 대통령'이라는 권위로 젊은 군인을 압도하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인 배진한 변호사가 1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변호인단은 오 대위와 이 사령관을 갈라치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이진우 사령관이 대통령과 한 통화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계엄 사무를 집행하기 위해서 현장에 나간 수방사령관은 왜 기억을 못하고 증인은 기억할까", "3성 장군이 긴장하고 업무 압박으로 기억을 못한다는 게 이해되나"라고 다그쳤다.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라'는 대통령 지시에 사령관이 마지못해 '예'라고 답한 것을 두고는 "수방사령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오 대위 뿐만이 아니다... 조성현 대령 때도, 김형기 중령 때도

상·하급자의 엇갈리는 진술로 둘을 이간질하는 수법은 매번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송진호 변호사는 조성현 대령(수방사 1경비단장)에게 윤덕규 소령의 수사기관 진술을 토대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대통령이나 사령관이 아닌) 본인이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조 대령은 '임무'가 아니라 윤 소령의 질문에 '답변'했고, 작전에 투입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면서도 "윤 소령이 제 말을 잘못 해석한 것조차도 저의 잘못"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재판부 개입을 요청할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인 송진호 변호사가 1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 송진호 변호사 : "(12월 3일) 00시 45분경에 사령관이 이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철회한다. 그런데 20분이 훨씬 지난 1시 3분을 넘어서 증인은 다시 윤덕규에게 사령관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인데."
- 조성현 대령 : "재판장님 똑같은 것을, 똑같은 것을 이렇게 계속 물어보는 건…"
- 지귀연 부장판사 : "증인 말씀이 일리 있다. 일관된 얘기는 (윤덕규 소령이) '우리 임무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이런 거'라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설명해줬다는 건데, (변호인 쪽) 신문기법이 있으니까 계속 물어보겠지만, 질문 속에서 자꾸 다르게 설명되니까 증인 입장에선 말할 때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같은 날 김형기 중령(특전사 1특전대대장)은 '문을 부수고서라도, 유리창을 깨서라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대통령 지시를 상관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증언하면서 "어떻게 (부하들에게) 하라고 할 수 있겠나.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윤갑근 변호사는 "증인은 올바른 판단을 했고, 이상현은 상급자고 장군인데 잘못된 지시를 내렸고, 곽종근도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건가"고 물었다. 김 중령은 "제가 상급자를 평가할 수 없다"며 휘말리지 않았다.

밀리지 않는 군인들

다시 12일 공판으로 돌아와서, 그래도 오상배 대위는 밀리지 않았다.

- 윤갑근 변호사 : "아까 지휘관 얘기는 단락단락 생각난다고 했는데, 대통령 워딩은 직접 통화한 사람보다도 더 자세하게 기억한다.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 오상배 대위 : "육군 중위(계엄 당시 직급)가 대통령과의 통화를 듣는 것도 아주 이례적이다."
- 윤갑근 변호사 : "그렇게 비약하지 말고.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수시로 전화가 걸려오는 상태에서 상대방 목소리를, 내용을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다 듣는다는 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오상배 대위 : "가능하니까 제가 진술을 하는 거다."

오 대위는 "제가 (다른 사람들) 목소리를 기억 못한다고 하는데, 그건 전화했던 사실이 있는데 그걸 기억 못한다는 것"이라며 "다른 장교, (김용현) 장관님하고는 제가 목소리를 듣거나 (통화)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인데, 대통령님과 통화하는 건 그때 처음 들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더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한 번 "현장에서 통화한 상태가 대통령님인지 묻는 것이라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변호인들의 무리수 공격에도 군인들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형기 중령은 "저희 조직은 철저하게 상명하복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며 "그런데 상급자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고유의 임무를 부여했을 때, 그 안에서만 국한된다"고 말했다. 조성현 대령 역시 "군인에게 명령은 되게 중요하다"며 "반드시 명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를 방위하는 육군의 사명에 귀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12월 3일 밤의 지시는 그런 명령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비아냥

오상배 대위는 조금 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계엄 당시 국회 상황이 생중계되는 것을 보고 '국회를 마비시키려고 했으면 통신을 끊었을 텐데, 대통령이 계엄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어려운 정국을 타개하려고 했나보다' 정도로 여겼다. 지난해 12월 18일 군 검찰에서 첫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대통령과 사령관의 통화를 전혀 언급하지도 않았다.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웠다"고, 또 "대통령께서 책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12월 19일 윤씨 쪽 석동현 변호사가 '대통령은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고 말하자 오 대위는 "진실을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이튿날 군 검찰에 출석, 대통령이 사령관에게 걸었던 네 번의 전화 통화 내용을 상세히 털어놨다. 오 대위는 법정에서 "(석 변호사의 말에) 일종의 배신감 같은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군인이 아니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지휘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하를 버렸다고 느꼈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한 윤씨 변호인단의 대응은 비아냥이었다. 배진한 변호사는 어이없다는 투로 반문했다.

"그것 때문에 수사하는 데 가서 말할 정도로 막 정의감에 불탔던 건가? 그것 때문에?"

다시 한번 궁금하다. 이런 변론 태도가 통할까?
▲ 법정 나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세 번재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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