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도움 되면 날 밟고 가라"…尹이 제시한 '탈당 조건' 속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여부가 대선을 19일 가량 앞둔 국민의힘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 인사는 15일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최근 김 후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나를 얼마든지 밟고 가도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탈당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선 “김 후보가 결단할 문제라는 게 윤 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윤 전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문제”라며 “(전 대통령에게) 탈당하라, 말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논란이 정리된 뒤 김 후보와 윤 전 대통령 사이 의사소통이 있었다”며 “탈당과 관련해선 윤 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를 두고 왜 설왕설래가 이어질까. 윤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의 조건으로 제시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전제에 윤 전 대통령의 속내가 담겨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지난달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났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15일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김 후보의 승리를 도와주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윤 전 대통령은) 김 후보가 탈당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 국면에서 뜨거웠던 광장 세력과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 결집을 위한 자신의 역할이 남아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구(舊) 여권 관계자는 “반탄 시위가 한창일 때 윤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까지 오른 적도 있지 않으냐”며 “윤 전 대통령에겐 그때의 기억이 선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윤 전 대통령은 탄핵 국면 당시 국민의힘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가 광장 정치를 멀리하며 지지층 결집에 소홀해 자신이 탄핵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김 후보에게 탈당의 공을 넘기는 것은,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일부 윤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의 설명이다.

반면에 당내에선 다른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게 선택을 맡긴 것은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 지지층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이라 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에겐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선거의 활로를 뚫는 출발점”이라며 “그래야 중도층에게 손을 내밀고 단일화를 위한 빅텐트를 쳐보기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을 하지 않는다면, 당은 결국 출당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윤 대통령이 결단을 해줬으면 하는 것이 김 후보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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