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한 사람을 위한 입법'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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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장판파(長坂坡) 전투에서 조자룡은 단기필마로 적진을 돌파해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출한다.
창이 무뎌지자 적군의 무기를 빼앗아 싸우는 장면에서 '조자룡이 헌 창 쓰듯 한다'는 속담이 나왔는데, 요즘은 주로 '권한이나 수단을 함부로 휘두른다'는 뜻으로 쓰인다.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벌어진 입법 소동을 보며 '헌 창 쓰듯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한 사람을 위한 입법'이다보니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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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무시·소급 적용에 비판 쏟아져
절제·책임의 의사봉 들어야 할 때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장판파(長坂坡) 전투에서 조자룡은 단기필마로 적진을 돌파해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출한다. 창이 무뎌지자 적군의 무기를 빼앗아 싸우는 장면에서 '조자룡이 헌 창 쓰듯 한다'는 속담이 나왔는데, 요즘은 주로 '권한이나 수단을 함부로 휘두른다'는 뜻으로 쓰인다.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벌어진 입법 소동을 보며 '헌 창 쓰듯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발의에서 법사위 통과까지 채 보름도 걸리지 않았다. 대선에서 이겨 정권을 잡으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켜 법안에 최종 도장을 찍을 심산인 듯 하다.
개정안은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은 후보자가 당선을 목적으로 출생지·경력·가족관계·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 중 '행위' 문구를 삭제하려 한다. 내세운 이유는 '추상적이고 자의적 해석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개정안의 본질적 문제는 허위사실의 범위를 축소해 선거판 거짓말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의 과거 범죄 전력·부적절한 언행 등 '행위'에 대한 허위 주장이 처벌되지 않으면 네거티브 선거판이 되기 십상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법이다.

형사소송법 306조(공판절차의 정지) 개정안은 법 6항을 신설해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권' 범위를 재판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의 첫 수혜자(물론 대선 승리를 가정한 것이지만)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이재명 후보가 된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고, 누구 한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런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다.
민주당이 만들겠다는 법들은 상식에 어긋나고 논리적으로도 완전하지 않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에 '피고인이 후보자로 등록한 경우,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경우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고 넣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죄가 명백한 경우 등은 예외'라는 말을 덧붙였다. '무죄가 명백한 경우'는 어떤 경우를 뜻하는 것인지, 재판을 해보기도 전에 무죄인지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통상의 입법 절차는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정부 이송 → 대통령 공포 → 15일 후 시행을 거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이라는 부칙을 삽입해 즉시 발효되도록 설계됐다. 법 제정 절차를 이처럼 무시하고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뭔가. 소급입법은 피해야 하는 것이 법 제정자가 가져야 할 상식이다. 무리수에 무리수가 더해졌다. '한 사람을 위한 입법'이다보니 그런 것이다.
현상을 뒤바꾸는 입법,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아예 법을 뜯어고치는 것은 입법권 남용이다. 두고 두고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며 시간이 흘러 선거 정국의 흥분과 비이성이 가라않으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민주당의 입법 시도는 지금이라도 중단돼야 한다. 민주당은 '조자룡의 헌 창' 대신 '절제된 의사봉'을 휘둘러 달라.
임철영 사회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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