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그는 누구인가 ②] 보수 정치인이 된 영혼이 맑은 남자

정치여정 내내 '청렴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보수 정당'서 시작된 정계 활동
부천소사 3선·경기도지사 재선 등 기적 일으켜
우리나라 최초 '복복선' 개통·GTX 등 굵직한 성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부인 설난영 여사 ⓒ연합뉴스

'영혼이 맑은 남자' 홍준표 전 대표, 이상휘 의원 등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붙여준 별칭이다. 그의 청렴하고 결백한 정치 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언제나 민심 가까이에서 소통해온 김문수 후보는 정치 여정 내내 '청렴함'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왔다. 3선 국회의원, 32·33대 경기도지사 등을 지낸 김 후보는 단순한 정치인을 넘어, 늘 시민의 삶을 가장 우선에 두는 실천적 행정가로 평가 받는다. 한 번 내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시민들의 불편함을 실제로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노동 운동의 전설
정치 입문은 보수 정당

김문수 후보는 1980년대 고등학생 시절부터 서울대 재학 당시까지 노동 및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대표적인 운동권 인사였다. 그러나 그의 정계 입문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정당에서 시작됐다. 진보정당 '민중당'을 창당했으나 당시 열악한 지지 기반으로 인해 짧은 시간 내 해산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자유민주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던 국민의힘 전신(前身)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권 국가들의 몰락을 지켜봤던 김 후보는 이 당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당장의 급진적 사회주의보다 성장에 자원을 집중하되 복지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온건론으로 노선을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정계 입문의 출발점은 '험지'였다. 경상북도 영천에 나고 자랐으나 민자당 부천소사 지구당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지역구 기반이 없었던 탓에 김 후보는 터전을 옮겼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동네 약수터, 재래시장 등을 매일 같이 누볐다.

기세를 몰아 부천소사에서 출마를 결심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해당 지역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텃밭이었고, 김 후보는 정치신인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정치 경륜과 인지도를 겸비했던 박지원 의원이었다.

그 누구도 김 후보에게 기대를 품지 않았지만,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되기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그는 낮에는 골목을 돌고 밤에는 전단지를 돌렸다. 선거 막바지에도 한 시민에게 "당신은 3등이야"라는 면박까지 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극심한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됐고, 15대 총선 공약을 '지옥철, 대통령도 같이 타봅시다'로 내걸며, 수도권 전철 1호선 경인선 복복선 개통을 주장했다.

기적은 일어났다. 김 후보가 당선이 된 것이다. 그의 가족조차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극적인 결과였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집요함
민생 현장은 직접 두 발로

당선 직후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약속한 지하철 문제 해결이었다. 출근길 경인선은 그야말로 '지옥철'이었다. 노후 차량은 수명을 넘겨 운행 중이었고, 만원열차는 시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에 김 후보는 직접 관련 부처를 찾아 문제 제기를 했고, 시민들의 불편함을 공감 못하는 의원들과 장관들을 향해 '지하철 문제를 한번이라도 체험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김 후보는 결국 1998년 5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복복선 개통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리고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복복선 연내 완공 약속을 받아낼 수 있게 됐다. 이후 김 후보가 당선된 지 2년 만인 1998년 경인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복복선으로 개통됐다. 100년 된 철도에 처음 생긴 네 개의 선로였다.

김문수 후보의 정치는 늘 두 발에서 시작됐다. 밤중 세찬 빗소리에 복개천이 넘치지 않을까 걱정돼 현장으로 달려가 맨홀 뚜껑을 열어보았고, 거리를 달리는 백화점 셔틀버스를 보며 재래시장 상인들과 택시·버스 기사들의 생계를 걱정해 대형 유통업체의 무료 셔틀버스 운행 금지법을 만들었다. 두 달에 한 번은 직접 한 장짜리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10만 부씩 배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성 덕분인지 김 후보는 부천소사에서 최초의 3선 국회의원이 됐다. 2004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참패했지만 김 후보는 그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경기도에서 다시 쓴 역사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겁게'

2006년에는 의원직을 내려놓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했고, 중학교 동창이자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진대제를 꺾고 당선됐다. 도지사로서의 김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과 마찬가지로, 시민의 불편을 줄이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실천 중심의 행정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당선 1년 만에 서울시와 코레일을 설득해 수도권 통합 요금제를 시행했고, 많은 경기도민이 서울로 출퇴근할 때 이용하던 광역버스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또한 경제적 위기 가정에 공공과 민간의 도움을 연계하는 '무한돌봄' 사업을 도입했다. 김 후보가 직접 일일 상담사가 되어 서민들의 고충을 체험하기도 했다. 복잡한 복지 전달체계도 대폭 간소화해 도민 4만여 가구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2010년, 그는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겁게'라는 슬로건으로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했고 다시 성공했다. 재선 이후 8년의 임기 동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기획, 광교·판교·다산신도시 개발,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 유치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경기도지사로서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김 후보는 당시 "오래 전부터 단체장은 재선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8년 정도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내가 당에도 쭉 이야기를 해 뒀다"며 "경기도에서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일·경제 활성화 등 다른 여러 국가적 사안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다른 부분도 좀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김 후보는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잇따라 출마했으나,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선은 그에게 오랜만에 되돌아온 '별의 순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