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77) 개야 짖지 마라
2025. 5. 15. 00:10

개야 짖지 마라
작자 미상
개야 짖지 마라. 밤 사람 다 도둑인가
자목지 호고려 님 계신 데 다녀오리
그 개도 호고려 개로다. 듣고 잠잠하노라
-묵서다완(墨書茶盌)
나라가 있어야 정권도 있다
이 시조는 일본 야마구치 지역에서 발견된 찻잔에 새겨져 있다. 여기서 자목지는 인명이나 지명 또는 ‘저곳에’ 등으로 추정된다. 호고려(胡高麗)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을 현지 일본인들이 부르던 호칭이다. 한밤에 개 짖는 소리를 듣고 고향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이 열 줄에 걸쳐 적혀 있다. 어느 조선인 도공의 슬픈 노래를 500년을 지난 오늘 만난다.
찻잔에 시조가 새겨져 있는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당시 일본에 정착한 조선 장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교토의 고미술 수집가 후지이 다카아키(藤井孝昭)가 소장하고 있다가 교토국립박물관에 기탁하였다. 찻잔에 새겨진 한글의 내력을 알고 그의 사후 25년이 되는 2008년에 유족들이 한·일 양국의 화합을 기원하며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무상 기증했다.
찻사발에 새겨진 시조를 보며 조국의 의미를 생각한다. 나라가 있어야 정권도 있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란 애국가의 4절을 불러보는 아침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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