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별세

윤현 2025. 5. 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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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게릴라서 경제 성장 이끈 대통령까지... 검소한 생활로 세계적 유명세

[윤현 기자]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의 대통령의 별세를 보도하는 AP통신
ⓒ AP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무히카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저의 동지, 무히카 전 대통령이 정말 그리울 것이다. 그는 대통령, 활동가, 사회의 모범, 사랑받는 어른이었다"라고 추모했다.

'페페'(pepe·스페인어로 할아버지라는 뜻)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35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다.

실용주의 정책 펼친 좌파 대통령... "삶에는 가격표 없어"

1960∼1970년대 '투파마로스'라는 좌파 무장·시위 게릴라 단체에서 활동하며 군정에 맞서 싸운 그는 15년간의 수감생활을 한 뒤 사면을 받고 정계에 투신해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다.

좌파 정당 국민참여운동(MPP) 후보로 출마한 2009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5년간 정권을 잡은 무히카 전 대통령은 연평균 5.4%에 달하는 높은 경제 성장률과 빈곤 및 실업률 감소로 큰 성과를 거뒀다.

또한 가톨릭 국가인 우루과이에서 동성 결혼 인정, 임신 중절 합법화, 마리화나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AP통신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좌파 게릴라였지만 주류 정치에서 승승장구한 무히카는 실용주의와 대담함을 보였다"라며 "범죄율 상승과 재정적자 급증으로 비판받기도 했으나 퇴임 당시 그의 지지율은 취임 때보다 높은 65%를 기록했다"라고 평가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을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만든 것은 그의 검소한 생활 방식이다. 그는 재임 기간에도 관저 대신 허름한 집에서 낡은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했다. 또한 국민 평균 소득만큼 월급을 받겠다며 소득의 대부분을 빈곤퇴치 이니셔티브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삶에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 같은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나는 가난한 대통령 아냐... 세상이 비정상적"

각종 매체에서 무히카 전 대통령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렀지만, 그는 2014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가난한 사람은 많은 것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인데, 나는 필요한 것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아왔을 뿐이고, 대부분의 국민이 사는 방식대로 살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작은 집에서 살고 낡은 차를 타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이 세상이 비정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임 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도 소박한 생활을 이어가던 무히카 전 대통령은 식도암으로 투병하다가 2020년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를 떠났다. 그는 지난 1월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됐다.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라며 항암 치료를 포기했다.

그는 작년 11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나의 마지막은 드라마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죽음은 삶의 소금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과 함께 남미의 '좌파 물결'을 이끌었던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추모 메시지를 내놓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무히카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페페 안녕. 그의 이야기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도 "무히카 전 대통령은 지혜로 가득한 형제였다"라며 "그의 가르침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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