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있던 자리에 계엄군이..." 영국인들이 본 한국의 '두 얼굴'

김성수 2025. 5. 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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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본 '문화강국' 한국, 대선을 앞두고 던지는 질문

[김성수 기자]

지난 35년간 영국에서 살고 있다. 영국 여성과 결혼해 애 낳고 살며 느낀 점이 '밤하늘의 별' 만큼 많다. 자녀들은 초중고대를 영국에서 나와 지금은 다 독립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영국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도, 나는 자주 한국이 그립다. 한국의 문화, 냄새, 심지어 소음까지도 그립다. 전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갔다. 그런데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번에는 영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문화, 풍경, 심지어 영국의 날씨까지도 말이다. 이상하게도, 영국에 있을 땐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있을 땐 영국이 그립다. 어쩌면 나는 욕심쟁이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중국적자'는 아니지만 분명히 '이중감정자'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나다. 삶이 힘들고 슬플 땐, 우리는 평화로운 천국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평화로운 천국에 있더라도, 우리는 이 바쁘고 소란스러운 삶이 그리워질 수도 있다. 자, 이제 그러면 내가 느끼는 영국이 본 지난 해 12월 비상계엄사태와 '문화강국' 한국에 대해 나누고 싶다. - 기자말
▲ 국회에서 철수하는 군병력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 12월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는 6월 3일은 지난 해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다. 이 날은 단순히 표를 던지는 날이 아니라, 한국이 앞으로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어떤 나라로 기억될 것인지, 어떤 나라로 '보여질 것인지'를 결정짓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문화강국 코리아, 런던에서 뜨거웠던 시절

한때 영국은 한국을 문화강국, 'Cool Korea'로 칭송했다. 런던 웸블리에서는 BTS의 "Dynamite"가 흘러나왔고, <오징어 게임>은 BBC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기생충>은 "21세기 최고의 사회풍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BTS는 영국 소녀를 우울증에서 구해냈다" - 오마이뉴스
영국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대체 BTS가 왜 좋아?" - 오마이스타

<가디언>은 "한국은 예술로 세상을 비틀 줄 아는 나라"라고 극찬했고, <이코노미스트>는 "민주주의와 창의력의 결합체"라 평가했다. 그랬던 한국이 지금, 영국인들과 언론에서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K-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 문화강국에서 불안한 나라로

지난 해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영국언론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 후 한국은 이제 영국에서 '쿨'한 나라가 아닌 '불안한 나라'로 인식된다. 당시 <더 타임스>는 "서울은 더 이상 드라마의 배경이 아니다. 현실이 더 기이하다"고 했고, BBC 풍자 프로그램 <Have I Got News For You>는 "대한민국은 지금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현실로 제작 중"이라고 조롱했다.

<인디펜던트>는 "기생충이 예언한 계급분열이 현실이 됐다"며 "예술이 현실보다 온건했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K-팝, K-드라마'에 이어 'K-카오스'가 수출되고 있다"는 표현으로 한국의 이미지 추락을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주주의가 허물어질 때 문화는 더 이상 무기가 아니다"라고 보도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정치적 혼란 간의 괴리는 한국의 국가이미지 관리의 실패"라고 단언했다. 당시 한 영국 트위터 사용자는 이렇게 썼다. "BTS의 콘서트가 열리던 광장에서 이제는 계엄군이 등장하는 건가요?" 또 다른 유튜버는 말했다. "한국은 문화강국과 정치혼돈국,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진 나라가 되었다."

내 영국친구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계엄 전에는 영국 젊은 세대들이 나를 만나면 주로 BTS나 K-POP 등이 너무 좋다고 이야기 했다. 기성세대는 주로 '기생충' 이나 오징어게임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지난 12월 계엄선포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영국 친구들은 세대를 넘어 전부 "한국 안전해요? 친척들 무사해요? 전쟁 날 위험 없나요?" 등 우려와 걱정 투성이다.

물론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계엄선포 후 '문화 강국'에서 '정치 후진국'으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주요 경제 지표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대외 신뢰도 하락, 투자 심리 위축, 주식시장급락, 환율급등 등 천문학적 손실과 함께 복합적인 악영향이 나타났다. 이게 물론 다 윤석열 덕택이다.

"그럼에도 K는 살아있다" – 희망은 남았다

하지만 희망의 조짐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과거에도 위기를 딛고 일어난 나라"라며, K-팝의 인기만큼 K-회복력(K-Resilience) 또한 주목해야 한다고 썼다. BBC 서울특파원은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본다"고 전했다. 이는 단지 '절망의 반작용'이 아니라, 문화의 본질이기도 하다. 진짜 문화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어둠 속을 비추고, 진실을 말하게 한다. 국격은 이미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가 아무리 빛나도, 그 콘텐츠를 만든 사회가 어둠 속에 빠져 있다면, 세상은 그 빛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6월 3일을 맞는다.

오는 6월 3일 대선과 총선은 단순히 정권 재창출이냐 교체냐를 넘어, '우리가 세계 속에서 어떤 나라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국제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해외언론이 비판하는 대상은 단지 현 정권이 아니라, 이 체제를 용인하거나 무관심한 우리 모두일 수 있다. 우리가 BTS를 자랑스러워했다면, 그들이 외쳤던 "Love Yourself", "Speak Yourself"의 메시지를 투표로 말해야 할 때다. 우리가 <기생충>의 통찰에 감동했다면, 그 통찰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를 작동시켜야 할 순간이다.
 한영기
ⓒ 김성수
한국은 지금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

한국은 지금,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K-드라마 한 편을 현실로 살고 있다. '문화강국'이라는 외피 아래, 우리가 영국에 아니 전 세계에 어떤 나라로 기억될지 그 갈림길에 선 것이다. 우리는 BTS와 봉준호의 세계관을 자랑스러워하지만,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지키는 일엔 소홀했다. K-컬처의 진짜 힘은 결국 그것을 만들어낸 자유와 표현의 토양에서 나온다. 그 땅이 무너질 때, 문화는 껍질만 남는다. 그리고 지금, 영국은 그 껍질이 벗겨지는 장면을 보고 있는 중이다.

K-카오스를 넘어 K-회복력의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적인 결말로 향하게 될까? 한국은 위기 때마다 회복해왔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도, 2016년 촛불항쟁도, 모두 시민의 선택이 역사를 움직였다. 오는 6월 3일 대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문화만 멋진 나라가 아니라, 정치도 멋진 나라일 수 있다는 것을.

그 날 이후, 다시 영국 런던의 카페에 BTS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 "한국은 역시, 위기 속에서도 극적이고 다이내믹한 스토리를 만드는 나라야"라는 감탄이 영국인들 사이에서 들리길 바란다. 그러니 오는 6월 3일 대선 결과가 한국이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어떤 나라로 기억될 것인지, 어떤 나라로 '보여질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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