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영애 (29) 기도 향기 나는 ‘들꽃카페’… 삶에 지친 이들 어루만져

박효진 2025. 5. 1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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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카페엔 향기가 있다.

그는 들꽃카페에 오면 5만원이나 10만원을 커피값으로 내고는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커피를 마시겠냐"고 우쭐대곤 했다.

그는 여전히 삶의 고비마다 들꽃카페를 찾아와 마음을 털어놓고 나는 늘 그렇듯 조용히 듣고 답을 건넨다.

들꽃카페에 오는 모든 이들을 위해 나는 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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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목회자, 지친 사역자 등
말 못 할 사연 안고 간절히 찾아와
길 잃은 이들에게 작은 피난처 돼
강영애 목사가 2008년 서울 서대문구 들꽃카페를 오픈했을 당시 카페 앞 테라스에 앉아 있는 모습. 강 목사 제공


들꽃카페엔 향기가 있다. 바로 기도의 향기다. 기도하는 이들에게서 은은히 피어나는 그 향을 따라 벌과 나비가 하나둘 날아들었다. 이들은 조용히 날갯짓하며 이 작은 공간을 맴돌았다.

상처 입은 목회자들, 지친 사역자들이 조용히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말 못 할 아픔과 눈물, 간절한 기도를 안고서였다. 들꽃카페는 그렇게 그들에게 작은 피난처가 됐다. 목회자나 믿는 자들만은 아니었다.

한 날은 슬리퍼를 질질 끌며 카페 앞을 지나가던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는 경기도의 한 시에서 부시장으로 있던 황모씨로, 서대문구청 뒤편 청소년센터장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인연이 있었다.

“커피 한 잔 주세요.” 씩씩거리며 들어온 그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의 탁자 위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말해봐 뭔 일여.” 이어진 그의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아내와의 불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잘못했네. 집에 가서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해. 얼른 가.”

인생 다 산 80세 목사가 그저 다독였길 기대했겠지만, 그날은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 할 때였다. 화가 난 그는 벌떡 일어나 커피값도 내지 않은 채 카페를 나갔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 다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커피값 계산하러 왔어요.”

그는 커피값을 내며 “서운하다”고 했다. 결국 자기편을 안 들어줘 섭섭하단 마음을 전하러 다시 온 그에게 나는 또 한 번 아내 편을 드는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 그는 슬리퍼를 끌고 온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고, 곧이어 ‘아내 없는 인생은 상상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했다.

그는 들꽃카페에 오면 5만원이나 10만원을 커피값으로 내고는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커피를 마시겠냐”고 우쭐대곤 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늘 “언제 교회 갈 건데”라고 물었고, 그때마다 그는 “가야죠”라고 답했다.

황 전 부시장은 4년 전부터 화요일 오전 샬롬식구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2년 넘게 함께한 뒤 나는 그에게 광화문의 한 교회에서 신앙 생활하라고 권했다. 이제는 아내도 함께 교회에 다닌다. 그는 여전히 삶의 고비마다 들꽃카페를 찾아와 마음을 털어놓고 나는 늘 그렇듯 조용히 듣고 답을 건넨다.

또 다른 카페 손님 김모 사장은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정부의 기술개발사업화자금 지원을 신청했다고 했다. 까다로운 심사 탓에 대부분 서너 번은 퇴짜를 맞기 마련이었고, 그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앞두고 낙담해 있던 김 사장에게 “백억 규모의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목사님 10억도 어려운데 어떻게 100억을요?” “내가 기도해줄 테니 한번 해보자!”

김 사장은 정부로부터 100억원의 기금을 지원받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달라진 그의 모습이 기고만장해 보이던 어느 날, 나는 말했다. “이제 교회에 나가야지.”

내 말을 듣지 않고 교회를 미루던 김 사장의 사업은 점점 어려워졌다. 다시 찾아온 그에게 나는 말했다. “교회 다녀라.” 그는 지금 교회에 나가고 있다.

들꽃카페에 오는 모든 이들을 위해 나는 늘 기도한다. 상처받은 마음, 지친 영혼, 말하지 못한 사연까지도 하나님께서 어루만져 주시길 간절히 구한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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