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하고 상처받은 마음, 여기 가서 치유 받았습니다
[한현숙 기자]
강원도 원주로 1박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치악산 구룡사와 운곡솔바람숲길 등을 걸으며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지난 어린이날, 원주 치악산 구룡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날이 초파일임을 문득 깨달았다. 도대체 요즘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이리저리 치이며 정신없이 사는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듯했다. 시간이 가는지, 연휴가 이어지는지 도통 가늠하지 못한 채 어지럽게 생활한 듯하다.
그러다 마주한 치악산 구룡사(龜龍寺)로 가는 길.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연하디 연한 초록잎들이, 귀엽고 앙증맞은 황매화 꽃송이가, 신선한 산공기와 어우러져 나의 정신을 맑게 하였다. 시름을 다 빨아버리는 듯한 숲 속에서 걸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상쾌함 덕분에 날아갈 듯한 가벼운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구룡사 절마당은 오색 연등으로 하늘을 덮었다. 저마다의 소원과 기도가 바람을 타고 부처님의 가피를 기다리는 듯 너울거렸다. 오전에는 불자들로 가득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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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가탄신일을 맞아 아기 부처님의 몸을 씻어내리는 관욕식을 수행하고 있다.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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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가탄신일을 맞아 절마당에 수많은 연등이 바람을 타고 부처님의 가피를 원하고 있다.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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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천왕문 양쪽을 지키는 사천왕의 모습(비파와 보탑을 들고 있는 다문천왕, 용과 여의주를 쥔 광목천왕, 비파를 들고 튕기는 지국천왕, 노한 표정으로 칼을 들고 있는 중장천황) |
| ⓒ 한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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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악산 정기를 타고 구룡사가 자리하고 있다. |
| ⓒ 한현숙 |
고려말 조선초의 은사(隱士-벼슬하지 않고 숨어 사는 선비)로 청구영언에 실린 시조, 회고가로도 유명한 선비인 운곡 원천석. 조선이 세워졌을 당시 고려 왕 씨를 위하여 절개를 지킨 이로 유명한 포은(정몽주), 야은(길재)과 더불어 지조와 의리의 상징인 위인이었다.
흥망(興亡)이 유수(有數) 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 년(五百年) 왕업(王業)이 목적(牧笛)에 부쳤으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겨워하노라
시조를 읊조리며 운곡의 묘역과 영정을 모신 사당 창의사 주변을 둘러보았다. 치악산에 은거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던 선비의 올곧은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원주시가 '원주의 얼'을 대표하는, 역사적으로 자랑할 만한 인물로 운곡선생을 선정하여 이곳을 의미 있게 조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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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곡 원천석 선생의 동상과 사당인 창의사 입구. 주변으로 운곡솔바람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맨발걷기 최적의 황톳길을 걸을 수 있다. |
| ⓒ 한현숙 |
1층 로비에 닥종이 인형으로 우리나라 사계절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색감이 은은하고, 질감이 부드러운 듯, 닥종이 특유의 개성을 드러냈다. 닥종이 인형의 표정마다 웃음과 행복이 넘쳐나 푸근해 보였다. 둥글둥글한 곡선미와 포동한 살결이 정겨워 웃음 짓게 만들었다.
각 전시실을 돌며 한지의 유래와 역사, 종이의 발견과 전파과정, 한지 관련 유물까지 꼼꼼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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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한지테마파크 1층에 자리한 닥종이 인형의 모습, 정겨운 옛 모습이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긴다. |
| ⓒ 한현숙 |
불현듯 심란한 마음이 다시 살아날 때도 있었다. 힘들어도 지난 3~4월엔 잘 버텨왔는데, 지난 금요일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진심이 전달되지 못할 때 또는 왜곡되거나 오해가 쌓일 때의 상처와는 다른 고통이었다. 있지도 않은 일로 직장에서 덤터기를 쓰는 일이 있었다. 내 가슴엔 커다란 구멍이 나 버렸다.
어설프게 사과하고 인사하고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연휴 내내 나를 괴롭혔다. 교사로서 많이 흔들리고 마음이 어지러웠다. 점점 학교생활이 어려운 이유가 늘어나니 마음이 더 괴로워졌다.
근심이 쌓일 때 가라앉아 칩거하기 쉬운데, 힘을 내 일어나 특히 자연 속으로 들어가니 어느새 기분이 정화되고 다시 살 만한 힘이 생겼다. 어두운 마음이 점점 희석되어 안정을 찾아가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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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옥 카페의 예스러운 아름다움과 운치, 마음이 차분해진다. |
| ⓒ 한현숙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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