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北 인권 논의하는데…한·미 책임자는 동시에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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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후 인권대사 추진 어려워져"
12일 외교부와 북한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에 따라 오는 20일 유엔 총회는 처음으로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를 주최한다. 앞서 2014년 9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반영한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한 유엔총회 기간 중에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가 열린 적이 있는데, 한·미 정부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당시 회의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으며, 이번 회의에도 주유엔 한국 대사 혹은 본부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조명하는 가운데 정작 관련 논의를 주도해온 한·미의 북한 인권 책임자는 현재 동시에 비어 있다. 우선 외교부의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 자리는 지난해 7월 이신화 고려대 교수가 물러난 뒤로 아직 후임이 임명되지 않았다. 해당 직책은 2017년부터 약 5년 간 공석이었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2022년 이 교수가 임명됐다. 이 교수는 한 차례 임기 연장을 거쳐 2년 간 활동한 뒤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중앙일보에 "지난해 7월 (전임) 북한인권 대사의 임기가 만료된 후 가급적 공백이 없도록 후임자 임명을 위한 절차를 개시했지만, 적임자 물색에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다"며 "계엄 선포 이후 전개된 국내 정국으로 관련 절차 추진이 어렵게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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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귀환하며 인권 임무 축소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 국무부 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북한인권특사 자리는 지난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줄리 터너 전 특사가 면직되면서 공석이 됐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터너는 현재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 대행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다. 그는 2023년 10월 상원 인준을 거쳐 6년 넘게 비어 있던 특사 자리에 임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정부 내 각종 특사직을 폐지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관련 조직도 축소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터너 전 특사 역시 면직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는 1기 때였던 2017년 1월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가 물러난 뒤에도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자리를 비워두는 등 인권 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국의 북한인권특사 직책은 2004년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폐지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1기 때처럼 공석 상태로 수년간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국제사회에선 이신화(2022년 7월 임명)-엘리자베스 살몬(2022년 8월 취임)-줄리 터너(2023년 10월 취임)의 북한 인권 관련 '여성 3인 체제'가 갖춰진 데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목소리로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등 3자 및 양자 차원에서 공조했다.
한·미의 북한 인권 책임자가 국내정치적 상황 등으로 또다시 동시에 공석이 된 현실이 뼈아프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2023년 간신히 갖춰진 한·미·유엔의 3각 협력 구도에 또다시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북한뿐 아니라 탈북민 강제 송환 등에 책임이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려면 북한 내 인권상황 개선에 의지를 가진 국가들의 공조가 필수적인데, 인적 공백과 무관하게 이런 협력의 축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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